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보기: 우주 데이터센터 특집 - (1) 갑자기 우주를 사랑하게 된 빅테크
함께보기: 우주 데이터센터 특집 - (2)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1편에서 우주 데이터센터의 개념을 살펴봤고 2편에서는 실제 숫자를 통해 경제성을 따져봤다. 지금 당장은 지상보다 2~3배 비싸지만 발사 비용이 충분히 낮아지고 지상 전력망 부족이 겹친다면 2030년대 중반쯤 경제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기술이 현실이 된다 해도 과연 누가 이 새로운 인프라를 통제하게 되는가의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정 기업이 발사 수단과 위성 운영을 동시에 가져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내 데이터가 궤도 위 서버에서 처리된다면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100만 기짜리 위성 군단이 실제로 떠오르면 지구와 우주 환경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편에서는 바로 이 질문들을 하나씩 따져본다.
지금 이 시장에 정확히 누가 뛰어들고 있고, 판이 얼마나 커졌나?
우주 데이터센터 논의가 개념 수준에 머물렀던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다. 2026년 들어 이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 공식 홈페이지)
캐나다 스타트업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는 2026년 1월 팰컨9 로켓으로 에테르(Aether) 시리즈 위성 10기를 발사했다. 각 위성에는 엔비디아 젯슨 오린 모듈 4개씩 총 40개가 탑재됐다. 이 위성들은 위성끼리 광속에 가까운 레이저 링크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학 위성 간 통신망(OISL)으로 연결됐다.
3월 16일 케플러는 이 시스템이 분산 컴퓨팅 클러스터로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고 선언했다. 현재 궤도 위에서 작동 중인 컴퓨팅 클러스터 중 가장 크다.
4월 13일에는 첫 상업 고객으로 스타트업 소피아 스페이스가 이름을 올렸다. 소피아는 케플러 위성 2기에 탑재된 6개 GPU에 자사 운영체제를 원격 업로드하는 실험에 나섰다. 지상 데이터센터에서는 일상적인 작업이지만, 궤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사진 출처: 소피아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소피아 스페이스는 우주용 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우주는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지상처럼 찬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의 냉각이 불가능하다.
소피아가 개발한 TILE(열통합 저궤도 엣지) 플랫폼은 두께 1cm, 면적 1㎡의 초박형 모듈이다. 한쪽 면에 태양전지, 반대편에 엔비디아 젯슨 오린 4개를 붙여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복사 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방출하는 구조다.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면 서버 랙처럼 확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의 바탕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이 1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한 우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다. 소피아는 2026년 2월 이 기술 기반으로 1000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반도체 기업의 움직임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엔비디아는 2026년 3월 16일 자사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에서 우주 전용 컴퓨팅 모듈 'Space-1 베라 루빈'을 공개했다. 기존 H100 GPU 대비 AI 연산 성능이 최대 25배 높다.
젠슨 황 CEO는 "우주에는 대류가 없다. 오직 복사만 있다. 냉각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공학적 과제가 남아 있음을 인정했지만 동시에 파트너사로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 소피아 스페이스, 스타클라우드, 에테르플럭스, 액시옴 스페이스, 플래닛 랩스 등 6개 기업을 공개하며 "우주 컴퓨팅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스타클라우드는 2025년 11월 H100 GPU를 탑재한 위성 스타클라우드-1을 발사해 우주에서 처음으로 AI 언어모델 학습에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2026년 3월 말에는 벤치마크와 EQT벤처스가 주도한 시리즈A 투자에서 1억7000만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창립 2년 만의 유니콘 등극이다.
에테르플럭스는 로빈후드 공동창업자 바이주 바트가 2024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2027년 1분기 첫 궤도 데이터센터 노드 '갤럭틱 브레인' 발사를 목표로 한다. 시리즈B에서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목표로 2억5000만~3억5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형 사업자들의 FCC 신청도 이 시기에 집중됐다. FCC는 미국에서 위성을 발사하고 운영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다. 2026년 1월 30일 스페이스X는 최대 100만 기의 궤도 데이터센터 위성 배치를 FCC에 신청했다.
2월에는 스타클라우드가 88,000기짜리 계획을 냈고 3월 19일에는 블루오리진이 '프로젝트 선라이즈'라는 이름으로 51,600기짜리 계획을 제출했다.
시장 규모 전망도 나왔다.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9년 약 17억7000만 달러에서 2035년 39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6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FCC 앞에서 빅테크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던데.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스타클라우드가 경쟁적으로 FCC에 신청서를 내는 동안 이 과정은 빠르게 기업 간 전면전으로 번졌다. FCC 허가를 먼저 받는 기업이 해당 궤도 구간과 주파수를 우선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청 자체를 영토 선점 행위로 보아야 한다.
FCC가 2026년 2월 4일 스페이스X의 100만 기 위성 신청을 공식 수리하고 의견 제출 기간을 열자 1,500개에 가까운 의견이 접수됐다. 3월 6일 아마존의 위성 사업 부문 '아마존 레오(구 프로젝트 카이퍼)'는 17페이지 분량의 반대 청원서를 FCC에 제출했다.
아마존은 "스페이스X의 신청서는 원대한 포부처럼 보일 뿐 실제 계획이 아니다"며 위성 설계, 궤도 고도, 무선 주파수 특성, 충돌 관리 방안 등 핵심 정보가 빠진 미완성 서류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위성 군단을 기준으로 다른 모든 사업자가 자신들의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FCC 의장 브렌던 카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아마존의 청원이 나온 직후인 3월 11일 공개적으로 아마존을 향해 "자신들이 수천 기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동안 다른 기업을 상대로 청원을 내는 데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마존은 FCC 허가 조건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프로젝트 카이퍼 위성 3,236기 중 절반인 약 1,600기를 궤도에 배치해야 하는데 4월 현재 실제 배치된 위성은 212기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이 기한을 2028년 7월로 24개월 연장해달라는 유예 신청을 따로 FCC에 낸 상태였다. 밀리는 자신들의 일정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경쟁사의 새 사업은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스페이스X는 이를 그대로 역이용했다. 3월 20일 FCC에 제출한 서한에서 블루오리진이 자신들의 신청과 '유사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아마존이 스페이스X에 제기한 비판 논리를 그대로 블루오리진의 신청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점에서 블루오리진의 모회사가 아마존이라는 사실은 이 구도를 더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아마존의 아마존 레오가 경쟁사 신청을 막으려 하는 동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은 같은 FCC에 51,600기짜리 신청서를 따로 냈다.
이는 궤도 슬롯과 주파수 배분 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싸움이다. 위성은 특정 고도의 특정 궤도 구간을 차지하고 지상과 통신하기 위해 정해진 무선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전 세계 위성의 궤도 슬롯과 주파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관리하며 나라별 통신 당국이 이를 사업자에게 배분한다.
미국에서는 FCC가 이 역할을 맡는다. 같은 고도 구간에서 같은 주파수를 쓰는 위성끼리는 서로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먼저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실질적인 우선권을 갖는다.
스타클라우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이 모두 600~2,000km 고도의 태양동기궤도를 목표로 하는 만큼 동일한 궤도 구간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FCC 신청서 제출은 이 게임에서의 깃발 꽂기에 해당한다.
한 기업이 로켓과 위성과 AI를 모두 장악하면 세상에 무슨 일이 생기나?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독점 문제가 특별히 더 심각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수직 계열화의 범위가 전례 없이 넓기 때문이다. 2026년 2월 스페이스X는 AI 기업 xAI를 1조250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합병하며 로켓, 위성 네트워크, AI 모델을 단일 기업 안에 통합했다.
이 구조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스타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저비용 발사가 가능한 로켓이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저궤도 위성의 절반 이상을 운영하는 가장 큰 위성 네트워크다. xAI는 AI 모델 그록(Grok)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주체가 동시에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에 대해 미국 법학자들은 '필수 설비 이론(Essential Facilities Doctrine)'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반독점법 개념으로 어떤 기업이 경쟁자가 복제할 수 없는 핵심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쟁사에게도 합리적인 조건으로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스타십 발사 서비스와 스타링크 백홀 네트워크가 이 이론에서 말하는 '필수 설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쟁사인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 기업은 물론이고,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들도 스타십 없이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법원은 이 이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에 역사적으로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결과는 불확실하다.
한 기업이 로켓부터 AI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문제는 자사 우대다. 스타십 발사 서비스를 자사 위성에만 우선 배정하거나 스타링크 백홀 연결을 자사 궤도 데이터센터에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한다면 경쟁사들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판 위에서 출발하게 된다.
미국 초기 철도 산업이나 석유 산업에서 단일 사업자가 인프라를 독점하며 시장 전체를 지배했던 역사적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나온다.
내 데이터가 우주에 있으면 누구 법을 따르게 될까?
(사진 출처: Gemini AI 생성)
다음 문제는 법률적 문제다. 지상에서는 데이터가 어느 나라 서버에 있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이 비교적 명확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서버가 있으면 독일 법이 적용되고, 미국 버지니아에 있으면 미국 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서버가 초속 7.6km로 지구를 돌고 있다면?
한 바퀴를 도는 데 9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저궤도 위성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브라질, 대서양, 프랑스, 한국 상공을 모두 지나간다. 이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어느 나라 법을 따르는가.
현재 우주법의 기반은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다. 이 조약은 위성과 우주 시설이 그것을 쏘아 올린 나라, 즉 발사국의 '관할권과 통제권' 아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발사한 위성은 미국 법이 적용된다. 이론적으로는 깔끔한 원칙이다.
그러나 이 조약이 쓰인 1967년은 냉전 시대 우주 탐사 경쟁의 맥락이었고 위성이 수억 명의 개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유럽 시민의 데이터가 어디서 처리되든 간에 GDPR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한다. 인도의 디지털 개인정보보호법(DPDP)도 마찬가지 원칙이다. 미국 클라우드법(CLOUD Act)은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해외 서버 데이터에 대해 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한다.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궤도 서버에 유럽 시민의 데이터가 있다면 미국 법(발사국 관할권)과 유럽 법(GDPR)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 궤도상에서 데이터 침해 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규제 당국이 조사 권한을 갖는가? 지상 법원이 궤도 위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는 없다.
미국 법무법인 폴리 호그는 이 상황을 두고 데이터 보호 체계가 여러 관할권에 겹겹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법, 발사에 관여한 다른 국가의 법, 그리고 데이터 소유자의 본국 법까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불룸버그 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방안으로 해양법의 '기국주의(flag state)' 원칙을 우주에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기국주의란 배가 공해 위를 항해할 때 그 배가 등록된 나라의 법을 따른다는 원칙인데 이를 위성에 적용해 '디지털 기국' 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룩셈부르크나 일본처럼 우주 사업자 친화적인 법 체계를 가진 나라에 위성을 등록하면 해당 국가 법을 따르도록 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주권 문제에 민감한 것은 개발도상국들이다. 데이터 현지화 정책은 인터넷 시대에 여러 나라가 자국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해온 수단이다. 자국 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강제함으로써 해외 기업들과의 협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데이터 처리 자체가 궤도에서 이뤄진다면 이 수단은 의미를 잃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프리카 연구원 제인 문가는 "주권은 인프라 소유권과 밀접하게 연동된다"며 "이 인프라를 소유하거나 통치하는 데 참여할 수 없다면 개발도상국들은 데이터 생산자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qualyzAI의 CEO 올루바요 아데칸비도 "우주로의 AI 컴퓨팅 이전은 전력망이 부족한 나라에는 기회일 수 있지만 발사 능력이 없다면 인프라를 빌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우주 데이터센터 지지론자들은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환경적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주 데이터센터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의 층위가 다를 뿐이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는 약 14,000기의 활성 위성이 돌고 있다. 여기에 스페이스X 100만 기, 블루오리진 51,600기, 스타클라우드 88,000기 계획이 모두 실현된다면 현재 위성 숫자의 70배 이상이 같은 공간을 채우게 된다.
케슬러 신드롬은 1978년 NASA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가 제안한 개념으로 저궤도의 위성과 파편 밀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충돌이 충돌을 낳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 특정 궤도 구간이 사실상 사용 불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IEEE 스펙트럼이 인용한 레오랩스의 내부 보고서는 현재 520~1,000km 고도 구간의 파편 농도가 이미 자율 증식이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궤도 데이터센터들이 목표로 삼는 고도가 바로 이 구간이다. 현재 추적되는 10cm 이상 파편만 50,000개를 넘고 ESA 추산에 따르면 1mm 이상 파편은 1억4000만 개에 달한다.
(사진 출처: Gemini AI 생성)
또한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불타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오염물질을 남긴다. 남캘리포니아대학교와 국제지구물리학연구연합(AGU)의 연구에 따르면 250kg 위성 한 기가 재진입 시 약 30kg의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 나노입자를 대기권에 방출한다.
알루미나는 오존층 파괴를 촉진하는 화학 반응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2022년 기준 재진입 위성이 대기권에 방출한 알루미나는 이미 약 17톤에 달했다. 현재 계획대로 메가 위성 군단들이 배치되고 수명을 다해 재진입하기 시작하면 이 수치는 연간 360톤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의 연구는 이 수준의 알루미나 배출이 극지방 소용돌이의 속도와 중간권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가 프레온 가스 사용 금지를 통해 오존층 회복에 수십 년을 투자한 성과가 새로운 방식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태양동기궤도에 배치된 위성은 특정 궤도 특성 때문에 지구 그림자에 거의 들어가지 않고 거의 항상 태양광에 노출된다. 이것이 우주 태양광 발전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이 위성들이 일출 전후 2시간 동안 지상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빛나는 점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버드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100만 기 위성이 배치되면 천문학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계획된 메가 위성 군단이 모두 배치될 경우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허블 우주망원경, SPHEREx, 중국의 쉰텐 우주망원경 등의 노출 이미지 중 96%가 위성 궤적에 의해 오염될 수 있다.
DarkSky 인터내셔널은 FCC 의견 수렴 기간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를 공개했다. 미국천문학회(AAS)도 별도 행동 지침을 통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빛 공해는 과학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계 각지의 원주민 공동체가 수천 년간 항법, 사냥, 영적 전통에 활용해온 밤하늘을 훼손하는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같은 기술을 두고 각국이 보이는 반응은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미국부터 보면 현 FCC 의장 브렌던 카는 2026년 초부터 "일단 허용(Default to Yes)" 기조를 공식화했다. 스페이스X의 100만 기 신청서가 접수된 지 불과 5일 만에 공식 심의 대상으로 수리한 것이 이 기조를 보여준다.
과거 FCC가 메가 위성 군단을 소규모 단계적 허가 방식으로 승인해온 관행에서 벗어난 움직임이다. 물론 의견 수렴 과정에서 아마존, 비아샛, 미국천문학회 등이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아직 최종 허가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FCC 의장이 트위터에 "FCC는 스페이스X의 궤도 데이터센터 신청을 환영한다"고 직접 밝힌 것 자체가 신호다.
EU는 속도보다 규범을 택했다. 2025년 6월 유럽 집행위원회는 '유럽 우주법(European Space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EU 내에서 서비스하는 제3국 기업에도 EU 규정을 적용하고, 우주 교통 관리 체계와 지속 가능성 기준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탠퍼드 우주법 학회에 기고한 분석에 따르면 EU는 GDPR이 전 세계 개인정보 보호의 글로벌 표준이 된 경험을 우주에서 반복하려 한다. GDPR이 EU 역내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것처럼 EU의 우주 데이터 거버넌스 기준이 궤도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적용되는 사실상의 국제 규범이 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완전 운영을 목표로 2030년까지 구축 중인 EU의 자체 위성 통신 네트워크 IRIS²는 이 전략의 인프라 축이다.
중국은 국가 지원 기업들을 중심으로 독자 궤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중 기술 경쟁의 맥락에서 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궤도 인프라에 자국 데이터를 의존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민간과 군사 우주 부문을 동시에 조율할 수 있는 중국의 국가 주도 방식은 여러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미국 방식과는 다른 속도와 방향성을 낸다.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케냐 같은 나라들은 이 기술의 직접적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지상 전력망이 열악한 국가들에게 우주 기반 컴퓨팅 인프라는 인프라 구축의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켓 발사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궤도 인프라를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인프라를 소유하지 못하면 AI를 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규칙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 나라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기술보다 규칙이 먼저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확하다. 진짜 어려운 문제들은 기술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누가 궤도를 소유하는가, 어느 나라 법이 우주에 적용되는가, 단일 기업의 수직 계열화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위성 재진입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 기술에서 소외되는 나라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 질문들에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이 없다. 1967년에 만들어진 우주조약은 데이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ITU의 주파수 배분 체계는 위성이 동시에 수십만 기씩 운용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규칙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가다.
현재 그 과정은 주로 미국 기업들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FCC 의장이 아마존을 공개 비판하고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의 논리를 역이용하는 동안 지구상의 대부분 나라는 관전자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이 기술의 소비자가 될 수 있지만 규칙을 만드는 테이블에는 없다.
기술의 완성보다 거버넌스의 완성이 더 어렵다. 인터넷이 그랬고 클라우드가 그랬다. 우주 데이터센터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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