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경쟁이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 단계를 넘어 실제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월드 모델(World Model)’이라고 부른다.
AI가 현실 세계의 구조와 변화를 내부적으로 모델링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로봇과 자율주행, 3차원 콘텐츠 산업까지 연결되는 기술로 각광을 받으며 2025년 말부터 주요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이 동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사실 월드 모델은 AI 연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산업계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생성형 AI가 언어와 이미지 생성에서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자 다음 단계로 ‘세계 자체를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하는 AI’ 개발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언어 모델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구조라면 월드 모델은 특정 행동이 현실 환경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AI가 세상의 물리적 규칙과 공간 구조를 학습한 뒤 미래 상태를 계산하는 구조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구글 딥마인드다. 딥마인드는 2025년 8월 ‘지니3(Genie 3)’라는 월드 모델을 공개했다. 텍스트 명령만으로 가상의 세계를 생성하고 사용자가 그 환경을 탐색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환경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모델이다.
이 시스템은 수 분 이상 지속되는 일관된 환경을 생성할 수 있으며 초당 수십 프레임 수준의 영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딥마인드는 이 기술이 로봇과 자율 시스템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구글 계열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는 2026년 2월 ‘웨이모 월드 모델’을 공개했다. 실제 도로에서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환경을 생성하고 다양한 교통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웨이모는 실제 도로 주행 약 2억 마일의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에서 가상 환경에서는 수십억 마일 규모의 주행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희귀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엔비디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Cosmos)’라는 플랫폼을 통해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한 월드 모델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피지컬 AI’라고 부른다.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 시스템을 학습시키기 위해 가상 환경을 먼저 만들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로봇이나 산업용 자동화 시스템을 실제 공장에서 테스트하기 전에 가상 세계에서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관련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한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3차원 공간 생성 기술을 개발하는 월드랩스(World Labs)는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만으로 탐색 가능한 3D 세계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2026년 초 약 1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영상 생성 AI 기업으로 알려진 런웨이(Runway) 역시 ‘GWM-1’이라는 월드 모델을 공개하고 실시간 환경 생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영상 생성 모델을 확장해 가상의 세계 자체를 만드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AI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월드 모델은 차세대 AI 핵심 기술로 언급된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로 활동했던 얀 르쿤은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물리적 환경을 예측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최근 새로 설립한 AI 연구 기업에서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기술이 초기 단계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 공개된 AI 연구 벤치마크에서는 현재 월드 모델들이 시각적으로는 설득력 있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실제 행동 계획이나 물리적 예측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적인 시간 흐름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하거나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을 안정적으로 예측하는 능력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 산업에서는 현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가상 환경에서 수십억 번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월드 모델이 등장하면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게임과 영화, 3차원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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