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동맹 역사상 가장 민감한 군사기술 협력의 문턱에 서 있다. 2025년 10월 APEC 정상회의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자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양국 간 방산 협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I have given them approval to build a Nuclear Powered Submarine”이라고 직접 남겼다.
미국 주요 언론은 이를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 공유를 허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자율적 군사력 증강을 용인하는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방위비 분담 확대 기조를 유지하려는 이중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한화그룹이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에 투자한 사실이 트럼프 행정부의 허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실제 협력의 법적·기술적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미 양국이 구체적인 계약서나 기술이전 범위를 공식 문서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단계에 가깝다. 한국 방위사업청(DAPA)은 “프로그램 시작 시점은 조율 중이며 핵추진 잠수함은 설계부터 실전 배치까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된다”고 밝혔다.
논란의 초점은 ‘기술 이전 범위’에 쏠린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와 달리 추진용 원자로를 사용하는 비핵무기 체계지만 핵연료 농축(enrichment)과 재처리(reprocessing) 기술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어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한·미 원자력협정(123 Agreement)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이번 딥 뉴스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해 군사적 지식이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깊이 다루는 기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핵잠수함? 핵미사일 잠수함? 핵추진 잠수함?
용어 정리부터 필요하다. 미국의 함종 분류인 SS, SSN, SSGN이라는 용어로 아주 깔끔하게 요약할 수 있다.
○ SS = Submersible Ship = 재래식 잠수함, 일반 잠수함
○ SSN = SSN(Submersible Ship Nuclear) =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
○ SSBN = 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Nuclear) = 핵미사일 잠수함
우선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개념이 왜 나왔는지부터 살펴보자. 일반 잠수함, 즉 재래식 잠수함(SS)의 연료는 디젤엔진과 배터리이다. 온갖 유해가스가 나오는 디젤엔진을 물 속에서 쓸 수 없기 때문에 물 밖에서 디젤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기차마냥 배터리로 물 속에서 항해하는 방식이다.

디젤엔진은 당연히 산소가 필요하다. 물 속에서 산소를 뽑아낼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잠수함은 며칠마다 한 번씩 수면 위로 떠올라 산소를 가져와야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잠수함만큼 적의 공격에 취약한 무기도 없다. 전쟁이 한창일 때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나 좀 공격해달라고 외치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 위로 올라올 필요가 없는 잠수함을 고안했다. 그것이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SSN)이며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이다.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은 내부의 소형 원자로가 물을 끓여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수개월간 잠수 상태로 작전이 가능하다.
산소 공급이 필요 없고 연료 교체 주기가 길어 은밀성과 작전 지속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이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알려진 것도 바로 이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이다.
반면 핵미사일 잠수함(SSBN)은 엔진이 핵이냐 아니냐보다 그 잠수함이 ‘무엇을 싣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잠수함은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 사실상 ‘바닷속 핵기지’에 가깝다.
미국의 오하이오급(Ohio class), 러시아의 보레이급(Borei class), 중국의 진급(Jin class) 같은 잠수함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핵전쟁 시 지상과 공중을 넘어 해상에서 핵보복 능력을 유지하는 ‘핵 삼축 체계’의 마지막 축을 담당한다.
두 나라가 핵전쟁을 벌일 때 마지막에 이기는 나라는 최후까지 발사할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어딘지도 모르는 바다 속 깊이 숨어있다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마지막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은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기능한다.
재래식 잠수함에도 물론 억지로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는 있다. 소련, 중국, 북한이 과도기적 단계로 이런 방법을 일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산소 공급의 문제 때문에 재래식 잠수함은 위치가 노출되기가 너무 쉽다.
목적으로 따져본다면 숨어있다가 마지막 한 방을 날린다는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고, 효율적인 무기체계라고 하기 어렵다.
결국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이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의 오해 또한 여기서 기인한다. 모든 핵미사일 잠수함이 핵추진일 필요는 없지만 당연히 핵추진이어야만 핵미사일 잠수함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언론 보도에서 단순히 ‘핵잠수함’이라고 표현될 때는 대부분 핵무기를 싣지 않은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SSN)을 뜻하지만 ‘핵무장 잠수함’ 혹은 ‘전략핵잠수함’이라고 할 경우에는 핵미사일을 탑재한 SSBN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이 추진 중인 ‘핵잠수함’ 보유는 핵무기를 갖는다는 뜻이 아니라 핵을 동력으로 쓰는 추진체계, 즉 장시간 잠수 작전이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의미한다.
한국은 이런 핵잠수함을 왜 필요로 할까.
현재 한국이 개발한 모든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이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추진하는 이유는 주변국 대응을 위해서이다. 보통의 정상적인 나라는 영해를 지키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까지 필요하지 않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그런 안이한 태도를 용납하지 못하도록 강요한다.
북한은 잠수함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반복하며 수중 핵전력을 키우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핵추진 잠수함을 실전 운용 중이다. 반면 한국 해군은 여전히 재래식 잠수함에 의존하고 있어 수중 작전의 지속력과 은밀성 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 해군은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고 어차피 한국 해군이 전쟁을 한다면 수심이 얕은 서해나 좁은 남해에서 교전이 일어날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작은 재래식 잠수함은 이런 타이트한 환경에서 운용하기에 충분히 좋은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중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무섭게 성장하고 북한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지작거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한반도 연안에 한정할 수도 없으며 가상 적국들이 그렇게 하도록 놔 두지도 않는다. 특히 중국을 상대로 감시와 정찰을 하는 경우 재래식 잠수함은 산소를 공급할 때마다 레이더와 위성에 노출돼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억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SLBM 발사 징후가 포착될 경우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의 기본 역할은 적의 핵미사일 잠수함 뒤에 계속 따라붙어 ‘적의 행동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 이다. 들키든 말든,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릇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이 소련 핵미사일 잠수함 뒤를 너무 바짝 붙어 따라가다 충돌 사고를 낸 적도 몇 번 있다. 그 정도로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의 역할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동맹 구조의 불확실성이다. 한국은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이 아낌없이 대신 전개해 주는 비싼 무기들의 효과에 의존해왔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 미군의 개입 시기나 범위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취임 이후로는 더욱 이러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한국 해군 내부에서는 장기 잠항이 가능한 독자적 해상 억제 자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일본이 차세대 잠수함 개발에 속도를 내고 호주가 AUKUS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한 상황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요구에 불을 붙였다.
결국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실질적 억제력 확보 ▲장시간 수중 작전 수행 능력 강화 ▲미국 전략자산 의존도 완화 ▲동북아 해양세력 균형 유지라는 네 가지 목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항공모함 도입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중 무엇이 더 급한가.
당연히 핵잠수함이다. 항공모함은 상징성이 크지만 망망대해의 대양에서 전력을 운용할 때 빛을 발하는 무기다. 대한민국은 좁은 연안과 복잡한 해협 지형에서 작전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항공모함은 일본, 중국, 미국처럼 광대한 해역에서 작전할 때 의미가 있지만 한국은 서해·동해·남해가 전부 닫힌 바다이다. 미 해군처럼 항모전단을 이끌고 항공기를 수백 대 띄우는 전략은 지리적으로 비효율적이다.
한국 주변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서 발진시킬 수 있는 전투기는 얼마든지 서산, 군산, 청주 등 지상 공군기지에서도 똑같은 양을 훨씬 더 쉽게 발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동이나 유럽과 전쟁을 할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가상 적국은 지상 발진 전투기로도 충분히 항속거리 안에 들어온다.
우스갯소리지만, 과거에 미군 장군들 일부는 한반도를 ‘가라앉지 않는 항모’ 라고 부르기도 했다(사실 가라앉지 않는 항모의 원조는 일본이다).
굳이 따지면 항공모함은 지상 공군기지가 선제 타격을 받아 기능을 상실할 때 활용할 수 있지만 항공모함을 지키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자산이 똑같은 규모의 지상 공군기지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 또한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항모전단을 유지하려면 하나하나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함재기 수십 대와 그 항공모함을 호위할 군함, 항공모함에 식량과 연료, 무기를 상시 공급할 보급망 등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유지비와 인력 부담을 고려하면 항모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모함은 상대가 눈앞에 있을 때나 위용을 보일 수 있지만 바다 속 깊은 곳에서 핵미사일을 쏘려는 적을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물론 항공모함에도 탑재 헬리콥터나 구축함 등의 대(對)잠수함 전력이 있지만 항공모함의 역할이 잠수함 찾아다니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은 길게는 수 개월 동안 잠항하면서 적의 잠수함을 추적하고 선제적으로 격침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고, 그러기 위해 태어난 무기이다.
사실 항공모함은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 언론 노출이 잘 되고 “대한민국이 대양 해군으로 나아간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지금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핵잠수함 한 척보다 부산 앞바다에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 항공모함이 훨씬 한국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지금 한국은 과시용 전력이 아니라 실전 억제력이 더 절실하다. 북한이 SLBM을 완전히 실전화하기 전에 바다 밑에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핵추진 잠수함이다.
항모는 ‘보이는 위용’이지만 핵잠은 ‘보이지 않는 공포’인 셈이다. 지금 한국 안보 환경엔 후자가 훨씬 더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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