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AI 로봇 스타트업 테커(Theker)가 85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이번 라운드가 유럽 로봇 분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A라고 밝혔다. 시리즈A는 제품과 사업 모델이 어느 정도 검증된 초기 기업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받는 첫 대형 투자를 말한다.
이번 투자는 미국 벤처캐피털 CRV가 주도했다. CRV는 음식 배달 업체 도어대시 등에 초기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투자사로, 이번이 스페인 기업에 대한 사실상 첫 투자다. 여기에 삼성과 루이비통·디올을 보유한 명품 그룹 LVMH가 처음으로 스페인 스타트업에 자금을 댔다.
그 외 카테이 이노베이션, 20VC, 헨켈 벤처스, 코렐리아, 브라이트 픽셀 캐피털 등이 참여했고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와 키보 벤처스 등 기존 투자자도 다시 합류했다.
테커가 만드는 것은 한 가지 작업만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다른 '만능형' 로봇이다. 공동창업자 카를라 고메스 카노는 같은 과자를 같은 상자에 계속 담는 단순 반복 작업이라면 기존 로봇으로 충분하지만 실제 현장의 작업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테커의 로봇은 손과 팔, 전체 형태를 작업에 맞춰 교체하거나 크기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택배 분류, 의류 포장, 창고에서 병과 캔을 다루는 작업 등에 같은 로봇을 변형해 투입할 수 있다.
핵심은 별도의 재프로그래밍 없이 바뀌는 환경에 실시간으로 적응하는 능력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처럼 고정된 형태를 중심으로 설계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달리 테커의 기계는 처음부터 재구성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회사는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자체 제어 시스템을 결합해 로봇이 미리 짜인 명령 없이도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했다. 적용 가능한 산업은 물류와 유통, 식음료, 폐기물 처리, 전자, 반도체 등으로 폭넓다.
이번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액수 자체보다 산업·명품 분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가 아닌 로봇 회사에 처음으로 베팅했다는 점이다.
고메스 카노는 삼성이 아직 고객사는 아니지만 양사가 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고객이자 부품 공급사이면서 동시에 투자자가 되는 그림을 환영한다고 했다. 제조 분야에서 매출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커는 실제 가동 중인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 로봇은 이미 인디텍스의 실제 생산 시설 안에서 가동되고 있다. 고메스 카노는 테커를 시범 운영을 하려고 세운 회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혁신 부서를 거치지 않고 실제 계약이 성사되고 일정이 빠른 물류·운영 부서로 곧바로 접촉한다는 설명이다.
테커는 2022년 엔지니어 출신인 카를라 고메스 카노와 자치앙 예 주가 공동 창업했다. 이번 시리즈A는 회사가 지난해 7월 1800만유로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당시 시드 투자는 스페인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두 차례 투자를 합치면 누적 조달 금액은 약 1억600만달러에 이른다.
회사는 이번 자금을 대형 산업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로봇 배치를 늘리고, AI와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며, 소프트웨어·전자·기계공학·배치 인력을 확충하는 데 쓸 계획이다.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쇼룸을 두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아시아로 사업을 넓히면서 추가 쇼룸을 열 예정이다.
고메스 카노는 채용 공고에 이미 1만5000건의 지원서가 몰려 추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20~50명 수준인 직원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100명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테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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