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서프라이즈 앤드 샤인' 행사에서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은 삼성과 화웨이가 먼저 뛰어든 분야로 애플의 참전은 2007년 첫 아이폰 이후 근 20년 만의 가장 큰 형태 변화로 평가된다. 이날 행사는 9월 1일 팀 쿡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존 터너스가 주재한 첫 제품 발표 무대였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대목은 화면을 접고 펴는 경첩, 즉 '힌지'를 만드는 데 AI를 동원했다는 애플의 설명이었다. AI가 힌지를 설계하거나 깎아낸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애플 최고하드웨어책임자 조니 스로우지의 발언을 뜯어보면 AI가 실제로 개입한 지점은 딱 한 군데, 제조 라인의 부품 조립 단계다.
여기서 핵심은 '짝 맞추기'다. 힌지와 이를 담는 본체(하우징)는 아무리 정밀하게 가공해도 개체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치수 편차가 생긴다.
애플은 생산된 힌지 하나하나와 본체 하나하나의 실제 측정값을 AI 알고리즘에 넣어 오차가 서로 가장 잘 상쇄되는 조합끼리 골라 짝지어 조립한다. 아무 힌지나 아무 본체에 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이 힌지는 저 본체와 맞췄을 때 정렬이 가장 완벽하다'를 계산해 매칭하는 것이다.
부품 수천 개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일은 사람이 일일이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이 짝짓기 최적화가 AI가 맡은 핵심 역할이다.
AI가 손을 뗀 뒤에는 레이저와 3D 프린팅이 이어받는다. 공초점 레이저가 부품 하나하나의 표면을 단계적으로 훑어 미세한 굴곡을 잰다. 공초점 레이저는 초점이 맞는 아주 얇은 한 층만 선명하게 읽어 표면의 높낮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비다.
이렇게 얻은 값에 맞춰 특수 광경화성 수지(포토폴리머)를 최대 25겹까지 덧입혀 남아 있는 물결 모양의 미세 요철을 메운다. 포토폴리머는 빛을 쬐면 굳는 액체 수지로 표면에서 움푹 들어간 곳을 이 수지로 채워 평탄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 스캔·프린팅 단계는 AI와는 무관한 별개 공정이다.
애플이 조립 정밀도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폴더블폰의 고질적 약점 때문이다. 여닫는 부위가 일반 스마트폰의 두 배에 달하는 마모를 겪는 탓에 기존 폴더블 기기들은 수천, 수만 번 접고 펴는 동안 힌지 정렬이 조금만 어긋나도 유격, 즉 흔들림이 생기고 화면 접힘 자국이 심해졌다.
애플의 접근은 애초에 조립 단계에서 부품 간 편차를 최소화해 이런 성능 저하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여러 외신은 이 공정을 항공우주 수준의 품질 관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이 공개한 정보에는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지 AI 모델의 종류나 구조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이 짝짓기가 실제 내구성이나 생산 수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수치도 내놓지 않았다.
힌지는 강도가 높은 5등급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접히는 화면에서 늘 지적돼 온 빛 반사 문제를 잡기 위해 화면 표면에는 눈부심을 줄이는 나노 텍스처 마감을 적용했고 여러 겹의 필름을 겹쳐 붙이는 방식으로 화면 강도도 높였다.
아이폰 듀오는 펼치면 7.6인치 대화면이 되고 접으면 여권 크기의 5.4인치 외부 화면으로 쓰는 책 형태의 기기다. 펼쳤을 때 두께가 5.2mm로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얇고 무게는 254g이다. 아이폰 18 프로와 같은 A20 프로 칩을 얹었고, 잠금 해제는 얼굴 인식 대신 지문 인식인 터치 ID를 쓴다.
가격은 256GB 모델 기준 1999달러부터 시작해 최상위 2TB 모델은 약 3000달러에 이른다. 예약주문은 10월 16일, 출시는 10월 23일로 다른 신제품보다 한 달가량 늦다. 물론 이런 장치들이 실제로 오랜 사용을 견딜지는 이용자들이 몇 달, 1년씩 써 본 뒤에야 확인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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