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를 만들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존 점퍼(John Jumper)가 9년 가까이 몸담은 구글 딥마인드를 떠나 경쟁사인 앤트로픽(Anthropic)으로 자리를 옮긴다. 점퍼는 지난 19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이 같은 결정을 공개했다.
점퍼는 게시글에서 9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구글 딥마인드를 떠나 앤트로픽에 합류하기로 했으며 그 전에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가 자신이 박사 학위를 받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 알파폴드 연구팀을 이끌도록 맡겨 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딥마인드는 특별한 곳이고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계속 기대하겠다고 적었다.
점퍼가 만든 알파폴드는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단백질이 어떤 3차원 구조로 접히는지를 유전자 서열만 보고 예측하는 AI다. 단백질의 모양은 그 기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구조를 알아내는 일은 신약 개발과 질병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 과거에는 단백질 하나의 구조를 밝히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알파폴드는 이를 단번에 해결했다.
알파폴드는 지금까지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생물학과 의학 연구의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점퍼는 1985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태어났다. 2017년 시카고대에서 이론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딥마인드에서 알파폴드 팀을 이끌었고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 직책을 맡아 왔다. 2024년 허사비스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70여 년 만에 가장 젊은 화학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점퍼는 앤트로픽에서 맡을 구체적인 직책이나 합류 시점, 보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앤트로픽 역시 그의 역할에 대한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점퍼는 올해 말까지 구글 딥마인드에 남아 인수인계를 도울 예정이라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했다.
앤트로픽은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든 회사로 오픈AI, 구글과 함께 가장 강력한 AI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AI를 과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 왔다.
직접 실험을 할 수 있는 생물학 실험실(웻랩)을 마련하고 지난 2월에는 미국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앨런연구소,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들 협력은 클로드 기반의 AI를 실제 과학 데이터 분석 과정에 투입해 유전체 분석이나 영상 처리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의 병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앤트로픽은 오는 30일 과학을 주제로 한 행사를 열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점퍼의 역할에 대한 첫 단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이 저명한 과학자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오픈AI 창립 멤버이자 영향력 있는 AI 연구자인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클로드의 기초 모델을 만드는 사전학습 팀에 합류했다.
인재 분석업체 시그널파이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딥마인드 소속 엔지니어가 앤트로픽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그 반대 경우보다 약 11배 많았다. 앤트로픽의 2년 차 잔류율은 80%로 딥마인드(78%)와 오픈AI(67%)를 앞선다.
점퍼의 이탈은 구글 딥마인드로서는 일주일 사이에 발생한 두 번째 주요 인재 유출이다. 하루 앞서 구글 제미나이(Gemini) 모델 공동 책임자이자 현대 AI의 기반이 된 2017년 논문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 저자인 노엄 셰이저가 오픈AI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셰이저는 2024년 구글이 그의 스타트업 캐릭터AI의 기술 사용권을 약 27억 달러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또 알파고와 알파제로 개발을 이끈 데이비드 실버도 강화학습 분야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딥마인드를 떠났다.
점퍼는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AI 코딩 도구를 파는 사업 영역에서 일해 왔는데 구글은 이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딥마인드 내부에서는 기업 고객을 위한 코딩 제품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반면 앤트로픽은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점퍼의 과학과 AI 분야 기여에 감사하며 그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썸네일 사진 출처: 구글 알파폴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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