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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을 준비하는 미국의 희토류 독립 운동 (2)

  • 고건 기자
  • 입력 2025.11.20 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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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보기: AI 패권을 준비하는 미국의 희토류 독립 운동 (1)

 

다시 미국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미국은 30년 전 세계 최대 생산국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희토류 공급망에서 사실상 ‘정련 공백’을 가진 국가였다. 마운틴패스 광산은 살아 있었지만 원광을 중국으로 보내 정련하고 다시 들여오는 기괴한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2025년 4월 중국이 미국산 희토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 회로는 멈췄고, 미국은 이제서야 공급망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정부가 파악한 문제의 핵심은 간단했다. 광산만 운영하는 산업은 희토류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련과 합금, 자석 제조, 모터·정밀부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추지 못하면 국내 생산을 늘려도 전략적 자립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지금 벌이고 있는 공급망 재건 작업은 바로 이 ‘30년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이다.


정련–합금–자석의 ‘사라진 30년’을 되찾기 위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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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희토류 산업의 중심은 마운틴패스를 운영하는 MP 머티리얼즈이다. 이 회사는 2024년 본격적으로 정련 시설을 가동해 NdPr(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 생산을 재개했고 텍사스 포트워스에 ‘Independence’라는 이름의 금속·자석 일괄 생산 공장까지 세웠다. 

 

이 공장은 2025년 들어 시제품 수준에서 상업 생산 단계로 진입했으며, 국방부와 함께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 대형 자석 공장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량이다. MP가 2025년 상반기 생산한 NdPr이 수백 톤 규모인 데 비해, 같은 해 중국의 NdFeB 자석 생산량은 30만 톤을 넘어선다. 미국이 뒤늦게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지만 중국이 이미 만들어놓은 거대한 산업 규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공급망 재건 방식


정권에 따라 방식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인프라법, 에너지부·국방부의 보조금 프로그램을 동원해 광산·정련·재활용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푸는 방식이었다. 공급망 보고서와 기술 지도도 연이어 발표하며 산업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직접적인 방식이다. 2025년 재집권 이후 핵심광물에 대한 232조 안보조사를 발동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과 수입 규제 강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공급망을 되찾기 위해 관세와 규제, 행정명령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2025년 11월 중국과 희토류·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핵심 광물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도 단기적 충격을 피하며 자국 프로젝트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완성형 공급망’까지는 아직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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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희토류 기업은 MP만 있는 것이 아니다. USA Rare Earth는 오클라호마에서 NdFeB 자석 생산을 시작해 2026년까지 연간 5천 톤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텍사스 라운드톱 광산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는 ‘광산-정련-자석’의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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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25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기업은 북미 최대 규모 자석 공장을 건설 중인 Vulcan Elements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 건설 중인 이 공장은 약 9억 달러 규모로 중국 외 지역에서 최대 생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25년 11월 Vulcan과 ReElement에 총 7억 달러가 넘는 대출·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며 사실상 ‘전략 산업’ 지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기업 수가 늘었다고 해서 밸류체인이 완성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합금 분말의 품질, 자석 제조 장비, 고온 소결 공정, 모터 부품사 인증 등 밸류체인 중간 단계들이 비어 있는 상태가 많고, 상당수 장비 공급사가 여전히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가장 뒤늦게 뛰어든 영역,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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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은 미국이 가장 늦게 손댄 분야이지만 앞으로 전략적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2025년부터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분리하는 스타트업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인디애나의 ReElement는 재활용 공정을 상업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폐모터·폐자석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전자 폐기물 업체들과 협력하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는 광산 채굴만으로는 AI·전기차·풍력 산업의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활용이 당장 중국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제2의 공급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미국이 가장 의지하는 분야가 되고 있다.

 

미국 희토류 공급망의 영원한 난제

 

미국이 진정한 독립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선 몇 가지 현실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비용이다. 방사성·중금속 폐기물 처리 규제가 강해 중국식 정련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원가가 크게 상승한다. 

 

둘째는 인력과 장비다. 희토류 정련·자석 설비는 수십 년간 중국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돼 있어 미국 기업이 필요한 장비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셋째는 산업 완결성이다. 희토류 금속만 생산해선 의미가 없으며, 이를 가공해 모터와 발전기, 방산 부품을 만들어줄 중간 산업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가장 큰 원인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희토류 정련 공장을 거의 모두 폐쇄했고 그 결과 정련 설비를 제작할 기업, 공정을 운영할 인력, 자석을 가공할 중간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사라졌다. 

 

중국이 정련과 자석 산업을 30년 넘게 키우는 동안 미국은 사실상 경험과 기반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정련 장비의 글로벌 공급망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용매추출 장비, 분리 설비, 고온 소결로 등 핵심 장비의 80~90%가 중국과 일본 업체가 생산한다. 미국 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싶어도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서 주문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중국이 수출 승인을 늦추거나 우회 규제를 적용하면 프로젝트 일정이 바로 흔들린다. 미국이 자체 장비 산업을 다시 만드는 데에는 최소 수년 이상의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인력 부족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희토류 정련과 분리 공정은 수십 단계의 반복적 화학 처리를 요구하는데 미국은 이 분야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거의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현장 경험을 가진 인력이 수천 명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세대 단절로 인해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기술 이전을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희토류 정련 기술은 전략 기술로 분류돼 중국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조차 제한되기 때문이다.


산업 완결성의 부재도 치명적이다. 희토류 금속을 생산해도 이를 합금, 자석, 모터, 발전기, 정밀부품으로 이어줄 중간 산업이 미국 내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석을 만들 장비도 부족하고 이를 사용해 모터를 제작할 기업도 제한돼 있다. 산업 생태계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는 희토류 금속 자체를 미국에서 생산해도 결국 해외로 원료가 다시 흘러가며 전략 자립이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의 강한 환경 규제는 정련 공정의 경제성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정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성 폐액과 중금속 슬러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처리 비용이 높아 중국보다 원가가 수배 높아지는 구조가 나타난다. 정부 보조금 없이 민간이 단독으로 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미국의 희토류 자립이 더딘 근본 이유는 산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산업을 ‘통째로 잃어버린’ 데 있다. 장비와 인력, 중간 생태계, 비용 구조까지 모두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가 한꺼번에 겹쳐 있어 단기간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의 공급망 재편은 시작됐지만 아직 절반도 오지 못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수출 규제 중단 덕분에 숨을 돌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련·합금·자석을 모두 미국 땅에서 일관생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략적 자립이 가능해진다.

 

미국이 자립을 선언하기 위해선 이 중간 공정을 자국 내에서 완결시키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며 이는 보조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AI, 전기차, 방산 산업이 확장될수록 희토류 수요는 더 커지고 공급 병목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지금 미국이 확보한 1년의 ‘시간’은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여유이지만 실제 산업 기반을 따라잡기까지는 최소 수년 이상의 기술·인력·장비 축적이 필요하다.


중국의 지배력과 미국의 추격이 교차하는 이 구조는 향후 10년간 더 치열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일시적 안정이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희토류를 둘러싼 패권 경쟁은 이제 막 본격적인 장기전에 접어들었고, 이대로 끝날 수가 없다. 끝도 아니며, 심지어 끝의 시작조차 아니다. 아마도 시작의 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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