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영상, 위성 사진, 통신 기록, 정찰 보고서, 병참 데이터까지 전장에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가 넘친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정리해 판단으로 연결하느냐다. 이 부분의 최선두 주자는 미국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방위산업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다.

팔란티어의 핵심 방위산업 제품은 ‘고담(Gotham)’이다. 고담은 전장을 이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다.
고담의 출발점은 매우 현실적이다. 군과 정보기관은 각기 다른 시스템을 사용한다. 부대별 보고 체계가 다르고 정보기관마다 데이터 형식이 다르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실제 작전에 활용하기 어렵다. 고담은 이 흩어진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연결해 보여준다.
지도 위에 부대 위치를 띄우고 그 위에 드론 영상과 과거 사건 기록을 겹쳐 보여주며 특정 지역에서 어떤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지휘관은 여러 문서를 넘기지 않아도 상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고담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고 이제는 생성형 AI 기술도 결합돼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가 쓰는 챗봇과는 성격이 다르다. 팔란티어는 AIP라는 AI 플랫폼을 고담에 연결해 자연어 기반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지휘관이나 분석가가 “최근 72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이상 징후를 요약해달라” 같은 질문을 입력하면 고담은 내부 데이터에 기반해 관련 정보만 골라 정리해준다.
여기서 AI는 이미 존재하는 군 내부 데이터와 센서 정보, 보고서를 기반으로 요약과 패턴 분석을 수행한다. 군사용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 하나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성형 AI도 항상 출처가 확인되는 데이터 위에서만 작동하도록 제한돼 있다.
실제 전쟁과 군사 작전에서 고담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공개된 범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미군의 중동 작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미군과 연합군에게는 작전 지역에서 수많은 드론 영상, 위성 정보, 현장 보고가 동시에 들어온다. 고담은 이 데이터를 한 화면에 통합해 보여주면서 특정 움직임이 과거 패턴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차량 이동이 포착되면 과거 같은 위치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보급 경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고담은 전장 상황을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 참전하지는 않지만 정보를 우크라이나와 때때로 공유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서방 측 정보와 현장 데이터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고담은 전황을 하나의 공통된 화면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공격 목표를 자동으로 지정하거나 무기를 조종하지는 않는다. 대신 지휘부가 전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판단을 내리는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 점이 기존 자동화 무기 개념과 고담의 결정적 차이다.
고담이 방위산업에서 신뢰를 얻는 이유는 책임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최종 판단과 명령은 항상 사람이 한다. 소프트웨어는 정보를 정리하고 설명할 뿐이다. 이 구조 덕분에 군은 AI를 도입하면서도 지휘 체계를 흔들지 않는다. 2025년 기준 미 육군을 포함한 여러 정부 기관이 고담을 장기 계약으로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면적인 시스템 교체 없이 기존 장비와 데이터를 연결해 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센서와 드론이 늘어나면서 전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고 이 복잡함을 관리하지 못하면 기술 우위도 무력해진다. 고담은 방위산업에서 정보가 무기가 되는 시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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