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일반 소비자 시장을 사실상 접고 기업용 시장과 코딩 중심의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한때 챗GPT의 대항마로 불리던 ‘클로드(Claude)’ 시리즈는 이제 일반 이용자보다는 기업과 개발자 중심의 도구로 재정의되는 분위기다.
최근 로이터와 테크레이더, IBM 뉴스룸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매출 구조, 제품 전략, 파트너십 모든 면에서 기업 시장(B2B)에 초점을 옮기며 본격적인 체질 전환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0% 이상이 기업 고객으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이미 30만 개 이상의 기업이 앤트로픽의 AI를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또 “앤트로픽은 소비자용 챗봇보다는 엔터프라이즈 맞춤형 생성형 AI 도구를 통해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클라우드 계약과 개발자용 도구, 그리고 대형 컨설팅사와의 협력에서 나온 결과다. 특히 최근 딜로이트(Deloitte)와 맺은 대규모 계약을 통해 47만 명 이상의 직원이 앤트로픽의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할 예정으로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B2B 계약으로 꼽힌다.
제품 전략 역시 뚜렷하게 ‘코딩 중심’으로 재편됐다. 앤트로픽은 최근 Claude Sonnet 4.5 모델을 공개하면서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코딩 모델”로 소개했다. 공식 블로그에는 “코드는 모든 곳에 있다(code is everywhere), 그리고 현대의 업무는 코드 위에서 돌아간다”라는 문구가 실렸다.
이번 모델은 문장 이해력보다 코드를 읽고 쓰는 능력, 복잡한 프로그램 구조를 파악하는 기능을 중점적으로 강화했다. 실제로 ‘Claude Code’ 기능을 통해 디버깅, 문서화, 프로토타이핑 등 다양한 개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테크레이더는 앤트로픽이 Claude Code를 기업 플랜에 정식 포함시키며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업용 AI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은 이제 직원별로 ‘표준(Standard)’ 또는 ‘프리미엄(Premium)’ 좌석을 할당해 모든 팀원이 코딩 보조, 문서화, 프로젝트 설계 등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 중심의 개인화보다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 극대화가 명확한 목표로 설정된 셈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IBM과의 전략적 협업에서도 드러난다. IBM은 최근 발표에서 “앤트로픽과의 협력을 통해 Claude 모델을 IBM의 개발자 도구에 내장하고 보안성과 거버넌스를 강화한 엔터프라이즈 환경용 AI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IBM 뉴스룸은 이를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검증된 AI 거버넌스 모델”이라 표현했다. 결국 앤트로픽은 AI의 핵심 경쟁력을 ‘정확성’이나 ‘대화성’이 아닌 ‘생산성 향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소비자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앤트로픽 최고제품책임자(CPO)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최근 팟캐스트 ‘슈퍼휴먼 AI’에 출연해 밝힌 발언은 소비자 시장을 잠정적으로 내려놓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는 “클로드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지만, 소비자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이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B2C보다 B2B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내부 인식이 명확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앤트로픽은 경쟁사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오픈AI는 이미지, 음성, 영상 생성 기능을 연이어 추가하며 ‘올인원 툴킷’으로 확장 중이고, 구글 역시 제미나이(Gemini)와 노트북 LM으로 소비자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여전히 이미지 생성조차 정식 출시하지 않았고 음성·메모리 기능조차 기업 효율화 도구로만 제한해 운영 중이다. 대신 Claude는 기업용 개발자 도구, 코드 리뷰, 문서 관리 자동화 같은 현실적인 업무 생산성 분야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쌓아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앤트로픽의 전략을 “단기적으로는 사용자 기반 확장에 불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길”로 보고 있다.
이미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이 9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6년에는 최대 26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보다는 기업이, 대화형 챗봇보다는 코딩 자동화가 앤트로픽의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명확해졌다.
결국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개발자와 기업을 위한 고도화된 코딩 어시스턴트이자 차세대 업무 자동화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며 생성형 AI 산업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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