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 앤트로픽이 지난 1일 자사의 가장 강력한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1'과 '클로드 미소스 5.1'을 공개했다. 두 모델은 내부적으로 완전히 같은 모델이지만 적용된 안전장치의 수준이 다르다.
페이블 5.1은 일반 사용자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갖춰 공개됐고, 미소스 5.1은 사이버 보안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검증된 소수의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지난 6월 첫 페이블 5가 나온 지 약 석 달 만의 업그레이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 인하다. 앤트로픽은 '캐시 읽기' 비용을 75% 낮췄다. 캐시 읽기란 AI가 앞서 한 번 처리해 저장해 둔 내용을 다시 불러올 때 드는 비용을 말한다. 예컨대 방대한 코드 전체를 놓고 대화를 길게 이어갈 때 AI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참조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요금이다.
이 비용이 100만 토큰당 1달러에서 0.25달러로 내려갔다. 새로 입력하는 내용에 매기는 기본 요금은 100만 토큰당 입력 10달러, 출력 50달러로 그대로다.
앤트로픽은 이번 조정으로 일반적인 작업은 약 25%, AI가 스스로 여러 단계를 처리하는 작업은 최대 45%가량 비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페이블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비용이 비싸 대규모 서비스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 번째 변화는 안전장치가 멀쩡한 요청까지 지나치게 막던 문제의 개선이다. 앤트로픽은 페이블 5.1이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아내되 이를 실제 공격에 쓸 수 있는 코드까지는 만들지 않도록 조정했다.
그 결과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를 쓸 때 안전장치가 작업을 가로막는 경우가 이전보다 약 60% 줄었다. 앤트로픽은 외부 보안업체 두 곳과 전문 시험 기관이 새 안전장치를 공격해 봤으나 심각한 우회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기업 고객을 위한 데이터 처리 방식의 변화다. 앤트로픽은 '기업용 프론티어 세이프가드(EFS)'라는 이름의 체계를 도입했다. 그동안 페이블 사용자는 회사가 데이터를 최대 30일간 보관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새 방식은 데이터를 앤트로픽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통제하는 클라우드에 저장하도록 한다.
오용을 감시하는 기능은 유지하되, 실제 사람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검토는 기본적으로 고객 측이 맡는다. 앤트로픽은 금융, 의료, 제조, 법률 등 100곳이 넘는 기업 그리고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함께 이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EFS는 올가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며 정식 도입 전까지 자격을 갖춘 고객은 데이터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페이블 5.1을 쓸 수 있다. 앤트로픽은 지금까지 기업 데이터를 허가 없이 학습에 쓴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능 지표에서도 향상이 나타났다. 명령줄에서 과학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페이블 5.1은 52.6%를 기록해 이전 24.7%의 두 배를 넘었다.
코딩 시험에서는 42.0%에서 55.8%로 올랐고, 제한이 덜한 미소스 5.1은 60.9%에 이르렀다. 두 모델은 같은 모델인데도 점수 차이가 나는데 이는 페이블에 걸린 안전장치가 일부 과제 수행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반면 일반적인 추론 능력 시험은 57.8%에서 60.9%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성능 향상이 여러 단계를 스스로 처리하는 작업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페이블 5.1은 문제를 임시로 덮는 대신 근본 원인을 찾아 고치는 데 강점을 보였다. 실제로 투자회사 밀레니엄에서 수년간 원인을 찾지 못하던 시스템 오류의 원인을 짚어냈다.
앤트로픽은 모델이 만들어낸 과학적 성과도 함께 공개했다. 30년 전 나사의 마젤란 탐사선이 수집한 레이더 자료를 학습해 금성 표면의 약 3분의 1을 담은 고해상도 지형도를 만들었다. 지형을 구분하는 정밀도가 기존 10~20km에서 2~3km로 높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미소스 5.1은 유전체 분석에 쓰이는 여러 소프트웨어의 처리 속도를 최대 2.5배 끌어올렸고 12개 표적에 대해 약 50%의 성공률로 단백질 결합체를 설계했다. 이 분야의 통상적인 성공률은 10~15% 수준이다.
앤트로픽은 모델의 능력과 위험을 정리한 '시스템 카드'도 함께 냈다. 이번 문서에서 회사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위험을 '매우 낮음'에서 '낮음'으로 한 단계 올렸다.
AI가 스스로를 개선해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다만 미소스 5.1이 이전 모델보다 사용자의 오용에 조금 더 협조하는 경향을 보였고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권한 주장을 다소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도 함께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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