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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중국 고객에 H200 ‘전액 선결제’ 요구

  • 고건 기자
  • 입력 2026.01.0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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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을 상대로 차세대 AI 가속기, H200 구매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내 고객에게 H200 주문 시 전액 선결제를 요구하고 주문 이후 취소나 환불, 사양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판매 조건을 바꿨다. 

 

일부 고객에 한해 상업 보험이나 자산 담보를 활용한 결제는 허용되지만 과거 일부 물량에 적용되던 부분 선결제나 조건 변경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중국 시장에서 H200에 대한 주문은 여전히 강하다. 업계에서는 2026년 인도 물량을 기준으로 중국 기업들이 이미 100만 개를 훌쩍 넘는 주문을 넣은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거래 조건을 이처럼 보수적으로 조정한 배경에는 정치·규제 리스크가 있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고 중국 정부 역시 첨단 AI 칩의 사용처를 엄격히 관리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 변수는 이미 한 차례 큰 비용으로 확인된 바 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향 AI 칩 수출에 라이선스 요건을 강화하자,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으로 생산해둔 재고 상당 부분을 제때 출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 관련 비용을 반영해야 했다. 반도체는 주문에 맞춰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 출하가 막히면 완성품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손실을 고객 쪽으로 이전하려는 장치로 해석된다.


중국 측 규제 환경도 복잡하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H200 판매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군사 목적이나 국유기업,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려는 입장이다. 

 

이는 ‘누가, 어디에 쓰는지’를 따지는 승인 절차가 동반된다는 뜻이다. 일반 기업이 데이터센터에서 상업용으로 쓰는 경우와 국가 전략 산업에서 활용하는 경우를 구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런 조건에서는 판매 승인이 지연되거나, 이미 체결된 계약이 수정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국산 반도체 육성 정책도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 당국은 AI 서버 도입 과정에서 국산 칩과 수입 칩의 비중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칩을 얼마나,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주문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을 굳이 추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정책 변화가 발생해도 계약 리스크를 떠안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H200의 기술적 매력은 여전히 크다. H200은 기존 H100 대비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해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유리하다.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와 비슷하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과 AI 서비스 기업들이 H200 확보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성능 차이는 곧 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엔비디아는 이런 수요를 고려해 생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파트너를 통한 생산량 증대와 함께 2026년 초부터 중국향 물량 출하를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출하 시점과 규모는 미국과 중국 양측의 승인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판매 전략은 기술 수요와 지정학적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전액 선결제 요구는 특히 AI 칩 시장에서 규제 리스크가 계약 조건과 결제 방식에까지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정치적 변수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선택으로서 부득이하게 이러한 카드를 꺼내야 할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중 기술 경쟁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첨단 반도체 거래가 어떤 형태로 바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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