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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이 채소를 키울 수 있다? 파산 속출한 실내농업 시장에 등장한 로봇 온실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3.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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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규모 파산 사태로 급격히 식어버린 실내 농업 시장에 새로운 방식의 자동화 농장이 등장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씨앗을 심는 단계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운영하는 로봇 온실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상업화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농업기술 스타트업 Canopii는 완전 자동화된 로봇 온실을 개발하고 상업용 농장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사람이 직접 농장을 관리하지 않아도 작물이 자라는 농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를 창업한 데이비드 애슈턴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성장했다. 그는 대학 시절 캘리포니아 중부 샌루이스오비스포에서 공부하던 당시 미국 서부 지역이 기록적인 가뭄을 겪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새크라멘토에서 샌루이스오비스포까지 약 300마일을 오가는 동안 끝없이 펼쳐진 상추 농장을 보면서 건조한 환경에서도 대규모 농작물이 재배되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물 부족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가 다시 다른 지역으로 운송되는 구조가 농업 공급망의 비효율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이 경험은 이후 Canopii의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애슈턴은 채소가 생산되는 장소를 소비지 가까이로 옮기고 물과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농업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Canopii가 개발한 온실은 씨앗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로봇 농장 형태로 설계됐다. 내부 시스템은 작물 성장 과정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 공급, 환경 제어, 수확 작업까지 자동화 장비가 처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농장은 농구장 한 면적 정도 공간에서 연간 최대 4만 파운드 수준의 채소 생산이 가능하다. 물 사용량 역시 극도로 줄였다. 하나의 수도 연결만으로 농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온실 구조와 장비는 산업 디자인 업체 GK Designs가 제작을 맡았다. 현재 재배 대상 작물은 허브와 특수 채소 위주다. 베이비 복초이, 가일란처럼 아시아 요리에 많이 쓰이는 잎채소가 대표적인 예다. 비교적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간 효율이 높은 작물부터 시작해 시스템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애슈턴이 Canopii 창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계기는 또 다른 농업 스타트업의 파산이었다. 그는 포틀랜드에 있는 농업기술 회사에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해당 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밤마다 직접 사업 계획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내가 의대에 다니는 동안 틈틈이 사업 구상을 구체화했다.


약 3년 동안 준비한 뒤 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기술의 초기 실험을 지원하는 정부 연구 보조금 제도다. 

 

Canopii는 25만 달러 규모의 연구 보조금을 받아 첫 번째 프로토타입 농장을 만들었다.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약 100만 달러 규모 추가 지원을 받아 실제 규모에 가까운 농장 시제품을 구축했다.


현재까지 회사가 확보한 자금은 약 360만 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230만 달러는 정부 연구 보조금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전략적 투자자 등 외부 자금이다. 대형 벤처캐피털 투자 없이도 개발을 이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애슈턴은 실내 농업 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실패 사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내 수직농장 분야에서는 Bowery Farming이나 Plenty 같은 기업들이 수억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이후 파산하거나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사례가 이어졌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높은 운영 비용이 사업 모델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Canopii는 기존 수직농장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애슈턴은 식량 인프라 사업은 기술 스타트업처럼 단기간에 급격히 확장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벤처 자금에 의존해 빠르게 규모를 키우기보다 한 개 농장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완성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회사 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소규모 팀으로 한 개 농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데이터와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애슈턴은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확장을 시도했다면 오히려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anopii는 자동화 기술 완성 이후 상업용 농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상업용 농장은 포틀랜드 도심에 들어설 예정이다. 도심에 농장을 설치해 식료품 공급 거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이미 학교, 레스토랑, 카지노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농장 설치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생산처럼 온실을 표준화해 대량 생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확보되면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농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력 소비 구조다. 전체 시설이 100암페어, 240볼트 전력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력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이런 구조 덕분에 이론적으로는 주택 뒷마당에도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실내 농업 기업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자동화 중심의 소형 농장 모델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사는 향후 농장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확장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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