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 신형 잠수함 도입에 나섰다. 국방부는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확보를 목표로 한 ‘캐나다 순찰 잠수함 사업(CPSP)’을 공식화하고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사는 각각 최신형 212CD급과 KSS-III급 잠수함을 제안했으며 캐나다 국내 조선, 방산업과 협력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첫 함정 인도 시점은 2035년 전후로 잡혀 있으며 전체 사업 규모는 최소 600억 캐나다달러에서 최대 840억 캐나다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출처: 자체 제작 이미지)
캐나다가 차세대 잠수함 도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특수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가 캐나다이고 특히 북극해를 끼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기후 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러시아가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는 북극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영유권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필요하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접하는 지정학적 위치도 캐나다 해군에 이중의 부담을 안긴다.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구조에서 잠수함 전력은 ‘보이지 않는 억제력’이자 사실상 유일한 기동 수단이다.
(사진 출처: Gemini AI 생성 이미지)
그러나 현실에서 캐나다 해군의 전력은 심각한 노후화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중고로 들여온 모델로 잦은 사고와 고장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긴 수리 기간 때문에 네 척 중 한두 척만 가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정비에 투입된 비용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에 달했다.
군 내부에서도 ‘운용보다 유지가 더 큰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결국 2030년대 중반부터는 순차적으로 퇴역이 불가피하고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새로운 대형 잠수함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캐나다는 군사 강국이 아니다. 사실상 미국 해군이라는 세계 최강의 전력이 캐나다 영해를 지켜주는 환경에서 굳이 큰 돈을 들여서 잠수함을 교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후 전력을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왜 굳이 새 잠수함을 들여와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캐나다의 특수한 국제 지위가 알기 쉬운 답이 된다. 캐나다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핵심 정보 동맹의 일원이며 동시에 나토(NATO) 회원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핵잠수함 전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작전 능력을 확보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자국형 잠수함을 운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가 현대적인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 동맹 내 위상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북극해로 들어오는 러시아 해군과 태평양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해군을 상대로 한 대(對)잠수함전 수행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 적성국 해군의 핵잠수함에는 핵잠수함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Q2. 그렇다면 왜 지켜야 할 바다가 넓은 캐나다 해군은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지 않을까.
캐나다 해군이 핵잠수함을 배제한 이유는 기술과 자금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전략적 효용과 부담을 따져본 결과 핵잠수함은 캐나다의 작전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핵잠수함은 사실상 무제한 항속거리를 갖지만 원자로 안전 관리와 전용 정비 인프라, 승조원 교육, 연료 해체 문제까지 고려하면 구매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운영비가 뒤따른다.
캐나다는 전 대양을 독자적으로 통제할 의도도 능력도 없고, 실제 임무는 북극해와 주요 항로 같은 전략 요충을 지키는 것이다. 이 구역에서는 고속 장거리 작전 능력보다 저속 운용 시 은밀성과 장시간 대기 능력이 핵심이다. 최신 AIP 잠수함이나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디젤-전기 잠수함은 이런 작전 환경에 최적화돼 있으며 특히 얕은 수심과 제약이 많은 북극에서 실용성이 높다.
동맹 내에서의 철저한 안보 조별과제 구조도 캐나다의 핵잠수함 선택을 굳이 필요없게 만든 요인이다. 미국과 영국이 이미 핵잠수함을 보유해 장거리 심해 감시와 글로벌 작전을 담당하는 만큼 캐나다가 핵잠수함에 중복 투자할 필요성은 낮다.
정치적 부담도 있다. 핵무기 비확산 기조 속에서 원자로를 들여와 운용하는 것은 국내외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캐나다는 막대한 운영비와 정치적 비용을 떠안는 핵잠수함 대신 유지비와 인프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잠수함전 능력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디젤 잠수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뉴스가 굳이 건드리지 않는 지하를 파고듭니다. 다른 기사를 읽고 "근데 그건 왜 그런 거야?" 하고 궁금했는데 정작 아무도 알려주지는 않았던 배경을 설명합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정보부터 오래 써먹을 수 있는 지식까지, 알짜만 모아 담았습니다.
BEST 뉴스
-
정답 찾으려다 해킹까지…스스로 선 넘은 AI 에이전트들, 왜 그럴까?
지난 9월 24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놨다. 오픈AI가 만든 AI가 호주 정부의 메디케어 통계 포털을 스스로 뚫고 들어가 공개되지 않은 자료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 공격은 AI가 혼자 판단한 공격이며 총리는 이를 AI 에이전트가 정부 네트워크를 해킹한 ... -
에이전트 AI가 앞당긴 AGI 시계…어디까지 왔고 어디서 막혔나
사람이 할 수 있는 지적 작업을 거의 모두 해내는 AI를 범용인공지능(AGI)이라고 부른다. 예측 플랫폼 메타큘러스에서 2000명 가까운 예측가가 내놓은 AGI 도래 시점 중앙값은 2020년 2070년 무렵이었다. 이 값은 2024년 2040년으로 당겨졌고 2026년 초 2033년까지 내려왔다. 돈의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
세계 최대 산유국에서 경유값이 갤런당 6.5달러를 넘은 이유
-
파월 후임부터 반도체 관세까지…스카라무치가 베선트·러트닉을 저격한 이유
-
중국의 국산 DUV 도전, 반도체 장비를 둘러싼 미·중 전쟁의 현재
-
분명히 협상하고 휴전했는데...여전히 진전 없는 중동, 무엇이 문제인가?
-
미국-이란 전쟁의 마침표가 한없이 늘어지는 이유, 이스라엘과 레바논
-
15년째 합의문 못 쓰는 NPT, 이란 공습과 북한 묵인이 보여준 균열
-
60년 동맹의 끝...아랍에미리트가 마침내 OPEC을 버린 이유
-
"발전소 날린다"더니 "협상 잘 된다"…트럼프는 도대체 왜 이러나
-
중국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 베이징의 ‘기다림 전략’을 읽다
-
중국의 ‘파트너’ 전략, 유럽에게 통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