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소비하는 최소 단위인 '토큰'을 원유나 금처럼 거래하는 시장이 등장할 조짐이다. 로이터는 28일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가 AI 토큰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선물 상품이 설계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소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토큰은 AI 모델이 정보를 처리하는 가장 작은 단위다. 사람이 챗봇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을 때 오가는 글자는 단어나 단어 일부로 잘게 쪼개지는데 이 조각 하나가 토큰이다. AI 서비스의 사용료는 대부분 이 토큰 수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오픈AI는 최신 모델 GPT-5.5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쓸 때 입력 100만 토큰당 5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30달러를 받는다. 아마존의 베드록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도 토큰 단위 과금을 늘리고 있다. 토큰이 AI를 돌리는 '디지털 연료'이자 컴퓨팅 사용량을 재는 잣대인 것이다.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미리 약속하는 계약이다. 원래 곡물 원유 금속처럼 가격이 출렁이는 상품에 쓰였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값을 미리 고정해 손실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AI 토큰 선물은 이 방식을 AI 사용료에 그대로 옮긴 것이다. 토큰 가격은 AI 서비스 가격과 직결되는 만큼 선물 계약을 두면 기업과 투자자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컴퓨팅 비용 변동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상품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컴퓨팅 가격의 심한 변동이 있다. AI 연산을 맡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시간 단위로 빌려 쓰는데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 엔비디아 H100의 시간당 대여료는 시장에 따라 1.40달러에서 4.27달러까지 벌어졌고 최근 일주일 평균만 봐도 2.79달러에서 3.33달러를 오갔다.
상위 모델 H200은 2.34달러에서 5달러 사이였다. 가격이 이렇게 출렁이면 AI 스타트업은 그때그때 부르는 값을 그대로 치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그룹은 이달 12일 GPU 시세 정보업체 실리콘데이터와 손잡고 컴퓨팅 파워 선물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한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도 19일 오른(Ornn)의 컴퓨트 가격지수를 기초로 한 GPU 선물을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 거래소들은 GPU를 빌리는 '연산 능력' 비용에 초점을 맞춘 반면 상하이거래소는 AI 서비스 가격을 매기는 '토큰' 자체를 겨냥했다는 점이 다르다.
중국이 토큰을 택한 데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은 AI를 성장 동력이자 미국과의 경쟁 분야로 보고 컴퓨팅 파워를 사고파는 현물 시장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컴퓨팅 부족으로 일부 중국 AI 업체가 이용자의 사용량을 제한해 온 사정도 배경에 있다.
하시키그룹의 샤오펑 회장은 토큰을 AI 모델을 굴리는 '디지털 연료'이자 원재료에 비유하며 토큰 사용량이 곧 연산 소비량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거래자 입장에서 토큰이나 컴퓨팅을 사고파는 이점은 값을 미리 묶어두는 데 있다. 연료비를 선물로 헤지하는 항공사처럼 AI 기업도 앞으로 쓸 연산 자원의 값을 미리 확정해 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 가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는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도 이달 5일 밀컨 콘퍼런스에서 컴퓨팅 파워 선물이 새로운 자산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칩과 메모리 전력이 모두 부족하다며 기업이 연료나 곡물 가격을 헤지하듯 연산 자원도 거래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상하이거래소의 토큰 선물은 아직 출시 시점도 규제 당국의 심사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중국 증권사 바오청선물은 중국이 3~5년 안에 컴퓨팅 선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이 잘게 쪼개져 있는 점을 걸림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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