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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회사에서 AI 제국으로…엔비디아의 투자 지도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12.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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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열풍이 본격화된 이후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을 넘어 전 세계 AI 산업의 자본과 인프라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주가 급등과 함께 시가총액은 4조6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은 다시 AI 스타트업 투자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엔비디아가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있다. AI는 혼자서 돌아가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용 데이터, 서버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이 복잡한 생태계를 직접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엔비디아가 밝힌 공식 목표는 ‘게임 체인저와 시장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해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AI 산업 전반이 커질수록 자사 칩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투자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년 한 해에만 약 67건의 벤처 투자에 참여했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 진행한 54건보다 많은 수치다. 별도로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 NVentures까지 포함하면 속도는 더 빠르다. NVentures는 2022년 단 한 건의 투자에 그쳤지만 2025년에는 30건 이상의 딜에 참여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10억 달러 이상 대형 투자 라인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 AI다. 엔비디아는 2024년 10월 처음으로 오픈AI에 투자해 약 1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66억 달러 규모의 대형 투자 라운드 일부였다. 

 

이후 엔비디아는 장기적으로 최대 1000억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언급했지만 실제 집행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분기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 대목은 엔비디아조차 자본 투입 속도를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1월에는 앤트로픽(Anthropic)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했다.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로 이 중 50억 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부담했다. 흥미로운 점은 ‘순환 구조’다.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약 3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고, 동시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그레이스 블랙웰과 베라 루빈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투자와 구매가 한 덩어리로 묶인 셈이다.


개발자 도구 영역에서도 공격적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11월 AI 코드 보조 도구 커서(Cursor)의 시리즈D 라운드에 참여했다. 투자금은 23억 달러에 달했고 기업가치는 연초 대비 약 15배 급등한 293억 달러로 평가됐다. 엔비디아는 이전부터 커서의 고객이었지만 이 시점부터는 주주로 직접 들어갔다.


경쟁 구도를 피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엔비디아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60억 달러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고 추가로 최대 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보도됐다. 이 자금은 xAI가 엔비디아 장비를 대량 구매하는 데 쓰이는 구조다. 

 

과거 오픈AI가 경쟁사 투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엔비디아는 개의치 않았다. 칩 공급자로서 중립성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유럽과 오픈소스 진영에도 발을 넓혔다. 프랑스의 대형 언어모델 기업 Mistral AI에는 세 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2025년 9월 진행된 시리즈C에서 약 20억 달러를 조달했고 기업가치는 135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중심의 폐쇄형 모델 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중국 딥시크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Reflection AI에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갔다. 이 회사는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 8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엔비디아는 핵심 투자자 중 하나였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띈다. 오픈AI 전 CTO 미라 무라티가 설립한 Thinking Machines Lab은 설립 초기부터 20억 달러를 조달하며 화제가 됐다. 엔비디아는 이 딜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술보다 인재 풀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행보다.


AI 인프라 쪽 투자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사 Crusoe와 Nscale이 있다. 모두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이다. 엔비디아는 이들에 투자하면서 텍사스, 와이오밍, 영국, 노르웨이에 걸친 대규모 연산 거점을 함께 키우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도 물론 엔비디아의 투자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영국의 자율주행 AI 기업 Wayve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Figure AI는 모두 엔비디아의 장기 투자 대상이다. 특히 Figure AI는 불과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2조 원대에서 50조 원 가까이 뛰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핵심 자산도 챙겼다.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기업 Scale AI는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가 함께 투자한 대표 사례다. 이후 메타가 지분 49%를 인수하며 경영진을 데려갔지만 엔비디아는 데이터 공급망의 중요성을 확인한 셈이 됐다.


엔비디아는 AI 모델을 만드는 기업,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 개발자가 쓰는 도구, 인재와 오픈소스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이 생태계가 커질수록 가장 마지막에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는 곳 역시 엔비디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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