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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전쟁, 세 회사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2)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2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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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보기: AI 챗봇 전쟁, 세 회사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1)

 

그렇다면 이제는 빅테크들이 AI에 접근한 방식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두 사람만 모여도 동상이몽,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데 세계의 IT와 클라우드를 주름잡는 빅테크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당연히 AI를 보는 방향성도 서로 달랐다.

 

왜 챗GPT는 소비자 중심이었나

 

챗GPT는 태생부터 ‘대중형 AI’였다. 오픈AI는 처음부터 복잡한 기술을 전문가에게 파는 대신 일반인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 전략은 마케팅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명확한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속도였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로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픈AI는 이 점을 정확히 간파했다. “논문보다 체험이 빠르다”는 판단 아래 일단 세상에 내놓고 반응을 얻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대화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는 다시 모델을 개선하는 재료가 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먼저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승부의 핵심이라고 본 셈이다.

 

소비자 시장 진출에는 의외의 장점도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챗GPT는 별도의 설치나 인증 없이 웹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바로 쓸 수 있었다. 기업처럼 보안 규정이나 내부 승인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첫 번째 AI”라는 타이틀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덕분에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사용자 수가 1억 명을 넘겼다. 이는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이 출시 당시 기록한 성장 속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리스크 감수의 차이다. 일반 사용자는 AI가 가끔 틀린 답을 내놔도 “재미있네” 하고 넘기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한 줄의 잘못된 데이터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AI는 약간의 실수도 용서되고 다음 기회가 있는 대중 시장을 선점하는 쪽을 택했다. 

 

반면 구글이나 앤트로픽 같은 기업들은 처음부터 정확성과 신뢰성을 우선시해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챗GPT의 소비자 중심 전략은 기술보다 ‘체험’을 우선한 선택이었다. 사람들에게 “AI가 내 말을 이해한다”는 경험을 먼저 심어주는 게 목표였고 그 경험이 곧 브랜드가 됐다. 

 

오픈AI는 기술 완성도를 100%로 끌어올리기보다 ‘지금 이 정도면 된다’는 판단 아래 가장 빠르게 세상과 접촉했다. 그 결과 챗GPT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 자체를 대중의 일상 속으로 밀어넣은 첫 번째 제품이 됐다.

 

왜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 말고 다른 길을 택했나

 

챗GPT가 대중을 향해 달려갔다면 다른 AI 기업들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같은 회사들은 처음부터 ‘기업용 AI’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신뢰성과 보안, 수익 구조를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이유는 돈이다. 소비자 시장은 빠르게 커지지만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무료 버전을 쓰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시장은 다르다.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단가가 높고 장기간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그래서 고객 수는 적더라도 한 고객이 내는 돈이 훨씬 크다. AI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확실한 돈이 되는 기업 시장을 잡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앞서도 설명했듯, 기업 환경에서는 작은 오류 하나가 곧 손실로 이어진다. 대중은 AI 챗봇의 실수를 용서할 수 있지만 기업은 그런 여유가 없다. AI가 잘못된 보고서를 내거나 엉뚱한 계산을 하면 곧바로 비용이 생긴다. AI 챗봇이 고객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앤트로픽은 아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표방했고 구글은 실시간 데이터 접근과 정확도를 강조했다. ‘모든 사람을 위한 AI’가 아니라 ‘문제 생기지 않는 AI’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보안과 데이터 보호’다. 기업은 내부 문서, 고객 정보, 매출 데이터 등 외부로 새면 안 되는 정보로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챗GPT처럼 클라우드 기반의 열린 AI를 쓰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오피스 프로그램과 서버 안에 AI를 통합해 기업 내부에서만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구조는 보안이 강화되는 대신 대중적 확산은 느리다.


이들은 자사 생태계 안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구글은 정보를 더 빨리 찾는 엔진,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을 대신해주는 비서, 앤트로픽은 안전한 조력자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챗GPT가 대중과의 ‘속도전’을 택했다면 다른 기업들은 신뢰와 안정성을 우선한 ‘지속전’을 선택한 셈이다.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는 대신 오래 버티는 길을 택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더 찾을 수 있다.

 

의외의 변수로 떠오른 AI 코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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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챗GPT는 코드를 짜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오픈AI의 목표는 단 하나,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챗GPT가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코드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AI 내부에서도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 단순히 말을 배우던 AI가 어떻게 갑자기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언어모델의 구조 속에 숨어 있었다. 챗GPT는 본질적으로 앞의 단어를 보고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언어보다 훨씬 규칙적이고 문법이 명확한 것이 바로 코드다. 영어 문장은 같은 의미를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파이썬 코드에서는 콜론 하나만 빠져도 오류가 난다. 

 

AI 입장에선 이런 엄격한 문법이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 불확실한 사람의 말보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예측하기 더 간단했던 것이다.


게다가 학습 데이터도 충분히 많았다. GPT-3와 3.5를 학습시킬 때 오픈AI는 인터넷 전역의 방대한 텍스트를 집어넣었다. 그 안에는 깃허브(GitHub)나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의 코드가 대량 포함돼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챗GPT는 세계 수백만 명의 개발자들이 쓴 코드 패턴을 통째로 익힌 셈이다. 그래서 사람의 대화뿐 아니라 함수 구조, 변수 선언, 반복문 같은 프로그래밍의 문법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언어모델의 작동 방식 자체도 코딩과 잘 맞았다. AI는 문맥을 기억하고 앞뒤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코딩이란 본질적으로 이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작업이다. 앞에서 정의한 함수를 뒤에서 호출하고 변수 이름을 통일하며 조건문을 따라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챗GPT는 이런 논리적 일관성을 토큰 단위로 추적하며 유지할 수 있었고 인간 개발자가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정확히 처리했다.


이 모든 것은 철저히 우연에서 시작됐다. 오픈AI 연구진이 2021년 무렵, 실험 삼아 모델에게 간단한 코드를 써보게 했을 때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챗GPT는 문장만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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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오픈AI는 대화형 AI의 부속 프로젝트로 ‘코딩 특화 AI’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코덱스(Codex)였다. 이후 이 기술은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으로 이어지며 AI 코딩 시장의 시발점이 됐다.

 

이 분야를 독보적으로 잘 하는 챗봇 하나가 있다. 바로 앤트로픽의 클로드다. 앤트로픽이 처음 클로드를 내놨을 때만 해도 목표는 챗GPT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용 대화형 AI였다. 하지만 2024년 중반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회사는 어느 순간부터 코딩 분야에서 성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화보다 코드에서 더 안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클로드 3.5 소네트 버전이 공개됐을 때 내부 코딩 평가 점수는 이전 모델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버그를 고치거나 기능을 추가하라는 명령을 이해해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때부터 앤트로픽은 ‘코딩이야말로 우리가 제일 잘하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기능이 바로 ‘컴퓨터 유스(Computer Use)’였다. 2024년 가을,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실제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제어하며 컴퓨터를 다루는 기능을 공개했다. 이는 AI가 개발 환경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완전한 코딩 보조로 진화했다는 뜻이었다. 

 

코드 편집기와 브라우저를 오가며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실행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 덕분에 코딩 업무에서 기존 챗봇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효율을 보여줬다. 이때부터 회사 내부에서도 “대화형 AI보다는 코딩에 집중해 보자”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후 앤트로픽은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2025년 들어 ‘클로드 코드(Claude Code)’라는 이름의 전용 코딩 어시스턴트를 공식화했다. 이제 클로드는 개발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코드를 짜고 고치며 프로젝트를 함께 관리하는 동료로 자리 잡았다. 

 

장기 문맥 기억 기능을 강화해 코드가 긴 프로젝트 파일도 잊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했고 대형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보안 환경까지 맞춰나갔다. 이처럼 클로드의 코딩 특화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된 전략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AI 코딩, 그게 돈이 되나

 

된다, 그것도 많이 된다. 소비자용 챗봇 시장은 화제성에 비해 수익성이 낮았다. 챗GPT처럼 사용자 수가 수억 명에 달해도 대부분 무료로 이용했고 유료 전환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픈AI는 지금도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반면 코딩 시장은 처음부터 달랐다. 사용자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AI가 코드 한 줄을 잘못 짜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더 비싸도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이 시장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증명한 건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깃허브 코파일럿이 2023년 기준 연 매출 10억 달러에 근접하면서 업계는 “AI 코딩은 진짜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 챗봇이 ‘많이 써도 돈이 안 되는 구조’였다면 코딩용 AI는 ‘적게 써도 돈이 크게 들어오는 구조’였다. 기업 단위로 구독이 이뤄지고 개발자 한 명당 20달러 수준의 요금이라도 수천 명 단위의 계약이 반복되면 매출 규모는 빠르게 커진다.


앤트로픽은 이 흐름을 정확히 읽었다. 소비자용 시장에서는 오픈AI와 구글이 이미 강력한 브랜드를 선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딩 시장은 아직 확실한 1등이 없었고 기술력 자체가 곧 점유율로 이어지는 승부처였다. 게다가 개발자 고객은 한번 익숙해지면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인 매출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코딩 시장은 매력적이었다. 일반 대화형 챗봇은 사적인 대화가 많아 학습에 활용하기 어렵지만 코드는 공개 가능한 기술 데이터다. 기업이 코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그대로 모델 개선의 재료가 된다. 데이터 확보와 성능 향상, 고객 유입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앤트로픽은 ‘많은 사람보다 돈을 쓰는 사람’을 택한 셈이다. 대중 시장은 주목도는 높지만 수익성이 낮았고 코딩 시장은 규모는 작아도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매출을 보장했다. 여기에 클로드가 이미 코딩에서 강점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방향을 틀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다고 소비자 대상 챗봇 시장에서는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챗GPT가 2025년 10월 현재 수많은 부가 서비스를 출시하며 수익성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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