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이번 주 반도체 제조 스타트업 소스 파운드리에 4억달러를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투자로 이 펀드가 소스 파운드리에 넣은 자금은 앞서 투입한 1억달러를 포함해 총 5억달러가 됐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오픈AI 출신 연구원 레오폴트 아셴브레너가 2024년 설립한 펀드다. 설립 당시 그는 20대 중반에 트레이딩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산업의 기반 시설에 자금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초기에 큰 수익을 냈다.
2026년 상반기에만 439%, 설립 이후 누적으로는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한때 운용자산이 45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12명 안팎의 인력이 굴리는 펀드가 수십 년 업력의 대형 운용사보다 많은 자금을 관리한 셈이다.
문제는 지난 7월 터졌다. AI 관련 주식이 급락하면서 이 펀드는 한 달 만에 자산의 약 3분의 2를 잃었다. 펀드가 최대 400%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썼던 것이 화근이었다.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기법으로 수익이 날 때는 이익을 키우지만 손실이 날 때는 그만큼 타격도 커진다. 이 펀드는 자기 돈의 네 배가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었다.
주가가 떨어지자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은 담보를 더 채우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마진콜'이다. 이를 맞추려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고 손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이 펀드에 자금을 대던 증권사들이 담보 요구에 나섰고 결국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보유 중이던 공개 시장 주식 전량을 처분하기로 했다.
매물을 받아 간 곳은 켄 그리핀이 이끄는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이었다. 7월 30일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약 160억달러 규모의 공개 주식 포트폴리오를 시타델에 넘겼다. 시타델은 이를 시장가보다 10%가량 싼 값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에는 SK하이닉스와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이 포함됐다. 이들 종목은 7월 한 달 동안 대부분 30% 넘게 급락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펀드의 운용자산은 4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아셴브레너는 비공개로 보유한 자산은 팔지 않았다. 특히 AI 기업 앤트로픽 지분은 그대로 유지했는데, 이 지분의 가치는 약 50억달러로 평가된다.
공개 시장 주식은 매일 가격이 매겨지며 손실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비상장 기업 지분은 시세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유동성 위기를 갓 넘긴 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성격이 오히려 방어막이 된다.
이번에 자금이 투입된 소스 파운드리는 지난해 스탠퍼드대 연구자 압둘말릭 오바이드와 조 버그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반도체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의 투자도 받았다. 기업 가치는 약 50억달러로 평가된다.
이 회사가 겨냥하는 것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병목인 '리소그래피(노광)' 기술이다. 리소그래피는 빛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공정으로 첨단 AI 칩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이 분야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크기가 스쿨버스만 하고 제작과 설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 대 가격이 4억달러를 넘는다.
세쿼이아의 스테퍼니 잔 파트너는 AI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제약이 커진다며 모델과 칩을 넘어 그 칩을 만드는 장비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스 파운드리는 이 장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ASML의 아성을 겨냥하고 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위기 직후 다시 대규모 베팅에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아셴브레너는 2024년 'Situational Awareness(상황 인식)'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AI 발전 속도가 대다수 예상보다 훨씬 빠르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이 에세이는 펀드의 이름이자 투자 철학이 됐다. 다만 남은 자본의 상당 부분을 업력이 짧은 단일 비상장 기업에 묶었다는 점에서 위험이 한곳에 쏠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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