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며 티커 심볼은 'CBRS'다. 상장 시기는 5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고 조달 목표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레브라스는 2024년에도 IPO를 시도했으나 아랍에밀리트 기업 G42의 투자가 미국 국가안보 심사(CFIUS) 대상이 되면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CFIUS는 외국 자본이 미국의 첨단 기술 기업에 투자할 때 안보 위협 여부를 심사하는 정부 기구다.
당시 G42는 중국 화웨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투자가 중국에 미국의 AI 기술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S-1 신청서에는 G42가 투자자 명단에서 빠졌다.
세레브라스의 핵심 기술은 WSE-3(웨이퍼 스케일 엔진 3)로 불리는 대형 AI 프로세서다. 일반적인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에서 작은 조각으로 잘라내 만들지만 WSE-3는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칩으로 사용한다. 크기가 엔비디아의 최신 칩 B200보다 58배 크고 4조 개의 트랜지스터와 90만 개의 연산 코어를 탑재했다.
이 설계의 핵심 차별점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칩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HBM을 외부에 붙여 사용하는데 이 메모리가 비싸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긴다. 세레브라스는 이 구조를 아예 없애 칩 내부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자사 시스템이 엔비디아 DGX B200 대비 추론 속도가 21배 빠르다고 밝히고 있다.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 두 가지 용도로 쓰인다. 학습은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고 추론은 완성된 모델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세레브라스는 추론에 특화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사용자 응답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IPO 신청 직전 세레브라스는 두 건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1월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다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가 2028년까지 750메가와트(M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세레브라스로부터 공급받는 내용이다. 계약 규모는 200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세레브라스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거나 임차해 오픈AI의 AI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픈AI는 별도로 세레브라스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주식매수선택권)도 받았다.
3월에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협력을 발표했다. 아마존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Trainium)과 세레브라스의 CS-3를 데이터센터에서 함께 운용하는 방식이다. 두 칩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는 '프리필' 단계는 트레이니엄이 처리하고 실제 답변 텍스트를 생성하는 '디코드' 단계는 CS-3가 담당한다. AWS는 올해 하반기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통해 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추가로 세레브라스 주식 2억7000만 달러어치를 취득하는 계약도 맺었다.
S-1에 공개된 재무 자료에 따르면 세레브라스의 2025년 매출은 5억1000만 달러(약 7000억 원)로 전년 2억9030만 달러 대비 76% 늘었다. 하드웨어 판매가 3억5800만 달러, 클라우드 서비스가 1억52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순이익은 8790만 달러로 전년 4억8480만 달러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주식 보상 등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비(非)GAAP 기준으로는 7570만 달러 순손실이다.
상위 10개 고객이 첫 구매 후 12개월 내에 지출을 평균 80% 늘렸다는 점도 신청서에 담겼다. 2024년 매출의 87%가 G42 단일 고객에서 나왔던 것과 달리 2025년에는 아랍에미리트 국립 AI 대학교(MBZUAI)가 62%, G42가 24%를 차지했다. 고객 편중 구조가 여전하지만 오픈AI·AWS 계약으로 향후 다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 이번 상장의 핵심 투자 포인트 중 하나다.
세레브라스는 지난해 10월 시리즈 G 펀딩으로 11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81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올해 2월에는 타이거 글로벌 주도로 시리즈 H 투자 유치에 성공해 1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기업가치는 230억 달러로 뛰었다. 최근 투자에는 벤치마크·피델리티·AMD·코아튜·알타미터 등이 참여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세레브라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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