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와이이코노미에서는 재야의 숨은 고수를 초빙하여 그들의 눈으로 본 글로벌 경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다양한 각도의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지면에 싣고자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를 상대로 단체 기합(관세부과)을 강요하며 ‘삥’을 뜯는 삥코노미를 시전하고 있다. 한동안 아랍의 산유국들이 원유 결제통화의 다변화(유로 또는 엔 내지는 바스켓)를 시도하다가 이스라엘-가자 사태와 삥코노미의 등장에 다시 미 달러화로 결제통화를 회귀한 것도 미 달러화 강세의 한 원인으로 눈에 띈다.
하지만, 근본적 질문은 21세기의 GREAT Bubble 및 코로나19 팬데믹 시기(2008~2021년)에 풀린 과잉유동성(국가부채)과 이를 회수하는 방법에 뒤따르는 각국의 손익계산에 있다.
동 기간에 미국 연준(FED)이 공급한 초과 유동성(연방부채/미국단독 기준)은 한화로 무려 1경 원이 넘고, 이러한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전세계가 따라한 것을 감안하면 낮춰잡아도 전세계적으로 3~4경(한화기준) 정도의 과잉유동성(국가부채)가 신규로 지구상에 생성된 것이다.
당대 최고의 연준(Fed) 의장으로 칭송 받는 앨런 그린스펀(Allen Greenspan)이 닷컴버블 당시 경고했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소규모로 비춰질 정도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향후 10~20년간 어떻게 자국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초과유동성 회수 및 부채축소를 무리 없이 매듭지을지가 각국 정치인들의 골치거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과제를 가장 크게 끌어안고 있는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는 '삥 뜯어 빚 갚자'로 단기 해법을 굳히고 있는 듯 하다.
미국정부가 종래에 금과옥조로 밀어붙이던 FTA도 스스로 부인하고, WTO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자가당착의 비난정도는 뻔뻔하게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빚잔치 판을 끝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경제가 근시일내 자생적으로 회생하기 어려운 마당에, 밖에서 뜯어다가 안을 먹여 살리는 철면피적 리더십을 미국인들은 스스로 선택하였고 트럼프를 3선 대통령으로 다시 소환한 이유다.
트럼프는 결코 막가파이거나 바보가 아니라는 점을 對일, 對한국, 對유럽, 對아랍은 물론 심지어 인접최호혜국인 캐나다, 멕시코 등까지 포함하여 무차별적으로 시전한 삥코노미를 통해 증거하고 있다. 미국의 이기적 시각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옹고집은 매우 잘하는 짓이다.
예컨대, 한국에 부과된 투자확약금은 총 2,000억불(최초 미화 3,500억불에서 일부 감액)에 다다르고 이를 10년간 할부로 끊어(매년 200억불) 그나마 데미지 컨트롤을 했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협상 성적표이다.
그런데, 미화 2,000억불이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90년대 초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이라는 작전명으로 미국이 39개국의 다국적군을 불러들여 이라크를 상대로 벌였던 전쟁을 3~4 개 정도는 치를 수 있는 규모이다.
MZ 세대들이 ‘사막의 폭풍’을 예상 밖으로 잘 알고 있는 이유는 히트친 게임 타이틀 중의 하나라는 점이 아이러니이지만 미국은 작금에 한국을 포함한 유수의 유동성 부국들을 상대로 ‘관세전쟁의 폭풍’을 벌여야만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팔아야 살 수 있는 외환 그리고 도박사들
타국의 외환을 팔면 자국 돈이 들어온다는 기본원리가 중요하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를 매각한다면 원화가 들어오게 된다. 즉, 내다 팔 막대한 미 달러화를 가진 자이자 이를 통해 얻어지는 막대한 원화의 사용처를 상시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곳은 수출업체인 삼성, 현대, 한화와 같은 대기업이다.
외환시장의 격동격변에 국익에 반하는 “환투기 세력”의 7~8할 이상이 합법의 외피를 입은 자국 기업이라는 것은 블랙코미디 같은 비밀이다.
수출입 물동량을 가진 대기업은 수출입 현금흐름 이연, 선수금 조건변경 등을 통해 외환 시장에 기록되지 않는 O/B(Over Bought) 포지션, O/S(Over Sold) 포지션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이른바 환(換)테크이다. 역내외 선물환 시장은 이들에게 덤이다.
가끔씩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서 꼬리로 몸통을 흔들어야 할 때 유용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와 한국정부가 합의한 대미 투자확약(매년 약 200억 달러씩 10년 간 투자)은 사실상 한국 대기업의 예외적 O/B(Over Bought) 포지션을 정당화 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불태환 통화인 원화 보다는 완전태환 통화인 미 달러화를 보유하고 싶은 것이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속성인데, 국가간 합의는 이들의 탐욕에 자유이용권을 부여한 셈이다.
시장이 흔들릴 때, 안전자산으로 탈출(Flight to safety)에 있어 대기업들이 앞장서는 것이 상례이거니와 이에 더하여 이들은 합법적 권원까지 부여받은 셈이다.
‘대미투자 준비금’이라는 말로 수출업체는 획득한 미 달러화를 역외에 많이 쟁여놓을 수 있는 변명꺼리가 생겼고, 지금 그러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비슷하다. 유독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가 급격한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환시장에 던져진 진실 게임
현해탄을 마주한 한-일 외환시장에 봄이 오는가? 최고급 정보의 집산지인 외환 시장에 예고편이 있다. 관세전쟁이라는 전쟁이 국가간 합의(제1차)라는 휴전선언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시장은 이에 맞춰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결과는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의 동반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는 듯 하다. 그런데, 마쓰시다(松下) 정경숙 출신의 '다카이치(高市)' 신임 일본수상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듯 하다.
그녀가 취임 일성으로 부르짖은 신(新)아베노믹스의 기치는 '엔 약세/저금리 기조유지/재정살포/Nikkei 급등'이 뒤섞은 희망가이기에 엔화 약세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심지어 '미화 1달러당 250엔'이라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전으로의 극단적 환율회귀를 갈망하는 초극우파의 열성적 지지까지 결합되어 다카이치 내각은 무려 75% 전후의 지지율 고공행진 하에 허니문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부러진 세 자루 화살로 귀결된 아베노믹스의 재탕, 삼탕일지라도 일본은 불행히도 엔저 이외에 다른 옵션이 없다. 아베도, 이시바도 최소한 집권초기에 재미를 톡톡히 본 정책이기에 아베노믹스 베끼기는 다카이치에 쥐어진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에 따라 일본은 한국와 FX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맞춰나가지 않을 동인이 상당하다.
자국에 첨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러 온 외국인 전문인력을 쇠사슬에 묶어 구금한 미국 조지아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용 시장을 밀입국자 내지는 외지인이 침탈한다는 생각은 관세전쟁이 도출한 대미투자의 의무를 이행하는 연계선상에 있던 한국 기업과 전문인력들을 내쫒았다.
궁극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어도 일자리 흡혈귀라는 밀입국자 프레임에 중독된 특정지역의 외국인 증오는 폭증할 수 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출신 컴퓨터공학과 전공의 미국 젊은이가 툭 던진 ‘We have no hope(미국에는 희망이 없어요)’라는 말은 단순한 자조적인 말이 아니다.
AI가 대체한 코딩 등에 따라 컴퓨터공학 전공자에 대한 해고의 광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 인력을 내쫒는다고 똘똘한 일자리에 걸맞는 똘똘한 미국인은 많지 않다는 점도 딜레마다. AI가 불러일으킨 해고 열풍이 외국인 노동자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이 같은 충돌하는 문제들에 둘러싸인 트럼프의 삥코노미는 미국경제의 단기적 실효적 해법으로 명줄이 길어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원달러 1,500 마지노 공방에 불거진 환율공포에 국민연금과 한은(BOK)간의 통화스왑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시전했다. 요지는 국민연금의 대외투자 계정에 소요될 미 달러화를 시장을 거치지 않고, 한국은행과 직거래 하게끔 할 것이라는 점일 뿐이다.
‘KRW Sell, USD Buy’라는 조류의 곁가지에 불과한 국민연금의 대외 투자금을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과 블록딜을 통해 원화약세를 막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상하다. 하지만 영향은 미미하다.
왜냐하면 FX정글의 큰손인 사자와 하이에나는 한국이 자랑하는 국가대표급 수출입 업체들이지 자본수지의 일부에 가담하는 서학개미나 국민연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FX시장 한파에 대한 한가지 방비책, K-FRB
우선 멀지 않은 전례를 복기해 보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르러 러시아 루블화의 대폭락(미화 1달러 대비 25루블 → 134루블)에 직면한 러시아 당국자에 주어진 매뉴얼은 간단했다.
핵심 올리가르히(Oligarch) 여럿에게 ‘쟁여 놓은 달러를 풀라’고 전화를 돌리는 것이다. “환전된 루불을 전쟁통에 어디에 갖다 쓰라고요?”라는 올리가르히들의 볼멘 소리는 당연하다. “자사주 사서 주가를 방어해”라는 당국자의 호령은 거역할 수 없는 모범답안이 된다.
한편으로 날개없이 추락하는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다른 한편으로 주가지수를 올려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거양득 아닌가. 당시 러시아 루블화는 마술처럼 단기 폭락을 멈추었고 1달러당 60루블 선까지 급선회하여 안정세에 진입하였다. 이른바 윈도우 드레싱 수법이다.
한국의 외환당국자들의 손가락도 근질근질해 지는 연말이다. 그런데, 작금의 역내 사정은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다. 달러를 풀라는 전화독촉을 해도 “대미투자 준비용”이라는 배수진에 당국자는 더 진도를 나갈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어느 특정 수출기업만 달러사재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미투자를 집행하여야 하는 숙제가 있는 대부분의 그룹이 공동보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럿이 하면, 공포감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한 수출경쟁국 일본 엔화는 한없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에, cross rate 에서 일견 외환시장이 주는 타당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러시아와 달리 지금의 한국 외한시장에서는 당국자의 엄포성 전화가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원화의 변동성의 축소, 특히 원화의 급절하에 대한 대비책은 이 같은 ‘대미투자용’으로 상정되는 미래의 달러 수요를 상쇄할 ‘달러 저수지’를 구축하는 길에 달려있다. 구조적 천수답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반관반민의 성격을 지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한국판 K-FRB’ 역할을 맡길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정부가 관세협상 와중에 내놓은 비책으로 알려진 ‘연준(FRB)의 통화스왑(안)’에 담은 동일한 메커니즘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복제하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의 핵심은 산업은행의 역할로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정부 협상팀이 그려낸 흐름도 상의 FRB의 기능을 1:1로 등치시키면 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미 달러화 조달창구로 수십년간 정부를 대리해오고 있어, 이 같은 유동성 조달에도 능란하다.
결정만 내려지면 몇 백억불 정도의 정도의 국제채 차입을 통한 유동성 선확보는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BOK와 KDB가 일부 선행 통화스왑(역내)을 통해 달러 종잣돈을 제공해 주는 방법도 임팩트 큰 보족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을 부여 받은 산업은행과 함께 수출입은행 등과 연계하여 가칭 ‘FX안정기구’을 만들어 K-FRB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동 기구와 유수의 달러화 수요가 임박한 수출입 업체가 통화스왑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하는 것도 구상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달러 마이너스 통장에 해당한다.
즉, 동 기구는 기업체의 년간 건별 공급을 조정하여 우선순위 별로 한국 수출입업체의 달러수요에 대한 통화스왑 라인을 제공하면 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이 FX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나라가 유사시 달러 유동성 저수지를 구축해 놨으니 고려시대 호족이 거느린 사병과 같은 민간보유 역외 돈통(offshore treasury)를 없애거나 줄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미래에 언제 있을지 모를 대미투자에 따른 민간의 달러 수요는 나라가 대비해 둘 터이니, 민간은 정상적 수출거래를 하고 밖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국내로 정상 반입하라는 메시지이다. 그동안 이들이 쟁여 둔 달러가 ‘USD sell, KRW Buy’를 통해 풀리면서 FX시장 왜곡을 광명정대 하는데 기여가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9년 1월에 마감될 운명이고, 3선 이상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에 따라 더 연장되지 않기에 현재의 극단적 삥코노미를 다음 정권에서는 채택하지 않을지 누가 알겠는가?
한국이 섣불리 몽유병 환자처럼 묻지마 초저금리 정책을 시전하여 잃어버린 일본의 30년을 준비없이 답습하기 보다는 'K-FRB’가 더 싸게 먹히는 대안이 될 수 도 있다.
※ 기고자: 마이클 S. 켄조(Mike S. Kenzo), 홍콩 섬 불시착 30년 동안 이 골목 저 골목 금융으로 얻어먹으며 생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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