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계획을 공개했다. 전기차와 로봇, 위성 사업에서 필요한 연산 능력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3월 2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도심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른바 ‘테라팹(Terafab)’이라 불리는 대형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다. 해당 시설은 테슬라 본사와 기가팩토리 인근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완성차 생산 기지 옆에 반도체 생산 설비까지 붙이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의 추진 이유에 대해 머스크는 현재 반도체 공급 속도가 자사 사업 확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는 AI와 로봇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직접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칩이 부족하면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테라팹의 목표는 연간 100~200기가와트 수준의 연산 능력을 지탱할 수 있는 칩을 생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가와트는 전력 단위이지만 AI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 규모를 기준으로 컴퓨팅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쉽게 말해 수십만 대의 AI 서버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는 규모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머스크는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테라와트급 컴퓨팅 인프라도 구축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이는 현재 지구상 데이터센터 규모를 한 단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계획은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그리고 스페이스X의 위성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된다.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위해 대규모 연산이 필요하고, 로봇 역시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고 판단하기 위해 AI 연산 자원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망도 통신뿐 아니라 데이터 처리 기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결국 세 사업 모두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구조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 구조다. 고성능 AI 칩은 소수 기업에 생산이 집중돼 있고, 생산 능력도 제한적이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병목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처럼 자체적으로 AI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기업은 외부 공급에 의존할수록 성장 속도가 제한된다.
머스크는 이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까지 직접 통제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머스크가 반도체 제조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반도체 생산은 설계와 달리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기술과 장비 운영 능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같은 핵심 설비와 미세 공정 기술은 특정 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테라팹이 실제로 계획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있다. 머스크가 과거 여러 프로젝트에서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가 일정이 지연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기업이 반도체를 직접 만들고, 우주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흐름은 기존 산업 구분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되면서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테라팹 계획에는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투자 규모와 착공 시점, 실제 생산 능력 달성 시기 등 핵심 정보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오스틴 일대에 추가 인프라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가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데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는 강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머스크는 이미 전기차와 로켓 분야에서 기존 산업 구조를 흔든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영역까지 직접 뛰어들겠다는 선언을 내놓은 셈이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사기꾼 전화 받는 ‘AI 피해자' 수천 명…속는 척하며 계좌·코인지갑 캐낸다
-
AMD 82억 달러에 월드랩스 인수…'AI 대모' 페이페이 리 최고과학자로 합류
-
AI 데이터센터에 여객기 엔진 꽂으려던 12억5000만달러 계약 무산
-
구글 딥마인드, AGI 논쟁의 장 열었다…"인간 넘어서기 전에 규칙부터"
-
오픈AI, 아이폰 인물사진 만든 엔지니어 품다… 3억달러에 카메라 스타트업 인수
-
AI CEO들 "속도 늦추자"…앤트로픽·오픈AI·머스크 이례적 한목소리
-
"1달러 넣으면 100달러 돌아온다"…젠슨 황, 엔비디아 70% 성장 자신
-
AI가 스스로 결함 고치기 시작했다…앤트로픽 "인간 연구자보다 빠르고 저렴"
-
AI 오픈모델 생태계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엔비디아, '13조원 베팅'
-
엔비디아, '오픈소스 AI 심장' 허깅페이스 129억 달러에 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