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분쟁은 21세기 자원전쟁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반도체, 전기차, 방산 산업의 핵심이 되는 희토류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세계의 기술 지형이 바뀌었고 두 강대국은 서로를 견제하며 공급망을 무기처럼 휘둘러 왔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 1990년: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외국인 채굴 사업을 제한하기 시작
○ 1999년: 중국이 처음으로 희토류 수출 할당(쿼터)을 도입해서 수출량을 공식적으로 규제
○ 2010년대 초반: 미국 정부가 희토류 및 기타 전략광물의 국내 생산 및 공급망 다변화를 정책 과제로 끌어올림
○ 2012년 3월: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텅스텐·몰리브데넘 수출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 2014년 3월: WTO의 판결에서 중국이 패소 판정을 받아 수출쿼터 일부를 철회
○ 2015년 1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쿼터를 철폐
○ 2019년 5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2천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 관세를 인상, 중국이 보복 조치로서 희토류를 잠재적 압박 수단으로 언급
○ 2025년 4월 4일: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해 수출 통제 발표
○ 2025년 6월 26일: 미국과 중국이 제네바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제한 완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 2025년 10월 30일: 양국 정상 간 회담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을 1년간 중단하겠다는 합의를 발표
○ 2025년 11월 1일: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에 도달하며 중국이 희토류·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 수출통제를 사실상 철폐하기로 합의
2025년 11월 1일의 합의가 갈등의 종착역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긴 분쟁의 “시작의 끝”에 불과하다. 희토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며 중국의 정련 능력 독점은 여전히 유효하고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는 이제 막 기초 공정이 갖춰진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지금 당장 관세와 규제가 풀리는 듯 보이지만 양국의 전략적 긴장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더욱이 희토류는 AI 산업의 가장 밑바닥에서 조용히, 하지만 결정적으로 작동한다. AI 연산 자체는 반도체가 담당하지만 그 반도체를 구동하고 냉각하고 통신시키는 하드웨어 전반에 희토류 기반 소재가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는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을 활용한 고성능 영구자석이다. GPU 서버를 수천·수만 대로 묶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냉각팬·전동모터·정밀 구동장치가 필수인데 이 부품 대부분이 희토류 자석을 사용한다. 작은 크기로 강한 자력을 내야 하므로 대체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AI 칩이 장착되는 각종 전력 변환장치와 고주파 통신 모듈에도 일부 희토류가 사용된다. 서버 랙 내부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변환하는 파워 모듈, 데이터센터용 고효율 송전장비에는 사마륨·란타넘 기반 소재가 적용되며 AI 시대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전기차·로봇 분야에서도 모터 자석 수요가 AI 확산과 연동돼 꾸준히 늘고 있다.
결국 희토류는 AI 모델을 직접 계산해내는 ‘두뇌’는 아니지만 그 두뇌를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과 관절’을 구성하는 소재다. 더 많은 GPU, 더 큰 데이터센터, 더 많은 전기 기반 기기가 필요한 시대일수록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의 초거대화가 진행될수록 희토류는 더욱 중요한 인프라 자원이 되고 있다. 그래서 희토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대해 독자에게 더 깊은 수준의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 이 특집 기사를 기획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희토류의 진실을 하나씩 파헤치며 앞으로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까지 짚어볼 예정이다.
희토류는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나.
희토류는 이름만 보면 ‘지구에 거의 없는 금속’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지표 곳곳에 존재하는 17개 금속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란타넘·세륨·프라세오디뮴·네오디뮴·사마륨·디스프로슘·터븀·이트륨 등 이름은 낯설지만 현대 산업에서는 빠질 수 없는 금속들이다.
문제는 희귀함이 아니라 정련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환경오염이 심해 생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 세계를 감당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정련 능력이 중국에 집중되었고 이것이 곧 전략적 가치로 이어졌다. 이 부분은 뒤에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한다.
희토류가 중요한 이유는 쓰임새가 너무 뚜렷하고 대체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작은 진동 모터에서 전기차 구동모터, 군사용 레이더와 유도 미사일 등의 무기, 풍력발전 터빈까지 고성능 자석이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희토류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특히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강한 자력을 내는 자석을 만드는 데 필수이기 때문에 전기차와 방산 분야에서는 사실상 없어서는 안 되는 원소로 평가된다.
결국 희토류는 “없어도 대체할 수 있는 금속”보다는 “없으면 산업이 멈추는 금속”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름은 생소해도 실체는 우리의 일상과 기술 산업을 지탱하는 숨은 기반이고 이것이 미국과 중국이 수십 년간 경쟁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할 수 있었던 비결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채굴량에서 대략 60%를 차지하고 있다. 정련·가공 단계로 가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가서 세계 희토류를 정련하는 비중의 약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이 중국에 쏠린 이유는 흔히 “중국 땅에 희토류가 많아서”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중국만 이 산업의 모든 비용과 위험을 감수한 나라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우선 중국의 지질적 조건이 출발점이 됐다. 중국 남부에 분포한 ‘이온흡착광상’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형태로 정련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초기 개발에 유리했다. 희토류가 풍부한 나라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독점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전 세계에는 희토류 매장지가 다수 존재하고 미국·호주·인도 등도 충분한 양의 희토류 자원을 가지고 있다. 중국 우위의 절반은 지질에서 시작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철저한 국가 전략이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규정하고 산업 전반을 사실상 국가가 통제하는 방식으로 육성했다. 채굴부터 정련·가공까지 이어지는 전 공정을 정부가 관리하자 민간기업은 설비 투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고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으로 내려갔다.
당시 중국이 책정한 희토류 수출가격은 서구 기업들이 따라갈 수 없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중국산으로 잠식됐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환경 규제의 차이였다. 희토류 정련 과정에는 산처리, 방사성 폐석, 중금속 오염이 수반되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공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호주 등 주요 생산국이 1990~2000년대에 생산을 축소하거나 폐쇄한 이유가 바로 이 오염 리스크였다. 반면 중국은 지역 정부의 묵인, 느슨한 규제, 낮은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이 부담을 감수했고 그 결과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국이 시장에서 빠져나가자 중국은 채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정련·분리 공정’ 기술을 빠르게 축적했다. 글로벌 희토류 정련 능력의 80~90%가 중국에 집중된 이유가 바로 이 산업 기반 때문이다. 다시 말해 희토류가 중국에서 ‘많이 나서’가 아니라 ‘중국만이 끝까지 버티며 생산했기 때문에’ 세계의 생산이 중국으로 모인 것이다.
이처럼 형성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결국 미중 희토류 분쟁의 실질적 배경이 됐으며 오늘날 미국이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을 서두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토류 정련 과정에서 그렇게 오염이 많이 발생하나.
희토류 정련 과정에서 오염이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발생한다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생산을 포기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발생한다”가 더 정확한 설명이다.
희토류 정련이 고오염 공정으로 불리는 이유는 희토류 원소의 특성과 광물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자연 상태에서 금·구리처럼 단독 광물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흙·점토·탄산염에 미량으로 산재해 있어 금속 성분이 0.05~1%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금속보다 ‘잡다한 불순물’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정련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불순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 미량의 금속을 분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강산 처리’밖에 없다는 점이다.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서로 강하게 붙어 있고 일반적인 열처리나 단순한 분쇄로는 분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황산·염산 같은 강산을 부어 원광 전체를 녹이며 금속 이온을 용액 상태로 빼내는 이른바 ‘습식 정련’ 방식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금속만 용출되는 것이 아니라 흙·점토·탄산염 같은 불순물까지 모두 함께 녹아 산성 폐액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방사성 문제도 겹친다. 희토류가 존재하는 광상에는 토륨·우라늄이 자연적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광석 자체가 낮은 수준의 방사능을 띠기 때문이다. 강산으로 녹이고 남은 폐석은 이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농축돼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변한다. 폐석량이 ‘금속 1 얻으려다 폐기물 100을 만드는’ 구조가 되는 이유다.
또한 산으로 녹여낸 희토류 이온을 다시 금속별로 분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희토류 17개 원소는 화학적 특성이 매우 비슷해 수십 차례의 용매추출·침전·재용해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도 중금속이 섞인 폐수와 화학약품 잔여물이 계속 발생한다. 분리 단계가 많을수록 오염물의 총량도 커지는 구조다.
이처럼 희토류 정련은 ‘자원은 미량인데 공정은 복잡하고 오염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한계가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보다 환경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호주 등은 비용과 규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정련을 포기했고 중국만 이 공정을 30년 가까이 유지하며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호주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뜻인가.
미국과 호주는 희토류를 생산할 기술이 없어서 포기한 것이 아니다. 두 나라 모두 충분한 매장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한때 세계 최대 생산지였고 호주의 라이너스도 지금 중국을 제외한 유일한 상업적 정련기업이다.
기술적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오염과 비용 부담을 감당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희토류 정련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비싸고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공정인데, 미국과 호주는 환경보호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방사성·중금속 폐기물 처리 기준 또한 매우 엄격하다.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처리비용이 수배로 올라가고 이는 시장가격과 비교해 경제성이 사라지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기술이 없어서 못 한 게 아니라 환경·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서 안 했다”는 설명이 성립한다.
희토류 가격은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이후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미국이나 호주가 동일한 방식으로 정련하려면 환경 규제와 폐기물 처리 비용 때문에 원가가 중국보다 훨씬 높아진다. 다시 말해 “하면 되긴 하는데 하면 적자부터 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정련을 미국 내에서 재개하는 순간 실적이 악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공급망의 상·하단 문제도 겹친다. 희토류 금속을 정련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기차 모터나 네오디뮴 자석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금 제조 기술, 자석 가공 설비, 전문 인력, 고객사 인증까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이 분야 역시 중국이 수십 년간 독점적으로 키워온 영역이어서 미국·호주가 당장 재가동한다고 해도 산업의 완결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희토류가 핵심 전략물자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다시 자립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호주는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야 “안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공급망을 되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안 해서 못 했던 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시도하는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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