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인력 구조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AI를 가장 깊이 받아들인 회사 안에서 신입급 채용이 크게 줄었고 직원들은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앤트로픽 산하 연구조직 앤트로픽 인스티튜트는 16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의 고용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보고서를 공개했다. 네이선 윌머스 등 경제학자 4명이 사내 인사 기록과 AI 사용 기록, 직원 일정표, 채용 평가서를 분석하고 직원 17명을 인터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부서에서 주니어(경력이 짧은 하위 직급)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초 21%에서 14%로 낮아졌다. 새로 뽑은 기술직 중 주니어 비중은 27%에서 9%로 더 크게 떨어졌다.
2026년 1월 Claude를 가장 많이 쓰는 핵심 기술팀에서 코드 작성과 버그 찾기를 AI에 맡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고 4월에는 엔지니어링·연구 조직이 하위 직급 채용의 우선순위를 낮췄다. 같은 달 설문에서 머신러닝 관리자의 약 3분의 1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관리자의 약 5분의 1이 AI 때문에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회사 전체 규모는 지난 1년 사이 3배로 커졌다. 기술직 채용 인원도 늘었지만 영업·재무·채용 부문이 더 빠르게 늘면서 전체 인력 중 기술 부서 비중은 61%에서 56%로 줄었다. 코딩 도구 덕에 비개발 직원이 직접 업무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례도 늘었다.
AI가 일하는 시간은 사람을 넘어섰다. 여기서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목표를 주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을 말한다. 2026년 3월 사내 AI 에이전트의 누적 작업시간이 처음으로 직원 근무시간을 앞질렀다.
8월에는 직원이 직접 지시해 돌린 에이전트의 작업시간만 따져도 직원 근무시간(주 40시간 기준)의 6배에 달했다. 엔지니어 1인당 코드 커밋(작성한 코드를 공식 저장소에 반영하는 작업) 속도는 6개월 전의 5배가 됐다.
회사는 코딩 에이전트를 도입한 엔지니어 192명과 도입하지 않은 74명을 비교해 도입 직후 작성 코드량이 크게 늘었음을 확인했다. AI가 쓴 코드가 나중에 삭제되거나 되돌려지는 비율은 사람이 직접 쓴 코드와 차이가 없었다. 변호사의 계약서 처리량과 영업 담당자의 계약 성사 건수도 늘었다.
새로운 병목은 사람의 주의력이다. 사람과 주고받으며 작업하는 Claude 세션은 전체 시간의 약 80%를 사람의 응답을 기다리는 데 쓴다. 비개발 직원조차 Claude가 내놓은 결과물을 모두 읽으려면 주당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에이전트용 작업 지침을 쓰고 한 에이전트에게 다른 에이전트의 결과를 검토시키며 감시용 대시보드를 만드는 이른바 '메타 업무'로 대응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25년 가을 Claude 세션의 10%에서 2026년 봄 22%로 늘었다.
4월 설문에서 응답자의 20%는 자신의 일이 직접 일하는 것에서 여러 Claude를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한 엔지니어는 이를 아이 여럿을 동시에 돌보는 일에 빗대며 사소한 요청과 급한 문제가 똑같은 긴급도로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회의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일정표 분석 결과 직원 중간값 기준 회의 시간은 1년 전보다 20% 증가했고 관리 직책이 없는 기술직도 16% 늘었다. 직원들은 시스템 전반의 문제나 전략적 판단은 사람이 모여 논의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용 기준도 달라졌다. 면접관 평가서에서 AI 도구 활용 능력을 언급한 비율은 2024년 기술직 5%와 비기술직 7%에서 2026년 각각 3배와 4배로 늘었다. 기술직 평가에서는 자율성과 판단력 언급이 가장 많이 늘었고 특정 분야 전문성의 비중은 줄었다.
앤트로픽은 AI로 업무가 흔들릴 직무를 미리 감지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사내 재배치를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사 1년 이상 직원이 다른 부서로 옮길 확률은 2025년보다 50% 높아졌다. 보고서는 이런 조치가 주니어 채용 둔화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재교육과 소득 지원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적었다.
함께 공개된 ‘AI 기대 격차' 보고서에서 앤트로픽 직원들은 2030년까지 AI가 자기 업무의 75%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질문에 미국 근로자의 평균 응답은 28%였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AI가 풀 '문제집'을 만들어 판다…스노클AI 몸값 17개월 만에 3배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들어 파는 미국 스타트업 스노클AI가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5억달러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이번 라운드는 인사이트파트너스와 S32가 공동 주도했다. 서드포인트벤처스와 마치캐피털 블룸버그캐피털 알레지스캐피털 프론트라인 ...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미국 연방기관서 '딥시크' 퇴출… 딥시크로 만든 외부 서비스도 금지
-
사람보다 6배 더 일하는 AI…앤트로픽 기술직 신입 채용 비중 3분의 1로
-
인도서도 ‘AI 에이전트 이탈'…시험용 AI가 기업 서버 뚫고 개인정보 열람
-
앤트로픽 성장률 147% → 45%로 꺾였다…웨드부시 "AI 수요 둔화 신호 아냐"
-
도이체방크 "AI 초지능 2030년 올 수도…모델 한 번 학습에 9000억 달러"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
AI 폭주 조사하던 오픈AI 안전 연구원 3명 해고…공개서한으로 "입막음" 반박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
오픈AI 안전보고서 쓰던 내부자의 폭로 "AI 연구소, 원전처럼 운영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