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법률 AI 기업 하비(Harvey)가 기업용 AI 도구를 개발해온 스타트업 헥서스(Hexus)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2026년 1월 말 하비가 글로벌 법률 기술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하비는 AI를 활용해 변호사와 기업 법무팀의 업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계약서 검토, 법률 리서치, 문서 초안 작성처럼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AI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하비는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가치를 빠르게 높여왔다. 2025년 가을 기준으로 하비의 기업가치는 약 80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같은 해 1억6천만 달러를 신규로 조달했다. 해당 투자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주도했으며 티 로우 프라이스와 원더코 등 쟁쟁한 기관들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외의 기존 투자자로는 세쿼이아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컨빅션, 그리고 개인 투자자인 엘라드 길이 포함돼 있다.
하비의 창업 배경은 생성형 AI 기술의 초기 확산과 맞물려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윈스턴 와인버그는 대형 로펌 오멜베니 앤 마이어스의 신입 변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임대차 분쟁 질문을 GPT-3 모델에 입력해 답변을 생성했다.
와인버그는 해당 답변을 변호사들에게 보여줬는데, 상당수 답변이 수정 없이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와인버그와 공동창업자인 가브 페레이라는 2022년 7월 4일 샘 알트만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같은 날 통화를 진행했다. 알트만은 오픈AI 스타트업 펀드로 하비에 투자하는 것으로 화답했으며 해당 펀드는 현재도 하비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회사는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1,00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상위 10대 로펌 가운데 다수가 하비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로펌은 기업이나 개인을 대신해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전문 조직을 의미하며 미국에서는 대형 로펌 중심의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
한편 이번에 인수된 헥서스는 법률 분야와는 큰 상관이 없으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출발한 회사다. 헥서스는 기업용 AI 제품을 설명하기 위한 데모 영상, 사용 가이드, 기능 안내 자료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도구를 개발해 왔다.
이러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다수의 직원이 동시에 사용하는 기업 내부 시스템의 특성상 개인용 앱과 달리 도입 과정과 교육, 내부 확산이 중요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헥서스는 이러한 기업 환경에서 AI 제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들어 왔다.
인수 금액과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인수 구조는 장기적인 팀 보상 체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비가 헥서스를 인수한 목적은 이미 구축된 AI 서비스를 기업 조직 내부에 보다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법률 AI 시장에서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기업 법무팀 환경에 AI를 무리 없이 적용하는 과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의 주요 장애 요인은 도입 단계에서 발생한다.
기업 법무팀은 업무 특성상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강하고 IT 친화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새로운 AI를 도입할 때 사용 대상, 기존 업무와의 연계 방식, 도입 목적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헥서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제품을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춰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데모 영상과 가이드, 사용 안내 도구를 개발해 왔다. 이를 통해 별도의 교육 과정 없이도 조직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하비는 로펌과 기업 법무팀 고객이 늘어날수록 AI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구조에 직면해 있었고 이를 영업이나 컨설팅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능을 제품과 엔지니어링 차원에서 내부화하기 위해 헥서스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헥서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사크시 프라탑은 인수와 동시에 하비에 합류했다. 프라탑은 월마트, 오라클, 구글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하비에서는 기업 법무팀을 위한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오늘날 법률 AI 시장에서는 로펌과 기업 법무팀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하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업 환경에 맞춘 제품 확장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하비 A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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