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드디어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2022년 6월부터 2년 넘게 이어온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프로그램이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9조 달러까지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줄이겠다며 매달 국채와 MBS를 시장에 흘려보내던 연준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 경색 조짐이 번지자 결국 브레이크를 밟았다. 12월 1일부터 자산 축소를 중단하고 만기 도래 자산의 재투자를 재개하겠다는 내부 방침이 확인되면서 월가에서는 “양적긴축의 공식 종료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MBS는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의 약자다. 쉽게 말해 집을 살 때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한데 묶어 만든 일종의 채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대출 원리금이 담겨 있고 투자자는 그 상환금에서 이자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정부기관인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등이 이런 증권을 보증하거나 발행한다. 중앙은행이 이 MBS를 사들이면 주택시장에 돈이 돈다. 은행은 대출을 더 내줄 여력이 생기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진다.
그래서 경기 부양 시기에는 국채와 함께 MBS가 양적완화의 핵심 수단이 된다. 반대로 양적긴축을 할 땐 이 자산들을 다시 시장에 돌려보내며 돈줄을 거둔다. 국채와 MBS가 항상 세트로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자산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하나는 정부의 부채를, 다른 하나는 가계의 부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 둘을 얼마나 사고파느냐에 따라 국가와 가계 모두의 자금사정이 바뀐다.
이로써 금리 인하 기대로 이미 흔들리던 채권금리는 더 빠르게 하락했고 연준의 유동성 회수 싸이클이 끝났다는 신호에 글로벌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양적긴축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는 정책이다. 팬데믹 때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던 양적완화의 정반대 개념이다. 중앙은행은 만기가 돌아온 자산을 다시 사들이지 않고 그대로 상환받아 보유 규모를 줄인다.
그렇게 하면 시중은행의 준비금이 줄고 시장에 풀린 돈이 빠져나가며 유동성이 줄어든다. 대차대조표가 작아질수록 금융 시스템에 흐르는 자금의 속도도 떨어진다. 금리를 직접 올리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대출이 어려워지고 자산 가격이 눌린다.
이 때문에 양적긴축은 ‘보이지 않는 금리 인상’으로 불린다. 중앙은행은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매달 얼마만큼 줄일지를 미리 정해 속도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국채 600억 달러, MBS 350억 달러를 상한으로 두는 식이다.
결국 양적긴축은 금리 인상보다 느리지만 꾸준히 시장의 체력을 빼는 방식이다. 반대로 양적완화는 이 과정을 거꾸로 돌려 돈을 다시 풀어 경기의 숨통을 틔우는 정책이다.
연방준비제도가 2022년 양적긴축을 시작한 배경은 팬데믹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이 경제 전반을 과열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연준은 국채와 MBS를 대량 매입하며 대차대조표를 9조 달러 규모까지 불렸다.
이렇게 넘쳐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며 자산 가격을 밀어 올렸고 소비와 투자 열기가 폭발하면서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 뜨거운 자금 흐름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금리 인상은 새로 돈을 빌리는 행위를 억제하는 정책이라면 양적긴축은 이미 풀려 있는 돈을 회수하는 장치다.
전자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고 후자는 바닥에 고인 물을 퍼내는 셈이다. 결국 연준은 단기와 장기를 동시에 조이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금리 인상으로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양적긴축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천천히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이 조합은 초기에 효과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다. 돈이 말라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됐고 그것이 지금의 양적긴축 종료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연준이 양적긴축을 조만간 할 것이라는 신호가 있었나.
2025년 10월 들어 지역은행과 단기자금시장, 그리고 소비자 대출 부문에서 동시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중소형 은행들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과거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 손실 확대와 조달비용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 모닝스타(Morningsta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준비금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압박은 완화되지 않았다”며 일부 지역은행의 자금 여력이 한계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연준이 운영하는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창구를 다시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은행들이 시중 자금으로는 단기 조달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소비자 신용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내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의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대출을 기반으로 한 금융사들이 잇따라 파산을 신고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중고차 금융업체의 파산을 시작으로 일부 은행이 손실을 반영했고 투자자들은 “이 부문에서 추가 도미노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연준의 양적긴축 종료 신호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하는 정책을 동시에 이어가기엔 금융시스템이 버티기 어려운 단계”라며 “연준이 긴축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양적긴축 중단과 기준금리 인하가 상관이 있는가.
양적긴축 중단과 기준금리 인하는 비슷한 방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신호이다. 둘 다 ‘완화적 조치’처럼 느껴지지만 작동 원리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돈을 새로 빌리는 비용’을 낮춰 경기의 속도를 높이는 정책이고 양적긴축 중단은 ‘이미 시장에 있는 돈’을 더 이상 회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나는 속도를, 다른 하나는 연료를 조절하는 셈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이 둘을 동시에 하기도 하지만 꼭 같이 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유동성이 마르고 단기금리가 불안할 때는 양적긴축을 멈춰 시장의 자금흐름을 안정시키면서도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으면 기준금리는 그대로 둘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경기가 식을 땐 금리를 내리면서도 양적긴축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 이건 “돈의 흐름은 조금 더 조여두되 차입 비용은 낮추겠다”는 신호다.
쉽게 말하면 양적긴축 중단은 금융시장의 기술적 안정성을 위한 조치고 금리 인하는 경기 사이클을 완화하려는 정책이다. 같은 방향처럼 보이지만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한 세트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준은 29일 양적긴축 중단과 25bp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지만 동시에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에는 선을 그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12월 기준금리 인하를 지나치게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파월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은 이유는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월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하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낙관적 해석을 차단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조기 인하론을 경계했다. 그는 “지금의 물가 둔화는 고무적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데이터 불확실성’이다. 최근 미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부 경제 통계가 지연되면서 연준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파월은 “안개 속에서 운전할 때는 속도를 줄이는 법”이라며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진 금리 정책의 방향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의 메시지로 보면 연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빠른 금리 인하 사이클을 따르기보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꺾이고 경제가 식는 조짐이 뚜렷해질 때까지는 신중한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달아오른 금융시장에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둘 중에 더 큰 호재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빅테크에 투자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빅테크 기업들에게 훨씬 더 직접적인 호재다. 금리 인하는 기업 가치평가의 공식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대형 기술주는 ‘지금 돈을 얼마나 버는가’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이 내놓을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계산하는데 그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쓰이는 게 바로 ‘할인율’이다.
할인율은 쉽게 말해 “미래의 돈이 지금 얼마의 가치가 있느냐”를 정하는 비율이다. 금리가 높으면 먼 미래의 수익일수록 가치가 크게 깎이고 금리가 낮으면 그 차이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5년 뒤 1000달러를 벌 수 있는 회사가 있을 때 금리가 2%면 그 돈의 현재 가치는 약 905달러지만 금리가 6%면 747달러로 떨어진다. 이 차이만 봐도 기준금리 인하가 왜 성장주에게 절대적 호재인지 이해된다.
양적긴축 중단은 이런 계산식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QT 중단은 “시중에 더 이상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안정 신호일 뿐이다. 즉 시장의 금리 수준이나 할인율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
오히려 유동성 위기가 심해질 때 QT를 멈추면 금융 시스템이 버티는 시간을 벌어주는 ‘응급조치’ 성격에 가깝다. 빅테크 주가에 즉각적인 재평가를 가져오기엔 파급력이 제한적이다. 반면 금리 인하는 이자율 자체를 낮춰버린다. 그러면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할 때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이 회사채의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순이익이 늘어난다. 동시에 시장에서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며 주가에 즉각적인 재평가가 일어난다.
QT 중단은 ‘돈줄이 더 조이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주는 정책이고 금리 인하는 ‘돈이 더 싸졌다’는 신호다.
전자가 시장 불안을 막는 완충장치라면 후자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추진력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 시장 반응에서도 빅테크에 훨씬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언제나 기준금리 인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업종
고금리가 길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식지 않는 상황에서 연준이 양적긴축만 멈춘다면 가장 유리한 업종은 이론적으로는 금융과 에너지, 그리고 산업재 업종이다.
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시장의 돈줄이 다시 돌아오면 자금이 말라가던 기업들이 숨통을 틔우게 된다. 그중에서도 은행 등 금융주는 단연 수혜를 입는다. 높은 금리는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 즉 순이자마진을 두껍게 만들어주는데 양적긴축이 멈추면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줄어들고 조달비용이 안정된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돈을 끌어오는 비용은 낮아지는 구조가 생긴다. 시장의 유동성은 회복되고 은행의 수익성은 높아지는 그림이다.
에너지 업종도 비슷한 이유로 강세를 보이기 쉽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은 결국 원자재 가격이 지금 이상으로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QT 중단으로 시장에 돈이 다시 돌면 원유나 가스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기적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은 석유·가스 기업의 신규 설비 투자 속도를 늦춘다. 결과적으로 공급은 제한되고 수요는 유지돼 가격이 지지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국면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여력이 늘어나며 주주 환원에 나선다.
산업재와 인프라 관련 기업 역시 이런 환경의 수혜를 본다. 양적긴축이 멈추면 재무부의 채권 발행 부담이 줄어 정부의 재정 여력이 커진다. 이는 도로·건설·방위산업 등 실물 프로젝트로 자금이 흐를 가능성을 높인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것도 이들에게는 오히려 명목 매출을 키워주는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이 단가를 밀어 올리면 공사비와 매출이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반면 빅테크에는 이 조합이 손해는 아니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양적긴축이 멈춰 유동성이 늘어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할인율 부담이 그대로 남는다. 밸류에이션이 확장되기 어렵고 성장 스토리보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자금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적긴축 중단을 무조건 호재로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고금리와 끈적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양적긴축 종료라는 혼합 환경에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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