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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인간을 위한 슈퍼인텔리전스’ 개발 본격 착수

  • 고건 기자
  • 입력 2025.11.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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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AI가 사람보다 영리해지는 ‘슈퍼인텔리전스’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간을 이기려는 AI가 아니라 인간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AI”를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전담 조직을 꾸렸다. 


이번 전략을 주도하는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AI 부문을 총괄하는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이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신인 그는 지난해 자신의 AI 스타트업 인플렉션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할 때 함께 합류했다. 

 

술레이만은 블로그 글을 통해 새로운 ‘MAI 슈퍼인텔리전스 팀’ 출범을 공식화하며 “막연한 만능 AI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휴머니스트(Humanist) 슈퍼인텔리전스’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한 ‘휴머니스트’란 기술이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이익을 중심에 둔 도구여야 한다는 뜻이다. 

 

술레이만은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 AI는 통제가 어렵고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철학적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신 의학, 교육, 에너지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는 분야에 특화된 ‘전문형(superhuman specialist)’ 모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려는 AI가 아니라 인간이 놓치기 쉬운 복잡한 문제를 도와주는 형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시점에 슈퍼인텔리전스 연구팀을 꾸린 데에는 시장 분위기도 작용했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 기업들은 앞다투어 최상위 연구 인재 확보에 나섰고 메타는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를 만들며 수천억 원 단위의 보상 조건을 내걸었다. 

 

AI 연구자 연봉이 1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새 팀의 수석 과학자로는 딥마인드 출신 카렌 시모니안(Karen Simonyan)이 합류한다.


또 하나의 배경에는 ‘탈 오픈AI’ 움직임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오픈AI에 1350억 달러(약 180조 원)를 투자한 최대 파트너지만 최근 관계 재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오픈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회사의 기술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 인수 이후 구글·앤트로픽 모델을 함께 실험하며 AI 소스 다변화에 나섰다. 슈퍼인텔리전스 팀은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의 핵심은 실용성과 안전성이다. 의료 분야는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이다. 술레이만은 “2~3년 안에 전문가 수준의 전 영역 진단이 가능한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병원에서 여러 전문과로 나뉘어 진단하던 복합 질환을 AI가 일관적으로 분석하고 조기 발견이 어려운 희귀·위험 질환을 미리 포착하는 기술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영 계획과 예측 능력을 갖춘 ‘임상 보조 AI’ 역시 개발 로드맵에 포함된다.


이어 에너지·재료 분야도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배터리 효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신소재 탐색,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 최적화 모델, 제약·화학 분야의 신분자 설계 등은 이미 일부 연구기관에서 활용 중이다. 

 

술레이만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시스템인 알파폴드처럼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성능을 내는 모델을 더 많은 영역에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에는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차세대 AI 학습용 ‘GB200 기반 클러스터’ 같은 대형 인프라를 확충하며 자체 학습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오픈AI 모델을 빌려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프론티어 모델(최상위 AI)’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과 맞물려 AI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존재감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기술적 야심과 달리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의료·에너지·교육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분야에서 AI가 오판할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 데이터 사용 과정에서의 프라이버시 문제, AI의 판단 기준이 인간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통제 가능한 AI를 만들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속이 실제 시스템 설계와 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긴 전략 변화로 평가한다. 단순히 오픈AI 모델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플랫폼 파트너’에서, 직접 AI 기술의 최전선을 개척하는 ‘독립 개발자’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다. 

 

AI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의식한 듯 술레이만은 “무한한 능력을 목표로 하는 AI를 만들 생각이 없다”며 “명확한 목적과 인간 중심의 기준 안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속도 경쟁이 아니라 방향 경쟁”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한한 지능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인간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전문형 AI를 만들겠다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앞으로 몇 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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