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던 뉴스 모음 사이트 '디그(Digg)'가 또 한 번 부활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AI 관련 뉴스를 골라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11일(현지시각)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디그 창업자 케빈 로즈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새로 만든 디그의 베타 버전 링크를 공개했다. 디그는 2004년 출범해 이용자가 올린 링크에 다른 이용자가 추천이나 비추천을 누르는 방식으로 인기를 모았다가 레딧 같은 후발 주자에게 자리를 내준 사이트다. 2012년 매각된 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로즈는 지난해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해니언과 함께 디그를 다시 사들여 올해 1월 공개 베타로 내놨다. 레딧과 비슷한 커뮤니티 토론 사이트를 표방했지만 두 달 만인 3월 서비스를 접었다.
사람인 척하며 글을 올리고 추천을 누르는 AI 기반 자동화 계정, 이른바 '봇'이 베타 출시 직후부터 몰려들었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당시 정리해고를 거치며 직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고 로즈는 본업이었던 벤처캐피털 '트루벤처스' 파트너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4월부터 디그에 전념하기로 했다.
새로 공개된 디그는 레딧 같은 토론 게시판이 아니라 옛 디그처럼 뉴스 모음 사이트에 가깝다. 다만 AI 분야 뉴스만 다룬다. 회사는 베타 테스터에게 보낸 안내 메일에서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추적해 '정말 주목할 만한 뉴스'를 골라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우선 AI 분야로 시험해 보고 자리 잡으면 다른 주제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메일은 사이트가 아직 거칠고 버그도 많으며 정식 출시가 아닌 '첫 공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디그 첫 화면에는 가장 많이 본 기사, 토론이 빠르게 늘고 있는 기사, 가장 빠르게 순위가 오르는 기사, 그리고 '놓쳤을 만한 기사'까지 네 꼭지가 상단에 배치된다. 그 아래로는 하루치 주요 기사 순위가 조회수, 댓글, 추천, 저장 수와 함께 나열된다.
핵심은 이 수치들이 디그 사이트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그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을 끌어와 분석한다.
어떤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글의 분위기가 호의적인지 비판적인지 가려내는 '감성 분석', 비슷한 주제의 글을 묶는 '클러스터링', 단순한 잡음과 진짜 의미 있는 신호를 구분하는 '시그널 디텍션' 같은 기법을 적용해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한다.
로즈는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어떤 AI 관련 기사에 반응하면 그 주제가 거의 어김없이 X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 디그가 이런 식의 영향력 확산을 그래프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트는 또 AI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0명과 주요 기업, AI 정책을 다루는 정치인 명단도 순위로 매겨 보여준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X에서 글이 활발하게 오가는 주제가 사실상 AI에 한정돼 있어서다.
머스크의 X 인수 이후 메타가 만든 텍스트 기반 서비스 '스레드(Threads)' 같은 경쟁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했고, 비기술 분야 토론은 X를 떠나거나 공개된 인터넷 바깥의 비공개 채널로 옮겨갔다. 디그가 다른 분야로 확장할 경우 AI에서 만큼 풍부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디그 자체에서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 만큼 이용자들이 평소 쓰던 뉴스 앱이나 RSS 리더, X의 추천 피드 대신 굳이 디그를 찾을 이유가 있을지도 관건이다.
디그가 자리를 잡을 경우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보내주는 통로가 될 가능성은 있다. 최근 구글이 검색 결과 맨 위에 AI가 요약한 답변을 띄우는 'AI 오버뷰' 기능을 확대하면서 이용자들이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클릭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영국 언론 전문지 프레스가제트가 인용한 차트비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1년 동안 구글 검색을 통해 언론사로 들어온 트래픽은 전 세계 기준 3분의 1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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