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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 고건 기자
  • 입력 2025.09.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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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최근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용자들의 강한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친구 목록 화면은 기존의 단순한 리스트 형태에서 인스타그램을 닮은 피드 구조로 바뀌었다. 친구의 게시물과 프로필 업데이트가 상단에 노출되고 그 사이사이에 숏폼 영상과 광고가 삽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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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카카오톡 공식 홈페이지)

 

카카오톡은 불과 엿새 만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기존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식 피드 구조로 바꾸며 쏟아진 거센 불만에 밀려 결국 원래 방식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는 9월 29일 “지난 23일 업데이트된 카카오톡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친구탭 개선을 추진한다”고 공지하며 첫 화면을 다시 리스트형 친구목록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글로벌 메신저 시장이 이미 보여준 두 갈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어떤 서비스는 순수한 메신저로 남았고 또 다른 서비스는 콘텐츠와 광고를 한데 묶은 거대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카카오톡은 오랫동안 전자에 가까웠으나 최근 들어 후자의 길을 선택하려 한 조짐을 드러냈다. 

 

이용자들의 불만과 별개로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보아야 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카카오톡이 왜 이러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본다.


세계 주요 메신저는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 첫째는 메신저 기능 자체에 충실한 노선이다. 대표적으로 왓츠앱과 시그널이 있다. 둘째는 메신저를 넘어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앱, 특히 소셜 앱으로 진화한 노선이다. 중국의 위챗, 일본의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흐름은 시장 환경과 규제, 수익화 전략, 기술적 제약 등에서 뚜렷하게 갈라졌다.


왓츠앱은 초기부터 단순한 대화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서버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십억 명의 메시지를 안정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구조 덕에 광고나 콘텐츠 피드 없이도 대규모 확장이 가능했다. 2014년 메타에 인수된 이후에도 광고 삽입에는 신중했다. 

 

대신 기업 고객이 고객 응대를 자동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API를 통해 과금을 하고 일부 영역에서만 광고 실험을 이어갔다. 소비자 대신 기업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광고가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고 실제로 메시지 본문에는 광고를 넣지 않았다. 

 

스테이터스(상태 창)나 업데이트 영역처럼 대화와 직접 충돌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왓츠앱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시그널은 더욱 극단적인 사례다.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기부와 보조금으로 서버 비용을 충당한다. 연간 수십만 달러의 운영비가 드는 구조이지만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광고나 추천 알고리즘 같은 기능은 구조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 

 

외부 투자자 압박을 거부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생존 방식으로 삼았고 기능 확장은 철저히 보수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시그널은 단순한 메신저의 상징이자 프라이버시 앱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반대편 노선은 위챗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인터넷 환경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해외 플랫폼이 제약을 받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는 위챗을 생활 필수 앱으로 키우며 메신저를 넘어 결제, 쇼핑, 미니앱, 공공 서비스까지 통합했다. 

 

위챗 페이와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했고 광고와 거래 기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플랫폼 안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정부 서비스 연계도 수월했다. 이는 마치 카카오톡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앱이 지나치게 무거워졌다는 비판은 늘 따라붙었다.


라인 역시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생활 전반으로 뻗어 나갔다. 스티커와 캐릭터 판매로 독자적인 수익을 만들었고 게임, 만화, 쇼핑, 택시 호출 같은 서비스를 붙였다. 광고와 제휴 수익도 크게 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메신저라기보다 포털에 가까운 성격이 강해졌다. 

 

페이스북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광고 플랫폼과 직접 연결되며 기업과 소비자 간 상거래를 유도했다. 스토리와 미디어 공유 기능을 강화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을 극대화했다. 페이스북의 광고 생태계와 기술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확장 노선이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두 노선으로 뚜렷하게 갈라졌다. 왓츠앱과 시그널은 단순함을 고집하며 사용자의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했고 위챗과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와 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어느 쪽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단순 노선은 수익 구조가 제한적이고 슈퍼앱 노선은 사용자 피로와 반발이 크다.


카카오톡은 오랫동안 전자의 노선을 택했다. 2010년 출시 이후 10년 넘게 카카오톡은 메신저 본연에 충실했다. 광고 삽입이나 피드형 콘텐츠 실험은 뒤늦게 조심스럽게 시도됐다. 사용자는 카카오톡을 연락 도구로만 인식했고 회사도 대화 경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익화를 모색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왓츠앱과 시그널 같은 단순 메신저 계열로 받아들여 왔다. 바로 그 점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에 접어들자 카카오에서 마침내 내부적으로 카카오톡 성장의 둔화와 전략 전환의 불가피성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 수는 이미 전체 인구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보급률은 95% 안팎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는 이용자당 평균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존 톡비즈 광고는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무르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분기 5천억 원대 매출 규모는 유지했으나 광고 성장률은 3~4%에 불과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2025년 5월에는 브랜드 메시지를 정식 출시했다. 이는 이용자가 수신 동의한 기업 메시지를 직접 받아보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광고 단가를 높이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6월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간편 광고 플랫폼 ‘이지 애즈’를 선보였다. 광고를 처음 접하는 소규모 사업자도 쉽게 집행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톡 비즈보드와 지도의 광고 예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담겼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숏폼 광고와 피드형 UI의 성과를 참고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정적인 매출 증진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카카오는 2025년 2분기 연결 매출을 약 2조 283억 원으로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859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률은 9% 안팎에 머물렀다. 같은 분기 순이익도 1,718억 원 선으로 발표됐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1조 8,637억 원, 당기순이익은 1718억 원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참고하면 2분기에 들어서며 외형은 소폭 확대됐지만 근본적으로 이익률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IT 기업 전반이 광고와 커머스, 콘텐츠 수익을 다변화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으나 인프라 성격이 강한 메신저 사업에서 높은 마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다.


반면 메타는 전혀 다른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메타는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신저, 왓츠앱을 포함한 ‘패밀리 오브 앱스(Family of Apps)’ 부문 매출을 471억 4,600만 달러로 공시했다. 같은 분기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249억 7,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영업이익률이 50%를 훌쩍 넘어선다. 글로벌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는 플랫폼 파워가 이익률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굳이 메신저 홈 화면을 바꾸면서까지 광고 인벤토리를 늘리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메타와 카카오를 나란히 놓고 보면 수익 구조 차이가 극명하다. 메타는 광고라는 단일 축만으로도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올라섰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순수익으로 챙기는 초고수익 구조를 자랑한다. 

 

반면 카카오는 메신저를 무료 인프라로 제공하면서 서버 운영비와 인건비, 신규 사업 투자 비용이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광고와 커머스, 콘텐츠를 모두 합쳐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현실은 뚜렷한 구조적 한계다. 

 

카카오와 메타가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은 메신저 사업(카카오톡, 왓츠앱)이지만 카카오에게는 없고 메타에게는 있는 것이 소셜 앱(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다. 카카오는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카카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 카카오톡과 별도로 완전히 새로운 소셜 앱을 만드는 것

○ 카카오톡에 소셜 앱 기능을 추가하는 것

 

전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우선 한국이라는 시장 크기가 문제다. 미국처럼 인구가 많고 앱 생태계가 풍부한 곳에서는 신생 소셜 앱이 등장할 공간이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고, 이 앱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소셜 앱을 또 깔아서 또 쓰게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카카오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셈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기존 플랫폼을 버린다는 리스크도 크다. 신규 앱이 실패하면 투자금만 날리는 게 아니라 ‘카카오도 이제 혁신 못 한다’는 인식까지 따라오게 된다. 그러면 기관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은 연일 포화를 퍼부을 것이다.

 

게다가 신생 앱은 초기부터 DAU(일일 활성 이용자), MAU(월간 활성 이용자), 체류 시간 같은 각종 수치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것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페이스북도 수많은 기능을 자사 메신저에 붙이기보다는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드스 등 각 브랜드를 나눠 실험했지만 그 중 실패한 것도 수두룩하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도 매번 성공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국내 기업 입장에서 완전 신규 앱을 성공시키는 것은 게임 하나로 앱스토어 정상을 찍는 것만큼이나 도박에 가깝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플랫폼 간 연결성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주소록 연동, 카카오페이, 카카오맵, 선물하기, 오픈채팅, 쇼핑, 비즈니스 메시지 등으로 생태계를 촘촘히 구성해 놓았다. 여기에 각종 공인인증서, 정부 행정 처리 시스템까지 연결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그런데 새 앱을 만들면 이 모든 것을 다 처음부터 다시 붙여야 한다. 개발 리소스도 천문학적이고 사용자 UX는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사용자 기반을 유지한 채 그 위에서 변형을 주는 쪽이 훨씬 싸고, 빠르고, 안전하다. 그렇다면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친구탭 피드형 개편’ 같은 우회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카카오톡 사례는 글로벌 메신저가 겪는 공통된 딜레마를 보여준다. 왓츠앱과 시그널처럼 단순함을 지키면 신뢰는 확보할 수 있지만 수익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다. 위챗과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처럼 슈퍼앱으로 확장하면 광고와 거래 수익은 늘어나지만 사용자 피로와 반발이 불가피하다. 카카오톡은 오랜 시간 전자의 길을 걸었으나 성장 정체와 수익 압박 속에서 후자의 길을 택하려 했다. 


결국 카카오의 이번 개편은 어디로 가도 막다른 길인 상황에서 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한 불가피한 실험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국내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메신저라는 본질적 도구로 인식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과의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가 오히려 정체성 논란을 키운 셈이다.

 

앞으로 카카오가 신뢰와 수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최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절대 쉽지 않은 길이다.

 

※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맥락을 읽어야 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과거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과거는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눈에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거로 보는 현재의 인사이트를 하나의 기사로 풀어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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