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시작한 생성형 AI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질문을 입력하면 말로 답해주고 글을 써주며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도구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그런 AI를 로봇에 쓴다”는 말을 들으면 말 잘하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팔 달린 기계가 된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2025년 말 현재의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생성형 AI는 로봇 그 자체로서의 역할보다는 로봇을 다루는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는 조수로 먼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로봇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말과 글이 많다. 작업 설계, 동작 순서 작성, 코드 입력, 가상 시험, 오류 원인 분석까지 대부분이 엔지니어의 머리와 키보드에서 이뤄진다. 생성형 AI가 처음 투입된 자리도 이 지점이었다.
대표 사례로 스위스 로봇 기업인 ABB가 있다. 이 회사는 자사 로봇 개발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 기반 어시스턴트를 결합했다. 현장 엔지니어가 “이 공정에서 속도를 줄이려면 어디를 조정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면 관련 설정과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한다.
설명서와 매뉴얼이 말을 하게 된 셈이다. 독일의 산업 자동화 기업 Siemens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공장 제어 코드와 설비 설정은 전문 용어와 규칙이 많아 숙련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생성형 AI를 붙이면 “이 장비를 이런 조건으로 돌리고 싶다”는 일상적인 문장만으로도 제어 코드 초안이나 설정 경로를 제시받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공장을 마음대로 조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종 실행은 기존에 검증된 제어 시스템이 담당하고 AI는 설계와 설명, 수정 제안처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을 줄이는 역할에 머문다.
다음으로 관심이 쏠리는 영역은 로봇의 자율성이다. 말로 지시하면 로봇이 알아서 작업하는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연구 현장에서는 카메라로 보고, 사람의 지시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델이 빠르게 발전했다. 이를 비전과 언어, 행동을 함께 다룬다는 뜻에서 비전·언어·행동 모델이라 부른다. 눈으로 보고, 지시를 듣고, 손발을 움직이는 과정을 하나의 AI가 잇는 시도다.
그러나 공장은 실험실이 아니다. 로봇의 한 번의 실수는 제품 불량과 설비 손상,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생성형 AI가 로봇 관절을 직접 제어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구조는 분업이다. 생성형 AI는 작업을 여러 단계로 나눈 계획을 세운다. 부품을 집고 방향을 맞추며 지정된 위치에 놓고 결과를 확인하는 식이다.
실제 움직임은 미리 검증된 동작 묶음과 기존 모션 제어기가 수행한다. 중간에는 안전 장치가 끼어들어 속도와 힘, 이동 범위를 제한한다. 생성형 AI는 생각과 설명을 담당하고, 실행은 전통적인 산업 제어가 맡는다. 이 구조가 현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연구 단계에서 더 밀어붙이는 시도가 로봇용 대형 모델이다. 미국의 엔비디아는 로봇을 위한 범용 AI 모델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함께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정확히는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상황을 만들어 로봇을 학습시키고 그 결과를 실제 로봇에 옮기는 방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다양한 작업을 목표로 하는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다만 2025년 말 현재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고 시험 라인과 파일럿 프로젝트 중심으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 조립이나 반도체 공정처럼 표준화된 산업 현장 전반에 깔렸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러한 느린 속도와 보수적인 접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데 강하지만 틀렸을 때 그 결과를 즉시 보장하지 못한다. 공장에서는 이 작은 불확실성이 큰 비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공장마다 다른 설비 구성과 조명, 작업 방식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가상 환경에서 잘 되던 방식이 현실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잦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큰 AI가 계획을 세우고 작은 제어 시스템이 실행을 맡는 구조, 그리고 클라우드와 공장 내부 장비를 나눠 쓰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생성형 AI의 산업용 로봇 적용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로봇과 자동화 소프트웨어에 대화형 조수를 붙여 엔지니어의 시간을 줄이는 단계는 가장 실무적으로 도입이 시급한 단계이며, 그래서 이미 빠르게 상용화됐다.
그 다음으로 디지털 트윈과 결합해 로봇 셋업과 변경 작업을 가상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다. 이 역시 확산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서도 일부 스타트업이나 제조업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자연어 지시를 받아 제한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단계로 현재는 안전 장치와 함께 일부 공정에서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챗봇에서 출발한 생성형 AI는 이렇게 현실적인 속도로, 그러나 확실하게 공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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