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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썼는데 요금이 쭉쭉"…클로드 계정 노린 토큰 도둑 기승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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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클로드(Claude)'를 쓰지 않았는데도 유료 사용량이 저절로 소진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용자 컴퓨터에 몰래 심어진 악성코드가 로그인 정보를 빼내 계정을 대신 사용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AI 컨설턴트 그랜트 드 스와트는 지난 8월 4일 월 200달러짜리 최고 등급 요금제 계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용량이 계속 늘어난 것이다. 다음 날 클로드에 연결된 기능을 모두 끄고 손을 대지 않았지만 사용량은 45%에서 55%로 다시 뛰었다. 

 

무엇이 사용량을 갉아먹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는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Anthropic)에 항목별 내역을 요청했다. 회사는 내역을 주지 못했지만 문제가 있음은 인정했다. 앤트로픽은 그의 유료 계정을 정지하고 모든 접속 세션을 무효화했으며 남은 기간에 대해 44.49파운드를 환불했다.


앤트로픽이 조사한 결과 원인은 탈취된 '세션 키'였다. 세션 키란 이용자가 이미 로그인한 상태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통행증으로 이것만 있으면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하지 않고도 계정에 들어갈 수 있다. 누군가 그의 세션 정보를 빼내 무단으로 접속 토큰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앤트로픽은 총 사용량은 집계하지만 항목별 사용 내역은 추적하지 않아 요청이 들어와도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이런 허점 탓에 이 같은 도용은 수개월간 발각되지 않을 수 있다.


드 스와트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겪은 일을 올리자 비슷한 피해자가 줄줄이 나타났다. 한 이용자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요금제가 자동으로 상향되고 카드 결제까지 이뤄졌으며 손대지 않은 사용량이 0%에서 100%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프롬프트 몇 개와 웹 검색만 썼는데 12분 만에 사용량이 49%까지 오른 사례도 있었다. 사흘 내리 하루치 최대 사용량이 통째로 소진됐다는 이용자는 개발자 사이트 깃허브에 신고 글을 올렸고 여기서도 같은 피해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앤트로픽이 먼저 도용을 감지해 보낸 경고 메일을 공개했다. 회사는 흔히 쓰이는 '정보 탈취형 악성코드(인포스틸러)'를 이용한 공격자가 이용자 컴퓨터에서 클로드 로그인 세션을 훔쳐 계정에 접속하고 사용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포스틸러는 컴퓨터에 몰래 설치돼 저장된 비밀번호와 로그인 정보, 세션 데이터를 빼내는 악성코드다. 회사는 의심스러운 활동을 확인하면 해당 세션에서 이용자를 강제로 로그아웃시키고 저장된 결제 수단을 삭제했으며 일부 환불을 진행했다.


앤트로픽이 이번 사건에서 지목한 악성코드는 윈도용 비다르(Vidar), 루마(LummaC2), 스틸C(StealC), 레드라인(RedLine), 아크리드(Acreed)와 일부 맥용 아토믹 스틸러(AMOS)다. 

 

회사는 이 악성코드가 클로드와는 무관하며 불법 내려받기나 위장 앱을 통해 감염되는 범용 악성코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용자가 클로드를 써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불법 복제 게임을 내려받았다가 감염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세션 도용은 비밀번호나 이중 인증(2FA)이 있어도 막기 어렵다. 이중 인증은 비밀번호 외에 문자 인증번호 등을 한 번 더 요구하는 보안 절차인데 인포스틸러는 이미 로그인이 끝난 상태의 세션 자체를 통째로 복사하기 때문에 인증 과정을 건너뛴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해 이중 인증을 켜 둔 이용자조차 크롬에 저장된 쿠키와 세션 정보를 빼앗겨 우회당했다. 앤트로픽은 계정을 로그아웃시키는 조치만으로는 증상만 가릴 뿐이라며 악성코드가 컴퓨터에 남아 있으면 다음 로그인 세션이 또 탈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감염이 의심되면 전체 검사로 악성코드를 제거한 뒤 재접속하고 클로드에 쓰는 이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하며 다른 기기의 로그인을 모두 해지하고 이중 인증을 켜라고 권고했다.


탈취된 사용량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싱이나 사기 문구를 다듬고 악성코드를 만들거나 변형하며 유출된 정보를 분석하는 데 AI 성능이 쓰일 수 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에 오남용을 걸러내는 안전장치와 감시 체계가 있으며 악용 계정을 차단해 왔다고 밝혔다.


드 스와트는 앤트로픽이 자신에게는 경고 메일을 보내지 않았고 자신의 컴퓨터가 감염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계정은 약 2주 만에 복구됐지만 그는 항목별 사용 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구독을 해지하고 여러 모델을 쓸 수 있는 커서(Cursor)로 옮겼다. 

 

이용자가 무엇이 사용량을 소진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여전히 없다는 그의 지적에 앤트로픽은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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