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주당 80시간에서 100시간까지 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5년 10월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AI 기업의 핵심 인력들이 ‘AI 기술 전쟁’에서 앞서기 위해 잠과 식사를 쪼개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20년 걸릴 과학적 진보를 2년 안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아예 주말 두 시간만 쉰다는 뜻의 ‘0-0-2’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런 초과 노동이 벌어지는 배경엔 AI 모델 개발 경쟁이 있다. 생성형 AI 시장은 이미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빅테크 사이에서 군비 경쟁처럼 번지고 있으며 모델을 먼저 내놓는 속도가 기업 가치와 투자 유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핵심 인력에게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하는 장소 역시 회사와 집의 구분이 무너졌다. 데이터 학습과 모델 훈련이 실시간으로 이어지다 보니 연구원들은 새벽에도 서버 상태를 점검하거나 코드를 수정하고 일부는 사무실에서 아예 숙식하며 일주일 내내 근무한다.
회사들은 주말 식사 제공이나 야간 차량 지원 등으로 이 환경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런 근무 방식이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워싱턴포스트는 10월 20일자 기사에서 AI 스타트업과 일부 기술기업이 중국의 ‘996’ 문화, 즉 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을 주 6일 유지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적으로는 주 72시간 근무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신입 채용 공고에 ‘7일 출근 가능자’라는 문구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회사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며 장시간 근무를 유도하고 이런 시스템이 성과와 직결된다는 믿음이 사내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빠른 출시’와 ‘기술적 우위’를 기준으로 자금을 배분하고 있고 기업은 경쟁사보다 먼저 모델을 내놓기 위해 인력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피로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금은 멈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 임원은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하루만 늦어도 기술이 구식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초장시간 근무가 지속 가능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번아웃과 건강 악화로 인한 인력 유출이 늘고 있으며 코드 오류나 품질 저하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 중국에서도 ‘996’ 문화가 노동권 침해 논란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 그 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역수입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AI 혁신의 속도전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산업의 핵심은 창의성과 집중력인데 이 두 가지가 장시간 근무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주 7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의 기술 우위와 투자 시장의 관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AI 군비 경쟁의 노동 버전’이라고 표현한다. 경쟁사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AI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던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작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받고 있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사기꾼 전화 받는 ‘AI 피해자' 수천 명…속는 척하며 계좌·코인지갑 캐낸다
-
AMD 82억 달러에 월드랩스 인수…'AI 대모' 페이페이 리 최고과학자로 합류
-
AI 데이터센터에 여객기 엔진 꽂으려던 12억5000만달러 계약 무산
-
구글 딥마인드, AGI 논쟁의 장 열었다…"인간 넘어서기 전에 규칙부터"
-
오픈AI, 아이폰 인물사진 만든 엔지니어 품다… 3억달러에 카메라 스타트업 인수
-
AI CEO들 "속도 늦추자"…앤트로픽·오픈AI·머스크 이례적 한목소리
-
"1달러 넣으면 100달러 돌아온다"…젠슨 황, 엔비디아 70% 성장 자신
-
AI가 스스로 결함 고치기 시작했다…앤트로픽 "인간 연구자보다 빠르고 저렴"
-
AI 오픈모델 생태계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엔비디아, '13조원 베팅'
-
엔비디아, '오픈소스 AI 심장' 허깅페이스 129억 달러에 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