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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대학 중퇴생이 만든 AI 노트앱, 전 세계 500만 명을 사로잡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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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에서 시작된 사소한 불편이 글로벌 스타트업의 출발점이 됐다. 2024년 초 미국 듀크대와 노스웨스턴대에 재학 중이던 루디 아로라(Rudy Arora)와 사르탁 다완(Sarthak Dhawan)은 강의를 들으며 동시에 필기를 하기가 힘들다는 공통의 문제를 겪었다. 

 

둘 다 집중하면 손이 멈췄고 손을 움직이면 강의를 놓쳤다. 다완은 “도저히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었다. 그때 AI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AI 기반 학습보조 앱 ‘터보AI(Turbo AI)’다. 

 

처음엔 단순히 녹음된 강의를 텍스트로 바꾸고 요약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플래시카드와 퀴즈, 대화형 학습 기능을 추가하며 빠르게 진화했다. 

 

두 창업자는 이 앱을 친구들과 나눠 쓰다 학교 전체로 확산시켰고 하버드와 MIT를 비롯한 명문대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졌다.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사용자 수는 1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뛰었다. 

 

일일 신규 가입자는 2만 명을 넘는다. 현재 연간 반복매출(ARR)은 8자릿수, 즉 최소 1000만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앱의 핵심은 ‘듣고 정리해주는 AI 비서’에 있다. 사용자가 녹음을 올리면 인공지능이 음성을 전사하고 핵심 문장을 추출해 요약한다. 여기에 기반해 학습용 노트와 문제, 플래시카드를 자동 생성한다. 

 

초기에는 강의 녹음 중심이었으나 실제 강의장 환경이 소음이 많다는 피드백이 쏟아지자 PDF, 유튜브, 온라인 강의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바꿨다. 사용자는 30쪽짜리 교재를 올려 AI가 만든 75개의 문제를 풀며 복습할 수 있다. 

 

다완은 “두 시간 동안 문제를 푼다는 건 진짜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앱을 쓴 학생들은 공부 시간이 줄고 정보 기억력이 높아졌다고 답한다. 현재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변호사, 의사, 컨설턴트,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까지도 사용층이 넓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맥킨지,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경우 금융 보고서를 업로드해 요약하거나 AI가 텍스트를 팟캐스트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편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두 창업자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고등학생 시절엔 ‘워크비(WorkBee)’라는 지역 아르바이트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미 사업 감각을 익혔다. 다완은 이후 외모 개선 조언 앱 ‘유맥스(UMax)’를 만들어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고 2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연매출 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로라는 SNS 마케팅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전략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이전에도 여러 바이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지만 터보AI만큼 빠른 속도를 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건 사람들이 매일 쓰는 학습 도구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로스앤젤레스에 회사를 세웠다.


팀 규모는 15명에 불과하지만 확장 속도는 압도적이다. 앱스토어에서는 교육 분야 상위권에 오르며 경쟁 앱 오터(Otter)와 파이어플라이(Fireflies)를 제치고 학생 커뮤니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로 꼽힌다. 

 

두 창업자는 과도한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작년 75만 달러의 시드머니만 받았고 이후 투자 제안이 쏟아졌지만 “캐시플로우가 이미 흑자이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금보다 사용자 피드백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격 정책은 학생들의 민감한 지갑 사정을 고려해 유연하게 운용되고 있다. 기본 기능은 무료지만 프리미엄 구독 시 월 9.99달러에서 19.99달러 사이로 책정돼 있다. 회사는 현재 A/B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적 요금을 실험 중이다. 

 

다완은 “우리는 가격을 올리기보다 더 많은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터보AI의 차별점은 ‘완전 자동’과 ‘완전 수동’ 사이의 절묘한 위치에 있다. 구글 문서처럼 사람이 모든 것을 직접 적지 않아도 되고 오터처럼 AI가 일방적으로 써주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는 AI가 생성한 노트를 보며 스스로 수정하고 요약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AI가 공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도와주는 구조’를 구현했다. 아로라는 “우리는 인간 중심(human-first)의 접근법을 고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비스는 사용자가 AI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요약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더라도 사용자가 한 번 검토해야 완성되며 강의 녹음은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돼 프라이버시 우려를 줄였다.


윤리적 AI 사용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명확하다. 교사나 대학이 우려하는 ‘무단 녹음·무단 배포’ 문제를 인식하고 강의 공유 기능을 제한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동의해야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교육기관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터보AI는 최근 마크큐반재단(Mark Cuban Foundation)과 협력해 미국 내 AI 교육 격차 해소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재단의 부트캠프 참가자에게 프리미엄 구독권을 제공해 학생들이 AI 기반 학습 환경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서비스는 지난해까지 ‘터보런(TurboLearn AI)’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지만 올해 들어 ‘터보AI’로 리브랜딩됐다. 학생 대상에서 전문직 사용자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앞으로 데스크톱 버전과 실시간 협업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며 향후 기업용 구독 모델도 검토 중이다. 아로라는 “우리는 여전히 학생과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붙어 있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학습의 개인화’라는 장기적 흐름에 올라탔다고 본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이해도를 파악하고 맞춤형 복습 경로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는 로스앤젤레스 본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팀원들은 대부분 대학생 또는 졸업생 출신이다. 개발자 절반 이상이 실제 터보AI의 초기 사용자였다는 점도 독특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AI 시대의 에버노트’로 불린다. 

 

강의실에서 시작된 작은 불편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공부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AI와 함께 배우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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