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화 앱 리플리카(Replika)를 만든 유제니아 쿠이다가 새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코드를 몰라도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와비(Wabi)’다. 쿠이다는 2017년 리플리카를 세워 챗GPT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과 AI가 대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왔다.
지금 리플리카는 3천5백만 명 넘는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앱의 유튜브’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와비는 사용자가 ‘명령문’을 입력하면 알아서 앱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일기 앱 만들어줘”라고 쓰면 와비가 필요한 기능을 제안하고 자동으로 완성시켜준다. 직접 코드를 작성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기술 지식도 필요 없다.
아이콘, 버튼, 데이터베이스, 화면 구성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모두 와비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이런 구조 덕분에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 없는 사람도 몇 분 만에 자신만의 앱을 만들 수 있다.
지난달 베타 서비스로 문을 열었고 이미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창업자들 사이에서 ‘차세대 앱 제작 플랫폼’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와비는 최근 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0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참여한 투자자 면면도 화려하다. 엔젤리스트 창업자, YC 대표, 트위치 공동창업자, 노션 공동창업자, 뉴럴링크 초기 멤버 등 실리콘밸리에서 이름값 있는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쿠이다는 이 돈으로 제품 개발팀을 키우고 플랫폼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와비의 차별점은 ‘앱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앱을 공유하는 방식’에 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듯 와비에서는 만든 앱을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다른 사용자의 앱을 복사해 바꿔 쓸 수 있다.

‘좋아요’나 ‘댓글’, ‘리믹스’ 기능도 들어 있어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 이미 전 세계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와비 초대장을 받아 사용 후기를 올리고 있으며 앱을 직접 만들어본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와비의 첫 화면인 ‘탐색(Explore)’ 페이지에는 인기 앱과 새로 만들어진 앱들이 올라온다. 곧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도 추가될 예정이며 사용자가 처음 가입하면 취향에 맞는 샘플 앱이 자동 생성될 예정이다.
구조만 보면 챗GPT의 ‘GPT 스토어’나 쿼라의 ‘포(Poe)’와 비슷해 보이지만 와비는 서버를 따로 설치하거나 기술 환경을 세팅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만으로 완전히 작동하는 앱이 만들어진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테스트 과정에서 간단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번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는 앱을 만들면 처음 며칠은 잘 작동하지만 이후 같은 사진이 반복되거나 뉴스 요약 앱의 날짜가 틀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 쿠이다는 “모델의 한계는 남아 있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화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쿠이다는 광고는 절대 넣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광고가 들어오면 사용자 경험이 나빠지고 플랫폼이 복잡해진다는 이유다. 대신 향후에는 프리미엄 기능이나 유료 구독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에는 투자금 일부를 이용해 사용료를 보조해주며 이용자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다.
와비의 성장 가능성은 ‘참여’에 있다. 지금의 인터넷은 누구나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릴 수 있지만 정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은 극소수다. 와비는 이 벽을 무너뜨리려 한다.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기능을 가진 앱을 만들고 세상과 공유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인터넷 문화 자체를 다시 바꾸는 흐름이 될 수도 있다.
와비의 최종 목표는 거대 기업의 앱으로 획일화된 세상에서 벗어나 예전 인터넷 초창기처럼 조금은 엉뚱하고 창의적인 세계를 다시 여는 것이다. 유튜브가 누구나 영상을 만들게 했듯 와비는 누구나 앱을 만들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AI를 잘 몰라도, 코드를 한 줄도 못 써도 이제는 ‘앱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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