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AI 붐 3년차, 소비자용 AI 스타트업이 아직 ‘킬러 앱’을 못 만든 이유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16 10:0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AI 스타트업들의 돈 버는 방식은 여전히 기업 상대 장사에 머물러 있다. 

 

챗GPT처럼 누구나 한 번쯤 써본 범용 AI는 빠르게 퍼졌지만 특정 목적에 맞춘 소비자용 AI 서비스는 기대만큼 일상에 깊게 들어오지 못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아직 AI 플랫폼이 덜 굳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12월 중순 열린 테크크런치 행사에서 굿워터 캐피털의 공동창업자 치화 치엔은 초기 소비자 AI 서비스들이 빠르게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이나 사진 음성을 만들어주는 AI 앱들이 한때 주목받았지만 오픈AI의 소라 같은 대형 모델이 등장하고 중국 업체들이 고성능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상황을 아이폰 초기 시절에 유행했던 ‘손전등 앱’에 비유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손전등 기능을 내려받아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운영체제에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면서 관련 앱들이 의미를 잃었고, AI도 지금은 비슷한 구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치엔의 핵심 주장은 AI가 아직 ‘플랫폼 정착기’에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도 등장 직후 바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성능 사용 방식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야 대규모 소비자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는 지금의 AI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치면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해당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봤다. 구글의 제미나이가 챗GPT와 기술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점도 이런 안정화 신호 중 하나로 해석했다.


다른 벤처캐피털인 스크리블 벤처스의 엘리자베스 와일 역시 현재의 소비자 AI 시장을 “어색한 사춘기 단계”라고 표현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사람들이 매일 쓰고 돈을 내는 서비스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한계는 ‘스마트폰’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손에 쥐지만 사용자가 보고 듣는 정보의 극히 일부만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기 어렵다는 주장인데, AI가 주변 상황을 항상 인식하고 사용자를 돕는 존재가 되기에는 지금의 기기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개인용 기기를 찾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와 애플의 전 디자인 총괄 조니 아이브가 화면이 없는 소형 기기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메타는 손짓을 인식하는 손목 장치와 스마트 글래스를 결합한 방식을 내놓고 있다. 

 

반지나 펜던트 형태의 AI 기기를 시도하는 스타트업도 적지 않지만 아직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모든 소비자 AI가 새 기기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치엔은 개인의 재무 상황과 목표에 맞춰 조언해주는 AI 금융 비서를 예로 들었고 와일은 스마트폰 안에서 항상 작동하는 개인 맞춤형 AI 튜터가 자연스럽게 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쓰게 만드는 역할이다.


이런 신중론은 투자 시장 전반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AI 스타트업의 가치가 실제 사업 성과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고 경고했다. 수익 구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막대한 투자가 몰린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 역시 빅테크와 AI 생태계가 외부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위험 신호를 보냈다. 기술은 강력하지만 돈을 벌어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AI 스타트업보다 이미 사업 기반을 갖춘 대형 기술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많지만 소비자 AI 분야에서는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AI 소셜 네트워크 스타트업들은 수많은 AI 봇이 사용자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지만 치엔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람이 사람과 소통한다는 감각이 사라지면 소셜 서비스의 본질적인 재미가 약해진다는 이유다.


지금의 소비자 AI 시장은 실패가 많은 과도기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강력하지만 사람들이 매일 쓰고 돈을 지불할 이유를 만드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기기든 스마트폰 안에서의 결정적인 사용 사례든 AI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순간이 와야 진짜 소비자 AI 시대가 열린다고 보아야 한다. 그때까지는 화려한 데모보다 지속 가능한 쓰임새를 증명하는 일이 AI 스타트업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 와이이코노미 & www.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AI 붐 3년차, 소비자용 AI 스타트업이 아직 ‘킬러 앱’을 못 만든 이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