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AI 분야 핵심 인력의 해외여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5월 26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 기관들은 알리바바, 딥시크(DeepSeek) 등 민간 기업에서 AI 연구를 담당하는 인물들에게 해외로 나가기 전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상에는 스타트업 창업자, 연구원, 기업 임원이 두루 포함됐다.
중국이 출국을 통제하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동안 대학의 고위 연구자, 핵 과학자, 국영기업 경영진 등이 출국 전 보고 의무를 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국가가 직접 소유하지 않은 민간 기업 인력으로 통제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누구를 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한 공식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소속 회사나 직급이 아니라 그 사람이 중국의 AI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준으로 명단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비슷한 신호는 있었다. 2025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당국이 주요 AI 창업자와 연구자에게 미국 방문을 피하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권고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는 단계로 강도가 높아졌다.
규제가 강해진 배경에는 '마누스(Manus)' 사건이 있다. 마누스는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조사나 업무 자동화 같은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중국에서 창업했으나 2025년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다. 그해 12월 미국 메타(Meta)가 이 회사를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당국은 이 거래가 외국인 투자 규정과 기술 유출 관련 규정을 어겼는지 조사에 들어갔고, 4월 27일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인수를 백지화하라고 명령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누스 공동창업자 두 명은 출국이 금지됐다.
문제는 인수를 되돌리기가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마누스의 기술 상당 부분이 이미 메타의 시스템에 통합됐고 직원들도 메타 팀에 합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누스 공동창업자 샤오훙, 지이차오, 장타오는 베이징의 요구를 이행할 방안을 찾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이 외부 투자자로부터 약 10억 달러를 조달해 회사를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5월 21일 전했다.
메타가 지불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으며, 부족분은 창업자들이 사재를 보태는 방안도 거론된다. 회사를 되사온 뒤에는 새 투자자들과 함께 중국 합작법인으로 전환하고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편 블룸버그는 4월 24일 중국이 자국 핵심 기술 기업에 미국 자본을 받을 때 정부 승인을 거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NDRC 등은 최근 몇몇 민간 기업에 명시적 승인이 없으면 미국계 자금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인 AI 스타트업 문샷 AI(Moonshot AI)와 또 다른 스타트업 스텝펀(StepFun)이 이런 지침을 받았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에 대해서도 정부 승인 없이 미국 투자자에게 지분을 2차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이 정해졌다.
이런 조치는 그동안 이어진 경제 보복의 연장선에 있다. 2025년 중국은 첨단 군사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관련 품목에 대해 두 차례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10월 9일 발표된 규정은 외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가치의 0.1% 이상 포함되면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중국은 정부 자금이 투입된 데이터센터에서 외국산 AI 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움직임은 미·중 AI 격차가 좁혀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4월 발표한 '2026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최고 성능 모델 격차는 2026년 3월 기준 2.7%로 줄었다. 2023년만 해도 두 나라 격차는 17.5~31.6%포인트에 달했다.
미국은 모델 품질과 영향력 있는 특허에서 여전히 앞서지만 중국은 논문 수, 인용 수, 특허 건수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앞지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 가는 기술을 막는 데 집중해 왔다면 중국은 자국에서 빠져나가는 인재를 붙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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