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밀려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던 LG가 이제는 ‘생활형 AI’ 기업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LG U+)가 공개한 고객 맞춤형 AI 통화 앱 ‘익시오 2.0(ixiO 2.0)’이 근거다. 회사는 이 앱을 개인의 습관과 대화 맥락을 학습해 생활 전반을 돕는 ‘초개인화 AI 에이전트’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0일 공개된 익시오 2.0은 기존의 발신·수신 AI 보조 기능을 넘어 ▲AI 대화 검색 ▲AI 스마트 요약 ▲디스커버 2.0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LG U+는 이용자의 통화·문자 데이터를 분석해 피싱 URL 탐지, 일정 리마인더, 쿠폰 인식 알림 등 생활형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안드로이드 버전에는 피싱 차단과 스마트 요약, iOS에는 듀얼 번호 기능이 탑재돼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맞춘 대응이 가능하다.
이 앱은 LG U+의 AI 전략 중심에 있는 자체 모델 ‘ixi-GEN’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LG는 2025년 초 이 모델을 자사 서비스 8종에 순차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지금의 익시오 2.0 이 그 첫 결과다. ‘ixi-GEN’은 온디바이스 AI 방식으로 설계돼 개인 정보가 기기 내에서만 처리되며 클라우드 연결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LG는 이를 통해 이용자 데이터를 외부 전송하지 않고도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LG의 AI 집중 전략은 통신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LG는 그룹 차원에서 AI를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LG 조주완 CEO는 2025년 전략 발표에서 “기기 중심 사업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AI 와 데이터를 축으로 한 ‘디바이스 + 플랫폼 + 서비스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LG가 스마트폰 후발주자로 퇴장한 이후에도 AI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기술이 향후 가전·모빌리티·에너지·통신을 모두 연결하는 새로운 ‘생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LG는 가전과 홈솔루션 분야에서 이미 AI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9월 독일 IFA 전시회에서 ‘LG AI Home’ 컨셉을 공개하며 냉장고, 세탁기, TV 등 주요 가전에 AI 기능을 통합한 ‘AI-Powered Living’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엔 가전이 서로 연동하며 사용자 패턴을 학습하는 맞춤형 추천, 에너지 최적화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TV 및 노트북 라인업에도 AI 탑재가 확산되는 중이다. LG 전자 스마트 TV는 최근 다국어 음성 처리와 TTS(Text-to-Speech) 기술을 탑재했고 내년부터는 AI 시청 패턴 예측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LG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로봇 솔루션 사업에도 AI를 적용해 ‘홈 → 모빌리티 → 상업 공간’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CES 2025 기조연설에서는 이 흐름을 ‘Affectionate Intelligence(정서적 AI)’ 라 규정하며 AI가 생활 공간 속에서 인간과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 밝혔다.
AI 연구의 핵심 거점은 ‘LG AI연구원’이다. 연구원은 올해 3월 LG U+와 함께 온디바이스 AI 및 생성형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고 9월에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금융 예측 모델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또 인도 소프트웨어 개발 허브를 활용해 AI 및 칩 설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결국 LG가 AI를 키우는 이유는 가전·홈 네트워크·모빌리티·통신 서비스를 묶는 생활 플랫폼의 두뇌를 직접 만들려는 것이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축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면 LG는 가전과 홈솔루션을 기점으로 AI를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LG가 스마트폰을 버렸지만 AI 는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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