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또 핵융합에 손을 댔다. 이번엔 인공지능 연구소인 딥마인드(DeepMind)를 앞세워 보스턴 근교에서 핵융합 발전기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와 손잡았다.
CFS가 짓고 있는 발전기 이름은 ‘스파크(Sparc)’다. 이 장치는 태양처럼 수소 원자를 융합시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한다. 원리만 보면 꿈의 에너지지만 문제는 플라즈마라 불리는 초고온의 기체 상태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온도가 1억 도를 넘게 올라가면 플라즈마가 제멋대로 흔들리며 사라져 버린다.
여기서 구글이 만든 AI가 들어간다. 딥마인드는 ‘토락스(Torax)’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발전기 안에서 일어날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어떤 조건에서 에너지가 가장 잘 만들어지는지 계산해준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수백 개의 다이얼을 돌려가며 맞춰야 하는 복잡한 조작을 AI가 대신 배우고 수행하는 방식이다.
핵융합 발전은 핵폭발처럼 한 번 불붙으면 알아서 유지되는 핵분열과 달리 스스로 꺼져버리기 쉬운 구조다. 태양은 중력이 강해서 그 열을 붙잡을 수 있지만 지구에서는 그런 조건이 없기 때문에 대신 강력한 자석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를 만든다.
문제는 자석이 완벽하지 않아서 플라즈마가 새거나 흔들릴 때마다 미세하게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람이 실시간으로 해내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글은 딥마인드의 강화학습 AI를 이용해 스스로 실험하고 배우면서 최적의 조정법을 찾아내도록 만들고 있다.
CFS는 이미 스파크의 3분의 2를 완성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성되면 세계 최초로 ‘자기 자신이 쓰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핵융합 발전기를 실험 단계에서 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기술 제공 단계를 넘어 핵융합 발전소 자체에 투자하고 있다. 이미 CFS의 8억6300만 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고 2026년 이후에는 CFS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근처에 세울 첫 상업용 발전소 ‘아크(Arc)’에서 20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구글이 운영하는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사실 구글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또 다른 핵융합 스타트업인 ‘TAE 테크놀로지스’와도 협력해 플라즈마 거동을 연구한 적이 있다. 구글이 이렇게 계속 핵융합에 발을 담그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의 데이터센터는 전력 괴물로 변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화석연료나 태양광으로만은 감당이 안 된다. 결국 친환경이면서도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핵융합이 그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딥마인드의 토락스 프로그램은 실험이 진행되면 실제 데이터를 받아 학습하면서 점점 더 정확해지는 구조다. 나중에는 직접 발전기를 조종하는 ‘두 번째 엔지니어’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도 많다. 플라즈마가 발전기 벽에 닿으면 내부가 녹아내릴 수 있고 수천 톤의 초전도 자석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AI가 인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구글이 주도하는 이번 협업이 핵융합 기술의 발전 속도를 높이긴 하겠지만 상업적 전력 생산까지는 여전히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진짜 의도는 당장 핵융합의 상용화를 바라본다기보다는 AI를 통해 에너지 산업의 두뇌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핵융합은 그 실험장이자 테스트베드로 훌륭히 작동할 수 있다. AI가 태양을 대신 제어하는 세상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가정 하에 구글은 그 세상을 여는 첫 번째 빅테크가 되려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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