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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가 주장하는 AI 거품, 어떤 관점일까

  • 고건 기자
  • 입력 2025.11.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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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다시 시장 경고음을 울렸다. 최근 버리는 AI 산업에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분석을 공개했고, 이 발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논쟁을 촉발했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큰 수익을 거둔 인물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의사 출신으로 자산운용사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직접 운용해왔으며 시장 내 거품 신호와 회계적 왜곡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투자자로 평가된다.


버리는 그동안 시장을 향한 경고와 공매도 포지션으로 여러 차례 화제를 불러왔지만 최근에는 성과가 부진하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해 팔란티어(PLTR)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9억 달러 규모의 풋옵션을 매입했다가 주가 급등으로 손실을 본 사례가 시장에 회자되면서 그의 최신 발언 역시 “또다시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반응을 불러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버리가 지나치게 빠른 시점에 베팅하는 경향이 있어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이 시장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버리가 과거 금융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거품의 근원을 찾아내며 체계적인 분석 능력을 입증한 전례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와 회계자료를 우선시하는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고 기업 실적의 기초가 되는 숫자 구조를 최대한 정확하게 검토하는 방식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 이번에도 그는 AI 열풍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빅테크의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버리는 현재 AI 산업이 시장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기업들이 과도한 설비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해석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규모 GPU·서버 자산이 기업 장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가상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가장 쉽게 말하면 “AI 붐을 설명하는 실적이 과도하게 포장돼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버리의 최근 성과가 부진하다는 것을 근거로 그의 발언을 가볍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그의 문제 제기가 일정 부분 유의미하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버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근거 없이 발언하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투자 전문가는 “AI 관련 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이러한 견제성 발언은 오히려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리가 문제삼은 부분

 

마이클 버리가 이번 논쟁에서 가장 강하게 지적한 부분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는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재무제표에서 서버와 GPU의 감가상각 기간이 일제히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 과정이 기업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GPU 같은 고가 장비를 구입하면 이를 한 번에 비용 처리하지 않고 일정 기간에 나누어 비용으로 계상하는데, 감가상각 기간이 늘어나면 연간 비용 부담이 줄고 이익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0억 원짜리 서버를 도입했다고 가정하면 통상 5년에 걸쳐 매년 200억 원씩 비용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감가상각 기간을 10년으로 늘릴 경우 연간 비용은 100억 원으로 줄어들고 줄어든 100억 원은 고스란히 이익에 반영된다. 실제로 현금이 더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장부상 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버리는 “최근 몇 년간 기술 수명과 경제적 활용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들이 오히려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메타는 네트워크 장비 수명을 3년에서 5년 반으로 늘렸고, 구글은 3년에서 6년으로, 오라클은 5년에서 6년으로 변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역시 같은 방향으로 조정한 사례가 있다. 

 

버리가 문제삼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감가상각 기간 조정으로 인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실제보다 약 1,760억 달러의 비용이 장부에서 빠져나가게 되며 그 결과 기업 이익은 과대계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오라클의 경우 감가상각 비용 조정으로 이익이 약 27%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메타 역시 20% 이상 추가 이익이 반영된 듯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산업은 GPU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교체 주기 또한 짧아지는 분야인데 장부에서는 5~6년 동안 사용 가능한 자산으로 처리한다면 실제 시장 가치와 회계상 자산 가치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감가상각을 뒤로 미루면 장부상 이익은 증가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는 다르다. 버리는 이 같은 회계 방식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결국 손상차손(impairment) 형태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급격한 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실제 경제적 수명을 과대평가한 자산을 계속 끌고 간다면 언젠가 시장 가치와의 괴리를 한꺼번에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현재 시장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높은 가치평가를 지탱하는 핵심 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의 실적은 기술 성장이 아니라 회계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버리의 문제 제기는 빅테크의 공식 실적 발표가 갖는 신뢰성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어서 시장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은 감가상각 기간이 길어진 이유로 GPU 내구성과 사용 효율 개선을 들고 있지만 버리는 이러한 설명이 실제 경제적 수명 단축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AI 서버와 GPU의 감가상각이 무슨 관계인가.

 

AI 서버와 GPU의 감가상각 기간을 둘러싼 논쟁은 기술의 물리적 수명과 경제적 수명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버리는 최신 GPU가 빠르게 구형화되는 시장 구조를 근거로 감가상각 기간을 5~6년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비디아 H100이 출시된 지 3년 만에 블랙웰 GPU의 등장으로 최대 30배에 달하는 성능 차이가 발생했다며 “이 정도 격차가 나타나는 시장에서 구형 칩이 동일한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는 GPU가 5년 이상 문제 없이 작동할 수 있지만 버리가 강조한 ‘경제적 수명’은 장비가 기업 수익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버리의 주장은 이렇다. GPU 임대료가 H100 기준 출시 초기 시간당 8달러에서 최근 2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진 사례가 있는데, 동일한 장비가 벌어들이는 현금이 3년 만에 4분의 1로 감소했다면 이미 감가상각은 사실상 끝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H100과 같은 구형 GPU가 모델 학습용으로는 경쟁력을 잃었지만 추론(inference) 작업에서는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고 지적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최신 GPU를 학습용으로 투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구형 GPU는 사내 서비스나 단순 처리량 중심의 추론 작업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들은 “장비가 실제로 폐기되는 것이 아니므로 잔존가치를 고려하면 5~6년 이상의 사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버리는 성능 대비 수익성 하락이 장비의 경제적 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며 이러한 반박이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고 반응했다. 

 

GPU가 물리적으로 10년 버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그 GPU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AI 산업의 기술 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구형 장비를 추론용으로 돌린다 해도 수익성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테크가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상당수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당시 최신 칩이었던 H100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이 인프라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은 맞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은 효율을 갖춘 신형 GPU가 등장하면 구형 장비의 경제적 활용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누구 말이 맞는 말일까.

 

AI 인프라 감가상각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버리의 주장과 빅테크의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버리는 기술 발전 속도가 급격한 상황에서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는 것은 실질가치와 장부상 가치의 괴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지만 기업들은 GPU 내구성과 운영 환경 개선을 근거로 감가상각 기간 조정이 정당한 변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타와 구글,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은 자사 장비의 실제 사용 가능 기간이 늘어났고 효율성 또한 개선되었다고 설명하며 “회계적으로 과도한 조정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버리는 이러한 설명이 경제적 수명 감소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GPU의 물리적 내구성은 의미가 제한적이며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이 빠르게 약해지는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오히려 감가상각 기간이 짧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장비를 추론용으로 재배치하는 등 실제 활용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감안하면 감가상각 기간 연장이 터무니없는 판단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설비가 최신 칩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수준의 연산 장비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기술 주기가 과도하게 짧아진 AI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제 하에 감가상각 기간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일부 중견 AI 인프라 업체는 감가상각 조정폭이 빅테크보다 훨씬 커 실적 왜곡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처럼 양측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빅테크의 감가상각 기간 조정이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술 발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흐르는 AI 시장에서는 장부와 실제 수익 구조의 괴리가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감가상각 기간을 다소 낙관적으로 설정했다 해도 현금창출 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겠지만 규모가 작은 AI 인프라 기업이나 수익 기반이 취약한 업체들은 동일한 회계 조정을 적용할 경우 실적 왜곡 폭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버리가 지적한 ‘실적 부풀리기 효과’는 당연히 높은 매출 성장률에 전사적 역량을 밀어넣는 중소형 기업에서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AI 열풍을 근거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기업일수록 감가상각 조정이 끝나고 실제 수익성이 드러나는 시점에 더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장기간 연장된 감가상각이 누적될 경우 장부상 자산 가치와 시장 가치의 괴리가 점차 확대되는데, 이 격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결국 앞서도 말한 손상차손 형태로 한 번에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통신사 월드컴이나 셰일오일 업체들이 장비 자산가치를 과대평가했다가 결국 대규모 손상차손을 계상했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AI 산업은 과거보다 GPU 교체 주기와 기술 성능 향상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이 더 일찍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쟁이 기업의 실적 구성과 자산 평가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구조인지, 감가상각 조정이 밸류에이션에 어떤 왜곡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향후 감가상각 조정 효과가 사라지고 기업의 실질 수익성이 드러나는 시점이 오면 중소형 AI 인프라 업체가 먼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충격이 시장에 어느 정도 흡수된 뒤에야 빅테크의 평가가 본격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산업 전반이 고성장 기대 속에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버리의 발언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향후 AI 투자와 실적 해석의 방식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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