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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5000억달러 규모 슈퍼컴퓨터 생산기지 건설 착수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4.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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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자사 AI 슈퍼컴퓨터를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전면 생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가 미국 애리조나와 텍사스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차세대 AI 칩 ‘블랙웰’과 이를 탑재한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제조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엔비디아가 미국 내 생산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고율 관세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2025년 4월 현재 반도체 자체는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서버와 완제품 시스템은 언제든 정책 변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을 택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100만 제곱피트가 넘는 제조 공간을 확보해 블랙웰 칩의 생산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완성형 AI 슈퍼컴퓨터 조립까지 미국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웰은 대형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학습에 특화된 차세대 AI 가속기 아키텍처로,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성능 칩이다. 기존 GPU 대비 연산 효율을 높이고 전력 대비 성능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칩 생산은 대만 TSMC의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에서 시작됐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으로 설계 전문 기업의 칩을 대신 제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칩을 이곳에서 생산한 뒤 패키징과 테스트 공정을 거쳐 완성품으로 만든다. 

 

패키징은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칩처럼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며 AI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로 꼽힌다.


완성형 슈퍼컴퓨터 조립은 텍사스에서 이뤄진다. 휴스턴에서는 폭스콘이, 댈러스에서는 위스트론이 각각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두 공장은 12~15개월 내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폭스콘과 위스트론은 글로벌 전자기기 위탁생산 기업으로 대규모 서버 조립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애리조나에서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할 협력사로 앰코와 SPIL도 참여시켰다. AI 칩은 고대역폭 메모리와 고밀도 인터커넥트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밀한 패키징 기술이 필수다. 이 같은 공정이 미국 내에서 동시에 이뤄지면서 칩 생산부터 최종 시스템 완성까지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엔비디아는 향후 4년간 미국 내에서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AI 연산 시스템 전체를 포함한 규모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장기적으로 수조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슈퍼컴퓨터는 대형 언어모델 학습과 자율주행, 의료 데이터 분석 같은 연산 집약적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수천 개의 AI 가속기를 연결해 구성한 시스템이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시스템을 ‘AI 팩토리’의 기반으로 설명한다. AI 팩토리는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와 달리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며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구동하는 전용 시설이다. 업계에서는 수 기가와트 전력을 사용하는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수십 개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생산 공정에도 자사 기술을 투입할 계획이다. 3D 협업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활용해 공장 설비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실제 가동 전에 가상 환경에서 설계를 검증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공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또한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 GR00T를 통해 자동화 설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조립과 운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AI 기반 제어 시스템이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최근 AI 수요 급증으로 고성능 칩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통신사, 산업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GPU 공급이 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미국 내 생산 확대는 이러한 공급 불안을 선제적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세계 AI 인프라의 핵심 엔진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제조 확대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기존 협력 관계를 유지하되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분업 체계에 의존하던 AI 칩 생산이 통상 정책과 안보 이슈의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설계 기업조차 생산 전략을 직접 조정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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