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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 인재·기술 다 내준 그록, 6억5000만 달러 투자받고 재기 시동

  • 고건 기자
  • 입력 2026.06.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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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 핵심 인력과 기술을 내준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이 대규모의 새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자와 최고경영진이 경쟁사로 빠져나간 지 6개월 만에 회사를 다시 추스르며 사업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다.

 

그록은 6월 22일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둔 후기 단계 투자사 디스럽티브(Disruptive)와 플로리다의 헤지펀드 인피니텀(Infinitum)이 주도했다. 

 

디스럽티브를 설립한 알렉스 데이비스는 그록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도 다시 자금을 보탰다. 그록은 새 기업가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7억5000만 달러를 유치할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69억 달러였다.

 

이번 투자는 엔비디아와의 이례적인 거래 6개월 뒤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는 그록의 추론 기술을 빌려 쓰는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조너선 로스, 사장 서니 마드라를 비롯한 핵심 인력을 대거 데려갔다. 

 

보도된 거래 규모는 약 200억 달러다.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인수는 아니지만 기술 사용권을 빌리는 대가를 치르고 사실상 핵심 인재까지 빼가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인수 아닌 인수(not-acqui-hire)'로 불린다. 

 

인수가 아닌 형태를 택한 것은 독과점 심사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거래로 그록 투자자들은 현금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

 

로스는 구글에서 AI 전용 칩인 TPU(텐서 처리 장치)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다른 구글 엔지니어 더그 와이트먼과 함께 10년 전 그록을 세웠다. 와이트먼은 엔비디아 거래 이후에도 회사에 남았다.

 

그록이 만든 칩은 LPU(언어 처리 장치)다. 데이터를 학습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학습된 AI 모델이 실제로 답을 내놓는 과정인 '추론(인퍼런스)'에 특화된 칩이다. 그록은 이 칩을 클라우드 서비스나 기업이 자체 시설에 두고 쓰는 하드웨어 형태로 팔아왔다.

 

이제 LPU의 지식재산권은 엔비디아가 갖게 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자사 행사 GTC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추론용 하드웨어 시스템 '엔비디아 그록 3 LPX'를 공개했다.

 

그록은 대응책으로 직접 운영하는 클라우드 사업, 이른바 '네오클라우드'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네오클라우드는 AI 연산에 특화된 신생 클라우드 사업을 가리킨다. 이 사업은 그록이 2024년 인수한 AI 데이터 분석 기업 데피니티브 인텔리전스를 마드라가 맡아 키워온 것이다. 

 

현재 북미와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에 걸쳐 13개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으며, 500만 명이 넘는 개발자와 수천 개의 AI 기업이 이용한다. 처리하는 데이터양은 매주 수조 개의 토큰에 이른다. 

 

토큰은 AI가 글자를 잘게 쪼개 처리하는 기본 단위다. 그록은 이번 자금으로 추론 처리 용량을 늘려 2027년 말까지 200메가와트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인사도 이어졌다. 미 해군 복무 경력을 거쳐 일론 머스크의 xAI와 메타에서 일한 앨런 라이스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7월부터는 신클레어 슐러가 최고기술책임자(CTO), 라케시 말호트라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는다. 

 

두 사람은 슐러가 세운 기업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 아프렌다에서 함께 일한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기업 누밸런스를 공동 창업했다. 누밸런스는 2024년 회계·컨설팅 기업 EY에 인수됐다. 말호트라는 그 전 약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제품을 다뤘다.

 

그록의 성패는 핵심 하드웨어 기술을 엔비디아와 나눠 갖게 된 상황에서 추론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렸다. 추론 분야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투자가 몰리는 동시에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데이비스는 그록이 기술과 인프라, 운영 역량을 갖춰 AI 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피니텀의 존 예티모글루는 AI가 실제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안정적이고 값싼 추론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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