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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임상시험을 다시 짜다…아스트라제네카가 보여준 ‘바이오 AI’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2.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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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인공지능 활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을 더 빨리 찾고 임상시험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이 흐름 속에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AI를 실제 의료 현장과 국가 보건 시스템에까지 적용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AI 전략은 “임상시험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다.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며 임상 단계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90%에 이른다. 특히 환자 모집과 임상 데이터 분석이 병목으로 작용한다. 

 

적합한 환자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대한 검사 결과와 의료 기록을 사람이 일일이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이 지점에서 역할을 한다. 수십만 건의 의료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의사가 확인해야 할 가능성 높은 신호를 먼저 제시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AI를 실제 국가 의료 시스템에 적용했다. 대표 사례가 태국에서 진행 중인 폐암 조기 진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태국 정부, 공공병원, 그리고 의료 영상 AI 기업 Qure.ai와 협력해 추진했다. 흉부 X-ray를 AI로 판독해 폐암 의심 소견을 조기에 찾아내는 방식이다. 흉부 X-ray는 결핵이나 폐렴 검사에 흔히 쓰이는 기본 검사지만, 초기 폐암은 육안 판독으로 놓치기 쉽다. 

 

AI는 수많은 정상·비정상 영상을 학습해 이상 패턴이 보이는 이미지를 먼저 표시하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내리도록 설계됐다.


이 기술은 임상 연구로 성능이 검증됐다. 2025년 유럽폐암학회에서 발표된 CREATE 연구에 따르면, 해당 AI 흉부 X-ray 도구는 암 의심으로 분류한 사례 중 실제 질환이 확인된 비율이 50%를 넘었다. 임상시험에서 사전에 설정한 성공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얻어진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프로젝트가 시범사업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국 국가보건보장청은 이 AI 판독 시스템을 공공의료 체계 안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단계적으로 수백 개 병원으로 확대 적용하는 계획도 함께 수립됐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의료 시스템에 AI가 공식적으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는 AI가 제도권 의료 인프라의 일부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또한 임상시험 운영 전반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있다. 임상시험 계획서와 관련 문서를 작성할 때, AI가 초안을 생성하고 의료 전문가가 이를 검토·수정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부 문서에서는 작성 시간이 80% 이상 단축됐다. 

 

한편 CT 영상에서 병변 위치를 3차원으로 표시하는 AI를 도입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수작업 주석 시간을 크게 줄이는 성과도 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아스트라제네카는 ‘가상 대조군’이라는 개념도 실험 중이다. 이는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와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해 실제 위약군을 일부 대체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투여받는 환자 수를 줄일 수 있어 윤리적 부담과 비용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시험 설계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접근은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비된다. 일부 제약사는 AI로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일부는 환자 모집 효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진단, 임상 운영, 규제 대응까지 임상시험 전 과정을 AI로 연결하고 있다. AI를 통해 임상시험을 빠르게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 진료와 공공 보건 성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AI가 2030년까지 제약 산업에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어떤 기업이 그 가치를 가져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더 빠른 신약 발견이 될 수도 있고 더 효율적인 임상시험 운영이 될 수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례는 후자에 무게를 둔다. AI를 가장 규제가 엄격하고 변화가 느린 임상시험 단계에 적용해, 실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업계에서는 “AI 임상의 승부는 알고리즘의 성능보다 실제 환자와 제도 안에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기준에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한 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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