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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 고건 기자
  • 입력 2026.10.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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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받는 첫 본격 기관 투자 단계를 말한다.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투자를 주도했고 세쿼이아캐피털과 기존 투자사 DCVC 등이 참여했다. a16z의 마틴 카사도 파트너는 타입세이프AI 이사회에 합류한다.


타입세이프AI는 지난달 15일 DCVC 주도로 4000만 달러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2년간의 비공개 개발을 끝냈다.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기업가치는 약 2억 달러였다. 3주여 만에 기업가치가 약 37배로 뛰었다.


제브는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LLM은 단어 조각을 하나씩 이어 붙여 문장을 만든다. 제브는 개발자가 미리 정해 둔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그 답이 맞을 확률을 숫자로 돌려준다. 질문 형식은 '예·아니오' 판단과 최대 255개 선택지 중 고르기 그리고 개발자가 정한 기준에 따른 점수 매기기 세 가지다.


이런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 소프트웨어가 AI를 쓰는 방식에 있다. 고객 문의를 담당 부서에 배분하거나 송장 결제 승인 여부를 정하거나 보안 경보의 긴급도를 판단하는 작업에는 사람이 읽을 문장보다 프로그램이 곧바로 처리할 값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LLM이 내놓은 문장에서 필요한 답을 다시 뽑아내야 했다. 

 

LLM이 형식에 어긋난 답을 내거나 선택지에 없는 내용을 지어내는 '환각'을 일으키면 프로그램이 멈출 위험도 있었다. 응답에 수 초 이상 걸리고 비용도 커 대량의 판단을 반복하는 업무에는 맞지 않았다. 타입세이프AI는 제브를 소프트웨어 안에서 애매한 상황을 판단하는 '똑똑한 조건문'이라고 설명한다.


타입세이프AI에 따르면 제브의 응답 시간은 0.07~0.5초로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내리는 최신 LLM보다 40~200배 빠르다.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042달러다. 토큰은 AI가 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로 단어나 단어 일부에 해당한다. 기존 LLM의 입력 가격은 100만 토큰당 0.2~10달러이고 출력은 그보다 약 5배 비싸다. 

 

제브는 출력 요금을 받지 않는다. 회사가 직접 설계한 평가에서는 LLM 대비 193.6배 빠르고 444.6배 저렴했다. 회사는 이 수치가 실제 기대할 수 있는 개선 폭 중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제브가 내놓는 확률은 '보정된' 값이다. 90%라고 답하면 실제로 열 번 중 아홉 번 정도 맞도록 훈련했다는 뜻이다. 개발자는 확신도가 낮은 답만 사람이나 더 비싼 AI에 넘기도록 시스템을 짤 수 있다. 출력 형식이 고정돼 있어 형식 오류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회사가 내세우는 '환각 없음'은 정해진 형식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로 틀린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훈련에는 '보정된 의사결정을 위한 강화학습(RLCD)'이라는 자체 기법을 썼다. 강화학습은 AI의 결과에 보상을 주며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는 학습 방식이다. 데이터는 전량 컴퓨터로 만든 합성 데이터를 사용했다. 모든 답을 한 번에 병렬로 계산하는 구조를 적용했지만 세부 설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타입세이프AI는 포천 500대 기업의 3분의 1이 제브를 쓰고 있고 출시 며칠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고객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a16z는 제브가 출시 3일 만에 1조 토큰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웹 개발 플랫폼 버셀에서는 제브 출시 24시간 만에 유료 고객 팀의 약 13%가 이를 사용했다. 

 

GPT-5.6 계열의 2배로 버셀 AI 모델 중개 서비스 역사상 가장 빠른 채택 속도다. 버셀의 한 엔지니어는 명령어 안전성을 검토하는 작업에 쓰던 오픈AI 모델을 제브로 바꾼 뒤 속도가 5~18배 빨라지고 정확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디오구 알메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에서 챗GPT의 기반이 된 연구에 참여했다. 사람의 평가를 보상으로 삼아 AI가 지시를 잘 따르게 하는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 개발에도 관여했다. 

 

그는 AI가 사람의 언어에는 능숙해졌지만 컴퓨터는 다른 언어로 소통해 자동화에는 쓸모가 적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메타 연구 엔지니어 출신 사샤 셍과 엔지니어 겸 창업가 에릭 가프니가 2024년 함께 회사를 세웠다. 

 

모델 이름은 자원 가격이 떨어질수록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제번스의 역설'을 제시한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에서 따왔다. 타입세이프AI는 투자금으로 제브 성능을 높이고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작동하는 새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기업 고객이 요구해 온 기능도 보강한다.

 

(썸네일 사진 출처: TypeSafe AI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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