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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해야 증시가 오른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3.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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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들은 상호 공격을 받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S&P 500 지수는 개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종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추가 병력을 파견했다. 전쟁은 3주가 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 증시는 지난 6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수익률이 사실상 -1~2%에 가깝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한 채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하나의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올해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의회 선거다.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일부 의석을 새로 뽑는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18대 214의 초박빙 다수를 유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는 53대 45로 앞서 있다.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제네릭 투표', 즉 지지 정당을 묻는 조사에서 6~14%포인트 앞서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화당에 대한 민심은 나빠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 증시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전후 증시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쟁 중에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무너졌을 때 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대 중간선거 전후로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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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US Bank)

 

역사 데이터를 보면 중간선거 전후 미국 증시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먼저 선거 전이다. 1900년부터 2025년까지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선거 12개월 전 평균 수익률은 연 2.9%였다. 같은 기간 전체 연평균 수익률이 8.9%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블룸버그가 1961년 이후 데이터만 따로 집계한 결과는 더 냉혹하다. 중간선거 전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고작 0.3%였다. 전체 평균인 8.1%와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시장이 싫어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세금 정책이 바뀔 수 있고, 규제 방향도 불투명해지고, 여야 간 정치 싸움도 격화된다. 지금처럼 전쟁까지 끼어 있으면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197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시장 변동성은 그렇지 않은 해보다 약 20% 높다. 증시는 이런 환경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변동성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선거 이후는 다르다. 1900년부터 2025년까지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12.4%다. 1980년부터 2025년으로 좁히면 17.5%까지 올라간다. 블룸버그와 E*TRADE가 1962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16.3%였고 1939년 이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1939년의 예외도 대공황 여파와 2차 세계대전 초기라는 초유의 상황이었다.

 

RBC가 1934년 이후 22차례 중간선거를 분석한 결과는 이 패턴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 S&P 500은 고점 대비 평균 20.6% 하락하는 구간을 반드시 거쳤다. 그런데 그 저점을 찍은 뒤 이듬해 고점까지의 평균 반등 폭은 46.9%에 달했다. 

 

22차례 중 21차례에서 저점은 선거 전에 나타났다. 월가에서 이 구간을 농담처럼 '중간선거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선거가 끝나면 정책 방향이 확정되고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정부 입장에서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시장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략 가늠할 수 있게 되면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미국 US Bank는 125년치 31차례 중간선거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검증한 결과 중간선거 자체가 수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표본이 31개에 불과하고 수익률 분포가 -30%에서 +50%까지 극단적으로 넓어 평균이 실제 경향을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에 증시가 크게 빠진 적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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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US Bank)

 

대표적인 사례 네 가지가 있다. 1930년에는 S&P 500이 29.9% 폭락했다. 원인은 대공황이었다. 1974년에는 31.8% 떨어졌다.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닥친 결과였다. 

 

2002년에는 15.1% 하락했다. 2000년에 터진 닷컴 버블 붕괴의 여파가 이어졌다. 2022년에는 14.6% 내려갔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것이 직격탄이 되었다.

 

네 사례 모두 중간선거가 있는 해였지만 증시 하락의 원인은 대공황, 에너지 위기, 버블 붕괴, 금리 충격이었다. 선거 결과나 정권 교체가 시장을 끌어내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 선거 결과 자체가 시장에 충격을 준 사례는 없을까. 중간선거에서는 사실상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00년 대선이다. 당시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었는데, 플로리다주에서 두 후보의 표 차이가 너무 작아 재검표가 시작되며 소송이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대통령이 누군지 한 달 넘게 확정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정책 방향도, 세금 정책도, 규제 방향도 모두 안갯속이었다. 이 기간 동안 S&P 500은 약 7% 하락했고 변동성 지수 VIX도 급등했다.

 

다만 이것도 완전히 선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는 이미 닷컴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약해진 시장 위에 선거 불확실성이 추가로 충격을 얹은 상황이었다. 결국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해의 증시 하락은 거의 항상 전쟁, 금리, 인플레이션, 버블 붕괴 같은 경제적 사건이 원인이다. 

 

선거 자체가 시장을 파괴한 사례는 125년 동안의 데이터를 뒤져도 찾기 어렵다. 

 

전쟁 중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사례가 있나.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민심이 돌아서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가장 비슷한 사례를 찾으면 2006년 중간선거가 나온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당시만 해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 금방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반군 공격이 이어졌고 종파 간 갈등이 격화됐으며 전쟁은 수렁처럼 길어졌다. 미국인 입장에서는 병사는 계속 죽고 돈은 계속 들어가는데 "그래서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전쟁을 하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이 커졌다.

 

거기에 악재가 겹쳤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연방정부의 대응은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시민들의 분노는 부시 행정부 전체로 향했다. 2006년에는 공화당 인사들과 관련된 윤리·부패 스캔들이 줄줄이 터졌다. 전쟁도 못 끝내고, 재난 대응도 못하고, 워싱턴은 썩어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퓨리서치는 선거 직전 조사에서 이라크 전쟁이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였다고 확인했다. 2006년 선거는 지역구 의원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라 부시 정부 4년에 대한 성적표를 한꺼번에 채점하는 시험으로 돌변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려면 15석만 더 가져오면 됐는데 실제로는 31석을 탈환했다. 공화당 현역을 여러 곳에서 직접 꺾었고, 공화당은 민주당 현역을 단 한 명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상원도 민주당이 가져갔다. 낸시 펠로시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이 됐다.


현재 상황은 2006년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미-이란 전쟁은 3주가 넘도록 끝나지 않고 있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제네릭 투표 기준으로 공화당에 6~14%포인트 앞서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려면 현재 초박빙 다수인 공화당에서 순수하게 5석만 가져오면 된다. 2006년보다 훨씬 낮은 문턱이다.


그래서 2006년 선거 직후 증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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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reenbush Financial Group)

 

결론부터 말하면 S&P 500은 폭등했다.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동시에 잃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초대형 사건이다. 그런데 증시는 충격을 받기는커녕 선거 직후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공화당의 몰락을 악재로 해석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크게 쏠림이 일어나는데 시장은 이를 호재로 본다니,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일까.

 

이유는 월가의 독특한 셈법에 있다. 시장은 당시의 상황을 '분할정부'로 읽었다. 분할정부란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서로 다른 당인 상태를 말한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인데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한 구도가 나왔고, 월가는 이 구도를 오히려 반겼다. 

 

미국에서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원 통과, 상원 통과, 대통령 서명이라는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한다.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다른 당이면 거의 모든 핵심 법안이 막힌다. 

 

민주당이 법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법은 민주당 의회가 막는다. 세금이 급격히 바뀌거나 규제가 갑자기 강화되거나 대형 정책이 불쑥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시장 입장에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재미있게도 해당 논리를 뒷받침하는 장기 데이터가 있다. 1951년부터 2023년까지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단일 정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시기에 8.0%였던 반면, 분할정부 시기에는 9.9%였다. 

 

특히 공화당 대통령에 분할의회 조합일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7.3%로, 공화당이 모든 것을 장악한 통합정부의 14.5%보다 낮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처럼 시장을 직접 흔드는 정책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회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 대통령과 분할의회 조합은 역사적으로 9월 증시 수익률이 가장 낮은 패턴을 보이는 등 특정 시기에 취약한 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은 정치적 교착 상태 자체를 위험보다 안정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20년 후인 2026년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관세, 전쟁, 감세 정책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는 순간 지금의 시장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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