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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정말 미국을 살렸나? 트럼프의 관세가 보여준 결과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0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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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2025년 4월 전 세계 증시와 경제를 뒤흔들었던 관세 파동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높은 관세를 밀어붙였을 때, 당시의 명분은 분명했다. 미국 안에서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고용하고 더 튼튼한 재정을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관세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붙는 일종의 추가 세금이기 때문에 이 세금을 올리면 정부 수입이 늘고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바로세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처음엔 이 메시지가 지지층에서 꽤 힘을 얻었다. 미국 내부의 공장을 되살리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듣기만 해도 시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말 현재 나온 숫자들을 보면 이야기 흐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관세를 많이 걷어서 정부의 세금 수입이 늘어난 건 맞는데 그만큼 경제 전체에서는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연달아 나오는 중이다. 

 

관세가 붙으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미국 내 기업들이 더 비싼 재료를 써야 하고 소비자도 더 비싼 물건을 사야 한다. 관세를 올렸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바로 이런 가격 상승인데 실제 조사에서도 이 부담이 중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는 좀처럼 힘을 되찾지 못했고 생활비 부담은 다시 올라갔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관세로 확보한 세금보다 이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관세 자체가 산업을 보호하는 도구이면서 정치적 메시지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관세가 얼마나 걷혔느냐보다 이 체제가 미국 경제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다. 이번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는 관세와 함께 하는 미국 경제의 향방을 깊이 들여다본다. 

 

“관세로 미국을 다시 살린다”라는 약속의 시작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다시 높은 관세를 꺼내든 이유는 미국 경제가 안고 있던 문제를 관세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물가가 안정되지 않았고 제조업 회복도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연방 재정적자는 매년 불어나고 있었고 의회는 추가 재정지출에 부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이 관세를 선택한 이유는 관세가 법 개정 없이 즉각 시행할 수 있고 시행 직후부터 정부가 세금을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건에 붙는 추가세금이기 때문에 수입 규모가 큰 미국에서는 올리기만 해도 곧바로 세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관세를 올리면 정부 재정이 숨통이 트이고 제조업에도 돈을 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또 하나의 배경은 미국 내부에서 쌓여왔던 불만이다. 미국 제조업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생산기지에 밀려 쇠퇴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값싼 수입품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목소리도 컸다. 트럼프 진영은 이 감정을 정확히 짚어냈고 관세를 “빼앗겼던 산업을 되찾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경고가 반복되면서 관세는 산업 보호 정책의 상징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이 메시지는 제조업 지역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먹혔고 정치적 동력도 여기서 확보됐다.


또한 관세를 통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미국은 오랫동안 무역수지 적자를 놓고 불만을 제기해왔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높여야 상대국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관세가 경제를 바로 세울뿐 아니라 외교 카드로도 유용하다는 설명이 이어지면서 정책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이 때문에 관세는 세수 확보 수단, 제조업 보호 정책, 정치적 상징, 대외 압박 전략이라는 네 가지 목적이 한꺼번에 얽히며 빠르게 확대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관세로 미국을 다시 살린다”는 구호는 현실적 효과가 검증되기 전에 이미 지지층의 확신을 얻었고 관세 정책은 초반부터 강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은 정말 풍년이 됐는가

 

관세를 올리면 정부가 걷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설명은 표면적으로는 사실이다. 실제로 2025년 미국 재무부와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보면 관세 수입이 과거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수입품에 붙는 세금은 들어오는 물량과 세율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수입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세율만 올려도 금액이 바로 늘어난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관세 수입이 크게 뛰었고 2025년에는 이 흐름이 더 강해졌다. 여러 품목과 여러 나라에 동시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면서 세수 증가 속도가 앞선 시기보다 훨씬 가팔라졌다.


2025회계연도 기준 관세 수입은 중간 집계만 봐도 1천억 달러를 넘었다. 일부 전망은 연말까지 2천억 달러에 가까운 규모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고 백악관은 추가 인상 효과까지 감안하면 몇 년 안에 연간 5천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관세 수입만 놓고 보면 이전보다 뚜렷하게 불어난 건 맞다. 숫자 자체는 크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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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piie.com/)

 

하지만 전체 세금 구조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미국 정부가 한 해 걷는 총세수는 약 5조 달러 규모인데 이 중 대부분은 소득세와 법인세와 사회보장세가 차지한다. 관세는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비중으로 보면 3% 전후에 그친다. 

 

다시 말해 관세는 눈에 띄게 늘었다 해도 세금 구조의 중심축이 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관세를 ‘재정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각시키는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반면 실제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관세를 올리면 수입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입이 줄어들면 세율이 높아도 총세수 증가에 제약이 생긴다. 경제학자들이 “관세 수입을 단순히 세율×수입 규모로 계산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5년 들어 미국 기업들이 생산비 부담을 이유로 일부 수입을 줄이거나 거래선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만큼 관세 수입 증가 속도도 예상만큼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미국의 관세 수입은 증가했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규모로 보면 전체 재정 구조를 크게 개선할 정도는 아니다. 여기에 수입 감소 효과까지 고려하면 관세가 오랫동안 안정적인 세수 기반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남는다. 

 

관세의 반작용, 성장 둔화와 생활비 상승

 

한편 미국 경제 전체에서는 다른 신호가 나타났다. 2025년 여러 연구기관과 국제기구가 제시한 분석을 보면 관세가 미국 경제의 핵심 지표들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관세는 수입품에 붙는 추가세금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재료나 부품을 들여올 때 드는 비용이 바로 올라간다. 기업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 규모를 줄이게 되고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함께 떠안게 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경제 전반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약해지는데 지금 미국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바로 여기에 가깝다.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관세 확대 이후 꾸준히 낮아졌다. 예일대 예산연구센터는 2025~2026년 동안 실질 GDP가 0.5%포인트 정도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업률 역시 2026년에는 0.7%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때문에 기업들의 비용이 늘고 생산 계획이 줄어들면 채용이 위축되고 기존 인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제조업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5년 들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여러 달 연속 위축 구간에 머물렀고 산업계에서는 관세 때문에 재료비가 올라 수요가 줄고 생산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보고했다.


생활비 부담도 관세로 직접 연결됐다. 관세가 붙은 제품은 가격이 오르고 이 가격 변화는 수입업자와 도매업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의류, 식료품, 건축자재처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 가격 상승이 반복되면 체감 물가는 더 높아진다. 실제로 금융기관 리포트에서는 관세 확대 이후 식탁 물가와 생활용품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불만은 이 과정을 반영한 것이다.


수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그 결과 미국 기업의 해외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상품 수출이 줄면 관련 산업의 고용과 투자도 영향을 받는다. 

 

세계은행과 IMF는 전 세계 주요국이 서로 관세를 올리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GDP가 몇 년에 걸쳐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관세는 세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부담이 생겼다. 생산비는 오르고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고 수출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것이 관세 정책의 가장 뚜렷한 반작용이다. 2025년 경제 지표들은 관세가 약속했던 “경제 활성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관세는 중국이 내는 세금? 실제 부담 주체는 따로 있다는데

 

트럼프 진영은 관세를 올릴 때마다 “중국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미국은 손해 보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하지만 2025년까지 나온 실증 연구들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관세는 수입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정부에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가장 먼저 미국 기업에 생긴다. 

 

기업이 이 비용을 떠안기 어려우면 도매가와 소매가에 차례대로 반영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올라간다. 연구자들이 여러 품목의 가격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런 전달 경로가 거의 그대로 현실에서 확인됐다.


2018~2019년 미·중 관세전쟁을 분석한 대표 논문들은 수입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파는 가격이 내려가면 중국이나 다른 수출국이 관세 부담을 일부 떠안았다는 뜻인데 당시 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는 관세 부담이 수출국이 아니라 미국 쪽에 그대로 남았다는 뜻이었다. 

 

2025년에도 이 경향은 반복됐다. 미국이 유럽, 아시아 여러 지역에 동시에 관세를 올렸는데 수입가격이 낮아졌다는 징후는 거의 없었다. 결국 세금을 실제로 낸 쪽은 미국 수입업자였고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그 부담을 나눠 맡게 된 구조다.


이 부담은 모든 소득계층에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소득이 낮을수록 생활필수품에서 수입품 비중이 높다. 식료품 의류 가정용품 같은 품목은 관세가 붙으면 가격이 오르고 이런 비용은 저소득층 가계지출을 더 크게 압박한다. 

 

피터슨 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분석에서는 전면적인 관세 인상 시 소득 하위 50% 가구의 실질 소득이 3% 넘게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위 가구 기준으로도 연간 1천 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추산이 이어졌다. 2025년 들어 관세 범위가 더 넓어지면서 저소득층이 받는 충격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관세로 인해 재료비가 올라가면 공장 운영비와 판매비가 함께 증가한다. 이 비용을 전가할 수 없는 기업은 이익이 줄어들고 고용을 조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과 기계 산업에서는 원가 상승 때문에 미국 내 공장 생산량을 일시 축소하거나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었다. 중소 제조업체는 생산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특정 품목을 아예 수입국을 바꾸거나 라인업을 축소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관세가 “외국에 부담을 주는 조치”라는 설명과 달리 실제 부담은 미국 내부로 돌아왔다. 세금은 미국 기업이 먼저 냈고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가 맞았다. 그 충격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관세가 산업 보호 정책처럼 소개됐지만 2025년까지의 현실은 미국 기업과 미국 가계가 부담을 나눠 들고 있는 형태였다.

 

그럼에도 관세는 왜 유지되나? 세금 이상의 정치와 산업 전략

 

2025년의 수많은 데이터가 관세의 부작용을 보여주는데도 정책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관세가 정치와 산업 전략이 얽힌 도구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관세를 항상 정치적 약속과 지지층 결집 수단에 가깝게 사용해 왔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요구하는 지역에서 관세는 “정부가 당신들의 산업을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공장이 줄어든 지역 유권자들은 정책의 실제 경제효과보다 의지와 상징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관세는 지지층 결집에 매우 효과적인 카드가 된다. 이 정치적 효과는 경제지표가 악화되거나 말거나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관세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같은 전략 산업을 자국에 더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 관세는 해외 제품의 가격을 올려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접근법은 학계에서 논쟁이 많지만 특정 분야에서 일정한 보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공급망을 여러 국가로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장기 전략과 연결된다. 관세가 실제로 산업 유치를 완전히 해결해주진 않지만 기업들이 생산지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신호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외교적 계산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은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상대국의 기술지원 보조금 무역장벽을 문제 삼고 이를 고치도록 압박하려 한다. 

 

상대국은 미국 시장 접근이 막히면 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오게 된다는 논리다. 이 방식은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자주 쓰여 왔고,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다시 올리면서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에도 압박을 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들이 겹치면서 관세는 부작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완벽한 정책은 아니지만 정치적 메시지 산업 보호 외교 협상 재정 관리가 모두 얽히면서 관세 이슈는 우리 생각보다 오래 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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