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미지를 그리는 속도는 오랫동안 정체되어 왔다. 더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수록 계산은 복잡해졌고 생성 시간은 길어졌기 때문이다.
조명과 질감, 인물의 표정, 배경의 공간 관계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하려면 모델이 텍스트를 해석한 뒤 이를 시각적 구조로 변환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은 수많은 연산을 필요로 했고, 특히 고해상도 이미지일수록 처리해야 할 픽셀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기존 이미지 생성 모델들은 대개 ‘확산(diffusion)’ 방식에 기반해 작동했다. 이는 노이즈 상태에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복원해가는 구조로, 수십 단계 이상의 반복 연산을 거쳐야 최종 결과가 나온다.
단계가 많을수록 디테일은 살아나지만 그만큼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인물 수가 늘어나거나 소품이 많아질 경우 각 요소 간의 위치 관계와 형태를 동시에 계산해야 해 연산 부담이 더 커졌다. 고품질 모델일수록 추론 경로가 길고 계산 비용이 높아지는 이유다.
(사진 출처: 구글 나노 바나나 2)
구글이 이번에 공개한 ‘나노 바나나 2’는 이러한 병목 지점을 크게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번에 처리하는 계산 단계를 줄이고 동시에 여러 작업을 나눠 처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반복 과정을 줄이면서도 화질 저하를 최소화했다.
기존 ‘나노 바나나 프로’는 고정밀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처리 시간이 길었다. 반면 나노 바나나 2는 프로 모델이 갖고 있던 고해상도 특성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 속도를 끌어올렸다. 512픽셀부터 4K 해상도까지 다양한 크기의 이미지를 지원하면서도 응답 속도를 개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핵심은 ‘일관성 유지 능력’이다. AI가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그릴 때 동일 인물의 얼굴과 복장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사물이 변형되는 문제는 잦았다. 이는 매 단계마다 장면을 새롭게 계산하면서 이전 정보를 완벽히 이어받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었다.
나노 바나나 2는 한 번의 작업 흐름 안에서 최대 5명의 캐릭터와 14개 객체의 형태와 배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반복 연산을 줄이는 동시에 이전 단계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참조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복잡한 요청을 처리하면서도 조명과 질감, 디테일을 동시에 유지하는 능력도 강화됐다.
AI 모델들이 그림 생성 속도와 일관성 유지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정확히 공개된 정보는 없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디퓨전 스텝(step)’을 줄이는 방식이다. 확산(diffusion) 모델은 무작위 노이즈 상태에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복원한다. 이때 여러 단계에 걸쳐 조금씩 노이즈를 제거하는데 단계가 많을수록 시간은 길어진다.
최근에는 이 과정을 줄이기 위해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이 활용된다. 복잡하고 느린 모델이 여러 번에 나눠 수행하던 계산을 더 단순한 모델이 적은 단계로 흉내 내도록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여러 번 생각하던 과정을 몇 번으로 압축하는 셈이다.
샘플링 알고리즘의 개선도 속도에 영향을 준다. 확산 모델은 단순히 반복하는 구조가 아니라 수학적 계산을 통해 노이즈를 점점 줄여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DPM-Solver’ 같은 고속 샘플링 기법이 도입돼 적은 단계로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어떤 샘플링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생성 시간은 크게 달라진다.
고해상도 처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최신 모델들은 이미지를 바로 픽셀 단위로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잠재 공간(latent space)’이라 불리는 압축된 표현 공간에서 먼저 이미지를 구성한 뒤 이를 실제 픽셀 이미지로 변환한다.
계산은 최대한 가볍게 하지만 표현은 정교하게 유지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4K 같은 고해상도 이미지를 만들 때 필요한 연산량을 줄일 수 있다.
여러 인물과 사물이 동시에 등장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은 텍스트와 이미지 정보를 연결하기 위해 ‘어텐션(attention)’이라는 계산 방식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이미지 전체를 한꺼번에 비교하며 관계를 계산했지만 최근에는 필요한 부분에 계산을 집중하는 ‘스파스 어텐션(sparse attention)’ 구조가 활용된다. 중요한 요소에만 연산을 집중하면 속도와 메모리 사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또한 동일 인물이나 사물을 반복해 그릴 때 이전 계산 결과를 다시 활용하는 방식도 쓰인다.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대신, 이전 단계에서 얻은 특징을 이어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일 캐릭터의 얼굴이나 복장이 매번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면서 계산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이들 기술의 공통점은 계산 횟수를 줄이거나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는 데 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 성능을 올리는 대신 모델 내부의 계산 방식을 재설계하는 접근이다.
나노 바나나 2에 어떤 기법이 구체적으로 적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AI 이미지 생성 기술의 발전 방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최적화 전략이 결합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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