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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AI 데이터센터 '원전 만능론' 깨졌다…빅테크, 결국 가스로 유턴

  • 고건 기자
  • 입력 2026.05.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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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풀어줄 해법은 원자력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가 1년 사이 미국에서만 10기가와트가 넘는 신규 원자력 용량 계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2026년 봄을 지나며 'AI=원전'이라는 공식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원전 건설 일정이 AI 수요 곡선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화려하게 상장했던 원전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빅테크가 결국 천연가스 발전소를 직접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원전 만능론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학습과 추론은 24시간 끊김 없이 돌아가는데, 풍력과 태양광은 바람이 불고 해가 떠 있을 때만 전기를 만들어낸다. 

 

반면 원자력은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한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35년 1300TWh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원전이 유일한 답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펜실베이니아의 폐쇄된 스리마일섬 원전을 20년간 160억 달러에 재가동시키기로 한 계약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 가장 빠른 사례다. 이는 이미 검증된 기존 원자로를 되살리는 방식이라 가능했다. 

 

처음 짓는 SMR(소형모듈원자로·기존 원전을 작게 모듈화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겠다는 차세대 기술)은 사정이 다르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첫 SMR이 가동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8~2030년이고, 본격적인 보급은 2031~2035년에야 가능하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은 SMR은 NuScale 한 곳뿐이고, 구글이 계약한 카이로스파워, 메타가 손잡은 오클로 등 나머지 업체는 모두 인허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규 대형 원전은 더 멀다. 미 상무부와 웨스트하우스가 8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부흥 합의를 맺었지만 지금 당장 착공해도 향후 5~6년 안에 기가와트급 신규 용량은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AI 학습용 데이터센터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은 800메가와트에서 1기가와트 수준이다. 구글은 미국 20개 주에서 63개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짓고 있다.

 

이 시간차를 견디지 못한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AI 원전 테마의 상징이던 SMR 종목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NuScale의 지난해 매출은 3150만 달러로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순손실은 3억55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에서 78% 빠졌다. 메타와 1.2기가와트급 공급 계약을 맺은 오클로도 매출이 전무한 상태에서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페르미아메리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1기 에너지장관 릭 페리가 공동 창업해 텍사스에 11기가와트 규모의 원전·데이터센터 단지를 짓겠다며 지난해 10월 상장했지만 두 달 만에 첫 임차인이 1억5000만 달러 규모 자금 지원 계약을 해지하면서 주가가 81% 폭락했다.

 

빅테크는 결국 천연가스로 회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셰브론, 엔진넘버원과 손잡고 서부 텍사스에 최대 5기가와트급 가스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구글은 크루소와 함께 북부 텍사스 굿나잇 캠퍼스에 933메가와트 가스 발전소를 세운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에 가스 발전소 7기를 추가해 부지 용량을 7.46기가와트로 늘렸다. 이들 발전소 상당수는 공공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기를 꽂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방식이다. 송전망 접속을 기다리면 7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2025년 초만 해도 거의 모든 데이터센터 전력이 공공 그리드를 통과했지만 1년 만에 신규 계획 용량의 약 3분의 1이 그리드와 분리된 '에너지 섬' 형태로 설계되고 있다.

 

원전을 추진하던 업체들조차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SMR 개발사 블루에너지는 GE버노바와 손잡고 2029년 가스 터빈을 먼저 들여 발전을 시작한 뒤 SMR을 나중에 붙이는 'gas-plus-nuclear' 모델을 발표했다. 원전 단독으로는 AI의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상의 자인이다. 

 

영국 가디언이 인용한 한 업계 인사의 표현대로 "AI 수요에 맞춰 원전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물리 법칙과 충돌한다". 원전은 여전히 AI 시대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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