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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전쟁, 세 회사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1)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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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챗GPT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검색보다 똑똑한 대화형 엔진”이라는 말에 열광했다. 질문을 던지면 답이 돌아오고, 글을 쓰라고 하면 순식간에 완성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 똑똑한 비서로 여겨졌고 오픈AI는 거의 유일한 왕좌의 주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챗봇은 이제 기업과 개인, 나아가 각국의 기술 패권 경쟁까지 휘말린 거대한 산업의 핵심 전선이 됐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챗GPT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 아성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구글의 ‘Gemini(이하 제미니)’,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이하 코파일럿)’, 앤트로픽의 ‘Claude(이하 클로드)’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본격적인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검색과 데이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와 코딩 생태계, 앤트로픽은 윤리성과 신뢰도를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한때 ‘AI는 결국 한 회사가 독점하게 될 기술’이라던 예측은 이제 웃음거리가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이 경쟁이 ‘철학의 전쟁’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여전히 “모든 이를 위한 범용 인공지능”을 내세우며 챗GPT의 대중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클로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용 AI”라는 방향으로 갈라섰다. 

 

제미니는 “인간의 지식을 가장 빠르게 재구성하는 엔진”을 표방하고 있고, 코파일럿은 “사람 대신 일하는 업무형 AI”로 진화 중이다. 겉보기엔 모두 비슷한 챗봇이지만 그 안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사용자층은 전혀 다르다.


이제 사용자는 AI와 대화할 때 단순히 ‘누가 더 잘 말하나’를 따지지 않는다. 어떤 챗봇이 내 업무를 덜 귀찮게 해주는지, 어떤 챗봇이 내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는지, 어떤 챗봇이 내 문체를 가장 정확히 학습하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 

 

인간이 AI를 평가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AI가 인간의 목적과 취향을 맞춰주는 시대로 옮겨간 것이다.


흥미로운 건 각 챗봇이 진화하는 방식이다. 챗GPT는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는 AI’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대중화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반면 클로드는 기업과 연구소 중심으로 고급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에 깊숙이 스며들어 일상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제미니는 대화의 정확도보다 ‘속도’와 ‘정보 접근성’에 집중하며 구글의 본질적 강점을 AI에 이식 중이다.


AI 챗봇은 이제 ‘지능의 크기’를 겨루는 시대를 넘어 ‘지능의 방향’을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리고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AI 챗봇의 변천사를 간단히 되짚어보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될 AI의 발전 방향을 조망하고자 한다.

 

챗GPT의 등장, 그리고 분명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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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챗GPT 초기 버전에 해당했던 GPT-3.5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인간처럼 대화하고 논리적으로 문장을 엮으며 순식간에 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은 “AI가 드디어 사람의 언어를 이해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곧 현실이 드러났다. 

 

GPT-3.5의 가장 큰 한계는 ‘그럴듯하게 틀리는 능력’이었다. 똑똑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엉뚱한 정보를 자신 있게 말하곤 했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잘못된 수식을 맞는 말처럼 내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말투는 매끄러운데 내용은 틀린, 일명 ‘AI의 착각’ 현상이었다.


이 문제는 곧바로 신뢰의 문제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GPT-3.5를 바로 업무에 도입하기를 주저했고 학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지식의 양보다 ‘정확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AI가 몸소 보여준 셈이었다.


또 하나의 한계는 ‘기억력’이었다. GPT-3.5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초반 맥락을 잊어버렸고 긴 문서를 작성하거나 복잡한 코드를 분석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내놨다. 사용자는 “조금 전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라고 지적했지만 AI는 이미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지식의 최신성도 문제였다. GPT-3.5는 2021년까지의 정보로만 학습돼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건이나 신제품은 전혀 몰랐다. “제 지식은 2021년까지만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사실상 고유명사가 됐다.


여기에 외부 데이터 접근이나 이미지·음성 인식 기능이 없어 세상과 단절된 채 언어만 다루는 ‘갇힌 인공지능’이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이 한계는 곧 아이러니하게도 GPT-4와 경쟁 모델들의 출발점이 됐다. 수십억 달러의 돈을 쏟아부어가며 본격적으로 챗봇을 개발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GPT-3.5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GPT-3.5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사람처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현상은 다른 빅테크들에게 경고나 다름없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같은 회사들은 모두 이를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였다. 오픈AI가 이 시장을 독점하게 두면 끝장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당시 구글은 이미 ‘Bard(이하 바드)’를 준비 중이었지만 챗GPT의 등장은 내부를 충격에 빠뜨렸다. 검색 시장을 독점하던 구글에게 “사람들이 이제 검색 대신 AI에게 묻는다”는 변화는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었다. 그래서 기존 연구용 프로젝트였던 바드를 급하게 제품화했고, 이후 제미니로 진화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반대로 오픈AI와 손을 잡았다. 경쟁 대신 투자로 방향을 튼 것이다. 거액을 투자하고 챗GPT를 자사 브라우저와 오피스 프로그램에 통합해 코파일럿으로 브랜드화했다.


이런 흐름이 곧 AI 챗봇 전쟁의 시작이었다. GPT-3.5는 ‘잘못된 답’을 내놓으면서도 전 세계의 관심을 싹쓸이했다. 이는 곧 “AI가 완벽하진 않아도 이 정도면 시장이 열린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즉,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시장 선점’이 핵심이 된 것이다. 

 

빅테크들은 더 이상 논문과 연구실에 머물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품을 내놓고, 고객을 모으고,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의 주도권’이었다. GPT-3.5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대화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억 명의 사용자가 AI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는 그 과정이 모두 학습의 재료가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이 빅테크들이었다. 

 

그래서 챗봇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먼저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졌다.


GPT-3.5의 허점은 오히려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체할 수 있고 불완전해도 사람은 쓴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지금 당장 뛰어들지 않으면 영영 뒤처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GPT-4의 등장과 AI 춘추전국시대

 

오픈AI가 GPT-4를 공개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키워드는 ‘신뢰’였다. GPT-3.5가 ‘그럴듯하게 틀리는 AI’로 비판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정확성과 안정성, 그리고 윤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GPT-4는 덜 틀리고 덜 위험한 AI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변화는 정확성 강화였다. GPT-4는 잘못된 정보를 자신 있게 말하던 기존 모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와 응답 구조를 전면 수정했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이라 불리는 오류 발생률이 크게 줄었고 복잡한 질문에도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두 번째는 안정성과 윤리성이다. 정치적 편향이나 폭력적 표현을 줄이기 위해 ‘강화학습(RLHF)’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직접 반영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AI가 말을 잘 하는 수준을 넘어 ‘책임 있게 대화하는 존재’로 진화한 셈이다. 

 

세 번째는 멀티모달 기능의 탑재였다. GPT-4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후 음성 입력까지 확장됐다. 즉, 눈과 귀를 동시에 가진 첫 번째 챗GPT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빅테크들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챗봇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제미니를 내세워 실시간 정보 접근성을 무기로 들었다. 기존의 챗GPT가 2021년까지의 데이터에 머물러 있었다면 제미니는 검색과 연결된 구조로 최신 정보를 불러올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정보의 시의성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언어의 자연스러움과 감정 표현 면에서는 GPT-4보다 메마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앤트로픽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자사 모델인 클로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표방하며 처음부터 기업용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클로드가 가장 호평을 받은 부분은 응답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데 있다. 대중적 확산보다는 윤리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에서 처음부터 대화를 포기하고 실용성을 선택했다. 오피스, 엣지, 깃허브 등 자사 제품군에 AI를 통합해 사용자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코파일럿은 문서를 요약하고 이메일을 작성하며, 코드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등 ‘일 잘하는 비서’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들은 왜 서로 다른 길을 택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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