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2030년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과학적 불확실성과 전력 부족 그리고 막대한 비용이 그 경로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담겼다.
독일 도이체방크 산하 연구조직인 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12일(현지시간) ‘AI 붐인가 파멸인가: 초지능은 어떤 모습이며 언제 도달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에이드리언 콕스 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 전략가가 기술 분석 뉴스레터 '익스포넨셜 뷰' 창업자 아짐 아자르와 함께 작성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인간을 넘어서는 AI가 나온다는 실리콘밸리 업계의 공통된 기대,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컨센서스'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초지능 도달 여부가 두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고 봤다. 하나는 AI 모델의 규모와 학습량을 늘릴수록 성능이 오르는 '스케일링' 효과가 계속 이어지는지다. 다른 하나는 AI가 다음 세대 모델을 만드는 기술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지다. 업계에서는 이를 '재귀적 자기개선'이라 부른다.
AI가 더 나은 AI를 설계하고 그 AI가 다시 더 나은 AI를 만드는 순환 구조를 뜻한다. 보고서는 이 과정이 전력 공급과 학습용 데이터 확보 그리고 컴퓨팅 인프라 건설에 걸리는 시간이라는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비용 추정치도 제시했다. 범용인공지능(AGI)에 가까운 가상의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3000억~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와 약 6GW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AGI는 특정 작업만이 아니라 사람처럼 여러 분야의 일을 두루 처리하는 AI를 말한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이 통상 1GW 안팎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플랫폼 '베라 루빈'으로 이 학습을 4개월 안에 끝내려면 칩 약 780만개와 시설 전력 26GW가 필요하고 현재 가격 기준 비용은 9000억 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연산 효율 개선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비슷한 규모의 클러스터를 약 2000억 달러에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러스터는 수많은 칩을 묶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쓰는 설비다.
빅테크의 투자 규모도 정리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5개사는 올해 설비투자에 8000억 달러 가까이 쓸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간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연간 설비투자가 2030년과 그 이후까지 1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AI 투자의 정당성이 초지능 달성에만 걸려 있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AI 도구 도입 속도는 과거 모바일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기보다 약 3배 빠르다. 중국을 제외한 AI 경제의 매출은 2022년 10억 달러에도 못 미쳤지만 2026년에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위험 요인도 짚었다. 보고서는 AI 인프라 자금 조달이 현재 매출보다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설비투자가 늘면서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T 기업을 가리킨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신규 차입금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 회계연도 9%에서 올해 6월까지 1년간 32%로 뛰었다. 아마존과 메타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빼고 남은 돈이다.
보고서는 제스짓 세콘 구글 딥마인드 최고전략책임자(CSO)의 ‘AI 에어포켓' 경고도 소개했다. 에어포켓은 비행기가 갑자기 고도를 잃고 떨어지는 구간을 이르는 말로 돈은 이미 투입됐는데 기대한 매출이 나타나지 않는 공백기를 뜻한다.
세콘은 지난 8월 미국 UC버클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현재 AI 매출로는 업계의 설비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막대한 투자가 재귀적 자기개선을 위한 토대이며 이미 그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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