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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3년 만의 금리 인상,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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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6일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의 첫 인상이다. 연준은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시중에 도는 돈을 줄이고 경기가 식으면 금리를 내려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제를 조절하는 기관이다. 올해 들어 다섯 번의 회의 동안 금리를 그대로 두다가 이번에 방향을 튼 것이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금리는 대출 이자, 예금 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용을 직접 움직여 일반 가계의 지갑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또 이번 인상은 저금리를 강하게 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리고 금리를 올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 시장을 흔들며 하루 만에 주가와 채권 가격을 크게 움직였다. 

 

지금 미국 경제와 정치, 금융시장이 동시에 이 결정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본 기사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뒤에 숨겨진 속사정을 알아본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결정됐나?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15~16일 이틀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5~3.75%에서 3.75~4.0%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융권에서는 0.25%포인트를 25bp(베이시스포인트)라고 부른다. 1bp가 0.01%포인트이므로 25bp는 0.25%포인트를 뜻한다.


표결은 12대 0 만장일치였다. FOMC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위원(비둘기파)과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는 위원(매파)이 섞여 있어 표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7월 회의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동결에 반대하며 인상을 주장해 의견이 나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상에 신중하던 위원들까지 전원 찬성했다. 그만큼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뚜렷했다는 의미다.


연준은 회의 때마다 위원들의 경제 전망을 모은 자료를 함께 내놓는데 여기 담긴 점도표(각 위원이 예상하는 향후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의 중간값은 올해 안에 25bp 추가 인상 가능성을 한 차례 더 시사했다. 남은 회의는 10월 27~28일과 12월 8~9일 두 번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상승률은 연 2%인데 실제 물가는 이 목표를 오래 웃돌았다. 연준이 특히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8월 기준 약 3.6%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격 변동이 심한 식품·에너지를 뺀 근원 지표도 여전히 3% 안팎에서 움직였다. 제롬 파월 전 의장 시절 연준은 한때 고물가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가 물가가 40년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경계심이 작용했다.


두 번째는 에너지 가격이다. 최근 물가를 밀어올린 직접적 원인이 유가 급등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이어지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주유소 기름값뿐 아니라 운송비를 타고 여러 상품 가격으로 번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8월 잭슨홀 연설에서 PCE를 구성하는 199개 항목 가운데 54%가 지난 1년간 3% 넘게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이 일부 품목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경제가 오히려 튼튼하다는 판단이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이 줄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기가 식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연준은 지금 미국 경제가 그 충격을 견딜 만큼 강하다고 봤다. 

 

워시 의장은 소비 지출이 견조하고 기업의 설비 투자가 활발하며 생산성도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업률은 약 4.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구인 건수와 주당 노동시간도 늘었다. 고용 상황이 안정적이니 물가를 잡는 데 힘을 실을 여유가 생긴 셈이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 불안이다. 워시 의장은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유가나 곡물의 현재 가격뿐 아니라,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같은 제품이 실제 매장에 도달하기까지 붙는 가격 차이까지 물가를 밀어올린다는 설명이었다.


시장을 흔든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사실 금리 인상 자체는 시장에 충격이 아니었다. 인상 발표 직전까지 시장은 92% 넘는 확률로 2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된 재료였기 때문에 발표 순간 3대 주가지수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을 흔든 것은 인상 결정이 아니라 그 뒤 열린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었다.


핵심은 워시 의장이 이번 인상을 한 번으로 끝나는 조치로도 앞으로 계속될 긴축의 시작으로도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 있다. 그는 현재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 전 의장 시절 연준은 정책이 "다소 긴축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금리가 이미 경기를 식힐 만큼 높다는 뜻이었다. 

 

반면 워시 의장은 3.5~3.75% 수준에서도 금리가 충분히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번에 25bp를 올려 완화 조치를 한 단계 걷어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향후 금리 경로를 묻는 질문에는 자신은 앞으로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포워드 가이던스) 사람이 아니라며 답을 피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금리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안내해 충격을 줄이는 소통 방식인데 워시 의장은 이 관행 자체와 거리를 뒀다. 

 

연준이 함께 내놓은 점도표가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뒤 2027년까지 금리를 유지한다고 예상한 데 대해서도 그것은 자신의 전망이 아니라 동료 위원 18명의 전망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워시 의장은 5월 취임 이후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합이었다. 금리가 아직 낮다고 보면서도 얼마나 더 올릴지는 말하지 않고 많이 올리지 않겠다는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금리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주가와 채권은 어떻게 움직였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상승하던 주가는 방향을 틀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31포인트, 1.21%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5%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01% 하락으로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같은 날 세 지수의 낙폭이 이렇게 갈린 것은 각 지수가 담고 있는 종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우는 30개 대형주로 구성되는데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주와 전통 산업주 비중이 높다. 이날 하락을 이끈 것이 바로 은행주였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 부담과 대출 부실 위험이 부각된다. 은행주를 모은 상장지수펀드(ETF)는 2.6% 떨어지며 2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금융주 비중이 큰 다우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나스닥이 버틴 데는 개별 종목의 호재가 있었다. 반도체 기업 인텔이 한국의 메모리 기업 SK하이닉스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4% 올라 지수의 낙폭을 메웠다. 

 

원래 기술주는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다고 여겨진다. 기술 기업의 가치는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크게 기대는데, 금리가 오르면 그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값이 깎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도체 관련 호재가 그 부담을 상쇄했다.


이날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사실 주식이 아니라 채권이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시장이 앞으로 물가와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국채를 팔았다는 신호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여러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라 그 파급이 넓다.


이번 사례는 금리와 주식이 무관해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둘이 강하게 연동돼 있음을 보여준다. 예상된 인상은 미리 주가에 반영됐고 실제 변수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기자회견이었으며 그 충격은 업종별로 다르게 전달됐다. 

 

금리 인상은 모든 주식을 똑같이 누르지 않고 은행·부동산·고평가 성장주처럼 금리에 민감한 업종을 더 압박하고, 개별 호재가 있는 종목은 버티게 만든다. 다우와 나스닥의 엇갈린 성적이 그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가 앉힌 워시가 왜 트럼프의 뜻을 거스른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저금리를 원했다. 올해 2월에는 금리 인상을 원했다면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저금리를 이끌어 줄 인물이라는 기대가 워시 임명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임명 전부터 물가에 강경한 매파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취임 전인 연초부터 워시가 트럼프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을 수 있다거나 다음 연준의 움직임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저금리를 기대하고 그를 앉혔지만 워시 본인의 성향은 처음부터 그 기대와 어긋나 있었다. 워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성향대로 움직였고 트럼프의 기대가 빗나간 쪽에 가깝다.


워시 의장이 트럼프의 뜻을 거스른 데는 세 가지 배경이 있다. 가장 먼저 물가 지표다. 8월 소비자물가가 연 3.4%로 뜨겁게 나왔고 유가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는 셈이 된다. 

 

둘째는 연준의 독립성과 워시 본인의 신뢰도다. 시장은 이미 그를 트럼프가 앉힌 인물로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물가가 뛰는데도 대통령의 뜻대로 금리를 움직였다면 연준이 정치에 굴복했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인식이 퍼지면 시장이 미래 물가를 더 불안하게 보고 국채를 팔아 금리가 급등한다. 

 

셋째는 이번 결정이 12대 0 만장일치였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워시 혼자 금리 인상 결정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신중하던 위원들까지 전원 동의했다. 개인의 반기보다는 위원회 전체의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반응은 절제된 편이었다. 파월 전 의장에게는 여러 해 동안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번에는 워시 개인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인상 직후 소셜미디어에 금리를 1% 이하로 빨리 내리라고 요구했으나 워시를 여전히 신뢰한다고 밝혔고 워시가 자신의 말을 듣고 결정한 것 같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신이 지명한 인물이라 전임자 때처럼 공개적으로 몰아붙이기 어려운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연준은 올해 안에 25bp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음 회의는 10월과 12월에 열린다. 10월 회의는 11월 중간선거와 시점이 가까워 건너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12월이 추가 인상의 유력한 시점으로 꼽힌다. 다만 워시 의장이 향후 경로를 명확히 밝히길 거부한 만큼 실제 결정은 앞으로 나올 물가와 고용 지표에 달렸다.


관건은 물가가 잡히는 속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강도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 압력이 이어지고, 저금리를 원하는 대통령과 물가를 우선하는 연준의 긴장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금리 향방은 대출과 예금을 통해 가계의 살림에 직접 닿는 문제인 만큼 남은 두 번의 회의와 그 사이 발표될 경제 지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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