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제품을 연방 민간기관 전산망에서 모두 걷어내기로 했다. 딥시크가 직접 만든 앱과 모델뿐 아니라 다른 기업이 딥시크 기술을 활용해 만든 서비스도 퇴출 대상에 들어갔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19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배제 및 제거 명령'을 공개했다. 명령에 따라 연방 민간기관은 딥시크 운영사인 항저우 딥시크 인공지능 계열사의 IT 제품·서비스를 새로 살 수 없고 이미 도입한 제품은 시스템에서 지워야 한다.
딥시크의 연방정부 조달 계약 참여도 막혔다. 재무부·국무부·법무부 등 민간 부처가 대상이며 국방부와 각 기관의 국가안보 시스템은 빠졌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기관은 국토안보부에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근거 법률은 2018년 제정된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이다. 정부가 사들이는 IT 제품의 공급망에 보안 위험이 있으면 범정부 협의체인 연방조달보안위원회 검토를 거쳐 특정 업체 제품을 일괄 배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그동안은 상무부·해군·항공우주국(NASA) 등이 각자 판단으로 딥시크를 막아 왔다. 이번 명령은 지난 7월 내부적으로 먼저 내려졌고 이번에 공개됐다.
국토안보부는 딥시크 모델에 여러 갈래의 위협 경로가 있다고 판단했다. 딥시크 서버는 중국에 있고 중국 정부는 법에 따라 민간기업 인프라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다.
공무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이 딥시크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고 이 정보가 공개 자료와 합쳐지면 미국인과 정부 사업을 겨냥한 첩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국토안보부의 설명이다.
딥시크가 개인 식별 정보를 모으고 기기의 고유 특성을 읽어 사용자를 추적하는 '디지털 지문' 수집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모델 자체에 악성코드나 보안 취약점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이유로 들었다. 딥시크 iOS 앱에서 치명적 취약점이 여럿 발견됐다는 외부 연구도 근거로 제시됐다.
기관들은 제거가 끝날 때까지 전산망 트래픽을 감시하고 접속 기록과 데이터 유출 통제를 강화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딥시크는 모델의 핵심 설계값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모델을 배포해 왔다. 누구나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돌릴 수 있는 구조여서 연방정부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딥시크 기술이 들어갔는지 점검해야 한다. 명령은 '딥시크 구현을 활용해 개발된' 제품의 범위를 따로 정의하지 않았다.
미국의 딥시크 제한은 단계적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국방부와 국방 협력업체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정보기관 국가안보 시스템에서도 딥시크를 없애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민간 부처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미국 정부와 AI 기업들은 딥시크가 '증류'로 미국 모델의 능력을 빼냈다는 의혹도 제기해 왔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모델의 답변을 대량으로 모아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이다.
국가안보국(NSA)·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청(CISA)·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8일 합동 권고문에서 딥시크·문샷AI·알리바바·미니맥스·스텝펀·Z.AI 등 중국 기업 6곳이 2024년 말부터 수백만 건의 요청으로 미국 모델에서 수십억 토큰 분량의 결과물을 뽑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이 '환승역'으로 불리는 중개 서버를 거쳐 접속 제한을 피했고 중국 정부도 이를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앤트로픽은 딥시크·문샷·미니맥스가 약 2만4000개의 가짜 계정으로 클로드와 1600만 건 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넓히고 과학기술과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하며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자국 AI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 16일 AI 기술 23개를 포함한 40개 기술을 수출 금지·제한 목록에 추가하는 초안을 내놨다.
매개변수가 2조 개를 넘거나 세계 상위 10위권 성능을 갖춘 대형 모델은 가중치와 소스코드 수출이 제한되고 중국의 핵심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은 수출이 금지된다. 14나노미터 이하 공정이나 칩을 여러 층 쌓는 2.5D·3D 패키징을 쓰는 AI 칩 설계 기술도 포함됐다. 오픈소스 기술은 제외되며 의견 수렴은 다음 달 1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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