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이스라엘을 위시한 서방 동맹국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 국방부가 작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앞서 종료된 베네수엘라 전쟁에서도 표적 식별과 정보 분석 단계에 AI가 투입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이란 공습 과정에서 대규모 정보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기 위해 민간 AI 모델이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위성사진과 드론 영상, 감청 정보 등을 AI가 1차로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매긴 뒤 인간 분석관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작전 당시에도 주요 인물의 이동 경로 추적과 통신 패턴 분석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동원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같은 시스템은 기존 인력 중심 정보 처리 방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천 건의 데이터를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I가 작전 설계와 표적 추천 단계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장에서의 의사결정 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군이 AI를 전쟁에 투입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영화 속 자율 전투 로봇이나 완전 자동화된 살상 체계와 달리 실제 운용은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 보조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베네수엘라 전쟁과 현재 진행 중인 이란전에서 일부 드러난 사례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AI 활용 방식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이제 그 구체적인 활용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본지에 소개하고자 한다.
미군은 전쟁에서 AI를 정확히 어떤 단계에 투입하고 있나.

(사진 출처: Gemini AI 생성 이미지)
미군이 전투 수행에 있어 AI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지점은 정보 처리 구간이다. 현대 전장에서는 위성 영상, 드론 촬영 화면, 통신 감청 기록, 열감지 센서 데이터 등 수백만 건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과거에는 분석관이 이 자료를 하나씩 열어보고 이상 징후를 찾아야 했다면 최근에는 AI가 먼저 데이터를 훑는다. 예를 들어 위성 사진 수천 장에서 차량과 건물 형태를 자동으로 구분하고 이전 촬영 시점과 비교해 새로 등장한 물체나 이동 흔적을 표시한다.
드론 영상에서는 사람과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반복되는 동선을 찾아낸다. 통신 기록에서는 특정 단어 사용 빈도나 통화 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해 ‘평소와 다른 상황’을 경고한다.
이 과정은 흔히 ‘킬 체인’이라고 불리는 군사 작전 절차 중 가장 앞단에 해당한다. 킬 체인은 목표를 발견하고 식별한 뒤 타격 여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흐름을 뜻한다. AI는 이 중 ‘발견’과 ‘식별’ 단계에서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람이 판단할 수 있도록 후보군을 압축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전쟁 당시에는 마두로 전 대통령 등 특정 인물의 이동 경로를 여러 도시의 CCTV 영상과 통신 위치 정보를 결합해 추적하는 데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전에서는 위성 영상과 전자정보를 결합해 군사 시설로 의심되는 지점을 자동 표시하고 과거 공격 사례와 유사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시스템은 사람이 며칠 걸려 검토할 양을 몇 분 안에 1차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AI는 실제로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며 그 분석 방식은 무엇인가?
전장에서 AI가 다루는 데이터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영상 정보다. 군 정찰위성이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와 드론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들은 시간 흐름이 포함된 연속 데이터다.
AI는 이 화면을 프레임 단위로 나눠 차량, 인물, 건물, 무기 형태를 자동으로 구분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수십만 장의 군사 장비 이미지로 학습된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과거 촬영 영상과 현재 영상을 비교해 새롭게 등장한 물체를 찾아내거나 특정 지역에 반복적으로 출입하는 차량의 이동 패턴을 추적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전자 신호 정보다. 레이더 반사 신호, 무전 교신 기록, 통신 기지국 위치 데이터 같은 신호 기반 정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AI는 이 신호의 강도와 주파수, 발생 위치를 시간대별로 배열해 평소와 다른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탐지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통신량이 급증하거나 군용 주파수 대역의 활동이 갑자기 늘어날 경우 이를 이상 징후로 분류한다. 이 과정은 통계적 패턴 분석 기법과 이상치 탐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뤄진다.
세 번째는 문서와 텍스트 정보다. 감청을 통해 확보된 대화 기록이나 온라인 게시물, 내부 보고 문건 등이 포함된다. AI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특정 키워드 조합이나 위협 관련 표현을 추출하고 인물과 장소 간 연결 관계를 그래프로 정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도는 누가 누구와 얼마나 자주 접촉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네트워크 지도로 변환된다.
이 모든 데이터는 하나의 통합 시스템에서 결합된다. 이를 데이터 융합이라고 부르는데 서로 다른 출처의 정보를 한 화면에 겹쳐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위성 사진 위에 통신 활동 강도 지도를 얹고 그 위에 차량 이동 경로를 표시하는 식이다. 이렇게 겹쳐진 정보는 특정 지점이 단순 건물인지, 실제 군사 활동이 이뤄지는 시설인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AI는 이 복합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점수를 계산해 표적 후보를 우선순위별로 배열한다. 이 점수는 확률 값에 가까우며 최종 판단은 인간 지휘 체계가 맡는다.
인간 지휘관과 분석관이 이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AI가 전장 데이터를 1차로 정리한다 하더라도 최종 판단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미군의 운용 구조를 보면 AI는 표적 후보를 제시하고 위험 점수를 매기지만 실제 타격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지휘관과 분석관이 맡는다.
이를 ‘휴먼 인 더 루프’라고 부르는데 사람이 의사결정 고리에 직접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정보 분석 셀이라 불리는 팀이 먼저 AI가 표시한 지점을 재검토한다. 예를 들어 위성 영상에서 특정 건물이 군사 시설로 분류됐다고 해도, 분석관은 과거 촬영 자료와 현지 지리 정보, 인근 민간 시설 분포 등을 다시 대조한다.
드론 영상에서 무장 인물로 식별된 대상 역시 확대 화면과 열화상 자료를 추가로 확인해 오인 가능성을 줄인다. AI가 제시한 확률 값은 참고 지표일 뿐 절대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휘관 단계에서는 또 다른 판단이 이뤄진다. 표적이 군사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타격 시 민간 피해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을 종합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 장교와 정보 장교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AI는 특정 목표를 추천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실제 작전 계획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여러 계층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 전쟁 사례에서 드러난 특징은 AI가 의사결정을 대체하지 않는 대신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보 검증에 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AI가 후보를 압축해 주기 때문에 인간은 검증과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AI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을까.
모든 군사 작전은 각국 정부의 기밀이기 때문에 우리가 AI의 활용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예측은 해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전장에서 공개된 단서들을 종합하면, 베네수엘라의 경우 핵심 목표는 정권 핵심 인물과 군 지휘망의 위치 파악, 이동 경로 추적, 통신 네트워크 분석이었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호위 차량 행렬을 위성 영상과 도로 CCTV, 드론 영상에서 동시에 추적하려면 수천 장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비교해야 한다.
AI는 차량 색상과 차체 크기, 이동 속도, 호위 차량 간 간격 같은 특징을 조합해 동일 개체를 연속적으로 식별한다. 여기에 통신 위치 데이터와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기록을 겹치면 특정 인물이 어느 시간대에 어떤 지역에 있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AI는 이런 다중 데이터를 하나의 지도 위에 겹쳐 표시하고 이동 패턴을 시각화한다. 인간 분석관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인물 동선과 일치하는지 재검증하고 오인 가능성을 제거한 뒤 작전 목표로 삼을지 판단한다.

(사진 출처: Gemini AI 생성 이미지)
이란의 주력 비대칭무기로 간주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대는 이동식 차량 형태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정 목표보다 탐지가 어렵다.
AI는 위성 사진에서 길이와 폭, 그림자 형태가 특정 발사 차량과 유사한 대상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동시에 레이더 반사 신호와 열화상 데이터를 결합해 최근 가동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발사 직전에는 주변 통신량 증가나 특정 군용 주파수 사용이 급증하는 경우가 있는데 AI는 이런 전자 신호 변화를 평시 데이터와 비교해 이상 징후로 표시한다.
이렇게 후보가 압축되면 인간 분석관이 확대 영상과 과거 촬영 기록을 대조해 실제 군사 장비인지, 단순 물류 차량인지 구분한다.
지하 벙커와 같은 시설의 경우에는 직접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간접 징후를 활용한다. AI는 건물 주변의 토양 변화, 통풍구 구조, 출입 차량의 반복 동선 같은 미세한 패턴을 과거 사례와 비교한다.
위성 사진에서 토양 색이 일정 구간만 다르게 나타나거나 열화상 영상에서 지표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우 이를 위험 점수로 계산한다. 분석관은 이 점수가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추가 정찰을 지시하거나 신호 정보와 교차 확인한다.
이처럼 AI는 목표 후보를 기술적으로 압축하고 복수의 데이터 출처를 동시에 겹쳐보는 계산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 지휘 체계는 그 결과를 기반으로 군사적 가치와 위험도를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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